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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대법원, 렌트 컨트롤 주민투표안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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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주 대법원이 전국에서 가장 강력한 주 단위 렌트 컨트롤을 도입하려던 주민투표안을 6월 23일 폐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주 주 대법원이 소득세율을 4%로 낮추려던 투표안을 폐기한 결정에 뒤이은 것으로 대법원이 주민투표안의 무덤이 되고 있다. 


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은 투표안에 담긴 종교시설 예외조항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주 헌법은 종교와 관련된 사안을 주민발의 투표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이번 투표안에 '오로지 종교 목적으로만 운영되는 건물은 렌트 컨트롤 적용에서 제외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법원은 바로 이 예외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봤다. 법을 집행하려면 정부가 특정 건물이 종교 목적으로 쓰이는지를 일일이 가려야 하는데, 이는 곧 종교를 기준으로 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투표안은 헌법이 금지한 '종교와 관련된 사안'에 해당해 투표용지에 오를 수 없다고 프랭크 가지아노 대법관은 27쪽 분량의 판결문에 적었다.


가지아노 대법관은 "오로지 종교적 목적으로만 운영되는 시설에 대한 명시적 예외를 둠으로써 이 청원은 종교를 적용상의 한 요소로 삼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는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올해 초 렌트 컨트롤  반대 측이 투표용지에서 해당 안을 제외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의 투표안은 매사추세츠에서 렌트 컨트롤을 금지한 1994년 주민투표 결과를 폐지하고, 대다수 임대인이 연간 임대료를 물가상승률 또는 5% 가운데 낮은 쪽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통과됐을 경우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주 단위 렌트 컨트롤 제도가 될 수 있었다. 


이 투표안을 추진해 온 세입자 단체 연합 홈스 포 올 매사추세츠(Homes For All Massachusetts)는 수년간 주 의회를 상대로 입법 활동을 벌여 왔다. 매사추세츠의 주거비가 미국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세입자가 갈수록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주의회에 상정되는 세입자 보호 법안을 부동산 업계가 거듭 무산시키자, 옹호 단체들은 지난해 유권자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하고 이번 11월 선거를 겨냥해 주민투표안을 제출했다.


이 투표안은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얻으면서 매사추세츠에서 렌트 컨트롤을 둘러싼 정치 지형을 빠르게 뒤바꿔 놓았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세입자 옹호 단체들이 주의회에서 협상력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그 지렛대는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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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캠페인을 이끄는 노에미 라모스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법원의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법원이 제기한 문제는 쉽게 바로잡을 수 있으며 우리 제안의 본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이 청원을 투표 자격이 있다고 인증한 안드레아 캠벨 법무장관에게도 부담을 안겼다. 지난주 대법원이 소득세 투표안을 폐기했을 때도, 법원은 캠벨 장관의 요약 설명이 유권자에게 사안을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는 점을 핵심 사유로 들었다. 


안드레아 캠벨 장관은 향후 주지사 또는 연방 상원의원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등 조용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기에 두번 연속 대법원에서의 주민투표안 폐기가 향후 장애로 작용할 수도 있다.


투표안에 반대해 온 캠페인 하우징 포 매사추세츠(Housing For Massachusetts)는 23일 판결을 반겼다. 코너 유니츠 위원장은 "렌트 컨트롤이 끼치는 입증된 폐해로부터 우리의 주택 공급 체계와 지역사회를 지키게 됐다"고 밝혔다.


개발업자들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상당수 건설업체는 투표안이 상정될 가능성만으로도 투자자들이 매사추세츠 내 사업 자금 지원을 주저하게 만들어 이미 건설이 둔화되고 있다고 토로해 왔다.


주민투표안의 폐기로 그동안 점차 지지세를 넓혀가던 렌트 컨트롤 절충안도 일단은 추진력을 상당수 잃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절충안은 타운과 시 등 지방정부 선택권 보장을 골자로 하며 임대료 상한은 소비자물가지수에 5%를 더한 수준이되, 최대 10%를 넘지 못하도록 설정됐다. 


미셸 우 보스턴 시장과 모라 힐리 주지사의 지지를 차례로 얻으며 절충안 논의는 빠르게 동력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임박한 투표안이 사라진 만큼, 절충안에 대한 매력도 줄어들고 오랫동안 렌트 컨트롤에 회의적이던 의회로서는 이를 처리할 요인도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절충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견해는 여전히 남아 있다. 렌트 컨트롤 추진 측이 많은 유권자가 임대료 상한을 지지한다는 확신을 갖고 2028년 선거를 겨냥해 투표안을 다시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충 협상을 주도한 윈컴퍼니스(WinnCompanies)의 길버트 윈 최고경영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우리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는 해결이 아니라 유예에 가깝다"며 "투자자들에게는 또다시 2년간의 불확실성이 아니라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절충 협상에서 세입자 단체와 개발업자 사이의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맡았던 매사추세츠 지역개발법인협회(Massachusetts Association of 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s)는 7월 31일 회기 종료 전에 의회가 렌트 컨트롤 정책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한
한새벽 기자
한새벽은 보스톤코리아 기자다. 2012년부터 14년째 뉴잉글랜드 지역 뉴스와 보스턴 한인사회를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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