매사추세츠 주민 절반 "주택 비용 감당 못해"…35~44세 3분의 2가 부담 호소
WBUR·MassINC 조사, 응답자 40% “내년 재정 더 나빠질 것”
주거비·학비·의료비 부담에 매사추세츠 중산층 안정감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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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새벽 기자 작성일본문
보스턴 근교의 집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매사추세츠에서 중산층들의 삶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과거에 누리던 여유와 안정감은 점차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BUR, 커먼웰스 비컨, MassINC 여론조사 그룹이 매사추세츠 주민 8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는 자신의 삶의 질을 “좋다”, “매우 좋다”, 또는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겉으로 보면 매사추세츠는 교육 수준이 높고, 고용과 의료보험 가입률도 높으며, 비교적 부유한 주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응답자의 42%는 1년 전보다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고, 40%는 1년 뒤 자신의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2011년과 2013년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1년 뒤에도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제적 안정감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WBUR과 인터뷰한 마이크 설리번씨(58)의 사연은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준다. 28년간 앰트랙에서 일해온 그는 보스턴 사우스 스테이션에서 청소부로 시작해 고속열차 아셀라 정비사까지 올라갔고, 연봉 약 12만 5천 달러를 받으며 사우스쇼어에 본인 소유의 집도 갖고 있다. 전형적인 매사추세츠 중산층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빚을 다른 빚으로 돌려 막는 셈" 이라고 말했다. 다 큰 두 자녀가 여전히 집에 살고 있고, 한 명의 대학 등록금을 보태고 있다. 부부의 의료 문제도 겹쳤다. 식료품과 공과금은 계속 오른다. 그는 "1970년대 보스턴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는 우리 네 형제를 가톨릭 사립학교에 보내고 뉴햄프셔에 별장도 마련하셨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탄탄한 중산층이었다. 그런데 나는 부모님 세대처럼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다."털어놨다.
조사에서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40%였다. 32%는 노동자 계층, 13%는 상위 중산층, 11%는 빈곤층이라고 답했다. 이 비율은 MassINC가 2003년 처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중산층이라는 생각하는 사람들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MassINC 여론조사 그룹의 스티브 코첼라 회장은 "중산층 정체성에 일종의 위태로움이 깃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응답자들이 꼽은 중산층의 핵심 조건은 정규직 일자리, 본적인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소득, 편안한 거주 공간, 주택소유 등이었다. 정작 미래 저축, 휴가, 자녀 대학 학비처럼 한 세대 전 중산층이라면 당연히 누렸던 것들은 순위 아래로 밀려났다. 지금의 중산층은 “각종 요금을 모두 납부하고 조금이라도 남는가”를 신경쓰고 있다.
실제로 응답자의 절반은 주거비가 감당하기 버겁다고 답했다. 35세에서 44세 사이에서는 그 비율이 3분의 2까지 올라갔다. 고등교육비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48%, 세금은 46%였다. 의료비, 자동차 소유, 외식이나 영화 관람 같은 일상적 여가도 많은 가구에 부담이 되고 있었다.
주거비는 큰 압박 요인이다. 응답자의 41%는 재정 상황 때문에 집을 사지 못했거나 미뤘다고 답했다. 임차 거주자 가운데 상당수는 향후 5년 안에 집을 살 계획이 없거나, 집을 사더라도 매사추세츠 밖에서 살 수 있다고 답했다.
매사추세츠는 2035년까지 22만 2천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레이터 보스턴은 단독주택 가격 기준 미국에서 세 번째로 비싼 대도시권이다. 높은 소득이 높은 주거비를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머빌에 사는 프리랜서 금융 칼럼니스트 알렉스 카르키디 씨의 사례는 매사추세츠 주거 시장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그는 연 20만 달러 이상을 벌지만 학자금 대출 3만 6,000달러가 남아 있고, 부부가 함께 살 집을 찾아 6년 넘게 헤매고 있다. "현금 매수자들이 빼앗아가듯 매물을 채간다"고 그는 말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매사추세츠 4인 가족 중산층 되려면 얼마 벌어야 하나?보스턴 재단 산하 연구센터 보스턴 인디케이터스(Boston Indicators)의 룩 슈스터 사무국장은 "주택 부담을 소득과 가격의 경주로 보면 이해가 쉽다. 매사추세츠 평균 소득은 꽤 높고 계속 오르지만, 주택 가격이 수년째 그 경주에서 이기고 있다"며 "월급이 오를 때마다 주거비가 점심을 먹어치우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세대간 발전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응답자의 32%는 자신이 부모 세대보다 재정적으로 더 낫다고 답했지만, 33%는 더 나쁘다고 답했다. 2011년에는 절반이 부모보다 더 낫다고 답했고, 더 나쁘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자녀 세대에 대한 전망은 더 어둡다. 응답자의 44%는 자신의 자녀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 것이라고 답했고, 더 잘 살 것이라는 응답은 22%에 머물렀다. 열심히 일하면 부모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미국식 중산층 신화가 매사추세츠에서도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푸에르토리코에서 가난하게 자란 프리실라 리베라 씨는 미국 본토로 건너오며 중산층의 꿈을 좇았다. 대학 졸업장도 땄고, 부부가 함께 술집도 운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게 문을 닫았고, 지금은 그래픽 디자이너와 노인 돌봄 일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한때는 나도 중산층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제적 불안은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는다. 조사에서 연 7만 5천 달러에서 10만 달러를 버는 1인 소득 가구도 “간신히 충분하다”고 답했고, 연 25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를 버는 밀레니얼 남성도 “중산층에서 떨어질 위험을 느낀다”고 말했다.
터프츠대 주정책분석센터의 에반 호로위츠 소장은 “경제가 점점 더 불안정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이 있고, 청구서를 낼 수 있지만, 지난해만큼 확신이 없다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응답자의 53%는 재정 상황 때문에 은퇴 저축을 하지 못했거나 미뤘다고 답했다. 여유 자금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는 여행이나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저축”을 꼽았다. 중산층의 꿈이 사치가 아니라 비상금이 된 것이다.
매사추세츠 주민들은 주정부가 누구를 더 우선시한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도 냉소적이었다. 응답자의 절반은 매사추세츠가 부유층에게는 다른 주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봤다. 반면 중산층, 노동자 계층, 빈곤층에게는 더 나쁜 주라고 보는 응답이 많았다. 주정부가 현재 부유층을 우선한다고 답한 비율은 25%였지만, 중산층을 우선한다고 답한 비율은 9%에 그쳤다. 반면 72%는 주정부가 노동자 계층과 빈곤층의 필요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인들에게도 이 조사는 낯설지 않다. 매사추세츠의 좋은 교육, 우수한 의료 시스템, 안정적인 직장은 여전히 한인 가정을 이 지역에 머물게 하는 힘이다. 그러나 자녀 대학 학비, 의료비, 주택 마련 부담은 점점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30년에서 40년 전 보스턴에 정착한 한인 1세대가 가졌던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사고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다”는 확신은 지금 세대에게 훨씬 더 좁은 문이 되고 있다.
그래도 완전한 비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빠르지 않지만 최소한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공존한다. 카르키디 씨는 아르헨티나 출신 아내의 말을 전하며 “그곳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매사추세츠에서는 여전히 노력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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