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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카드와 VHS 테이프가 투자자산으로…수집품 시장 급성장

헤리티지옥션 지난해 매출 21억6천만 달러 기록

스포츠 카드·영화 소품·록 음악 기념품까지 경매시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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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6-05-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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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에서 팔리고 있는 VHS 테이프들
이베이에서 팔리고 있는 VHS 테이프들

집 다락방이나 창고에 오래 방치된 카드, 포스터, 비디오테이프, 스포츠 기념품이 뜻밖의 자산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때 소수 수집가와 전문 딜러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수집품 시장이 대형 경매회사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4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수집품 시장은 이제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문화 자산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 카드, 동전, 우표, 영화 소품, 음악 기념품, 만화책, 게임 관련 상품 등 과거에는 개인의 취향으로만 여겨졌던 물건들이 수십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 본사를 둔 헤리티지옥션(Heritage Auctions)은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1976년 동전 딜러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세계 최대급 수집품 경매회사로 성장했다. 달라스 포트워스 공항 인근에 있는 본사는 약 33만 제곱피트 규모로, 미식축구장 여섯 개와 비슷한 크기다.


헤리티지옥션은 지난해 21억6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5년 연속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소더비가 2025년에 기록한 70억 달러, 크리스티가 기록한 62억 달러보다는 작지만, 전통적인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다.


수집품 시장의 상징적인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헤리티지옥션은 2024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디 갈런드가 신었던 루비 구두를 3천250만 달러에 판매했다. 2022년에는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의 노벨 메달을 1억350만 달러에 판매하기도 했다.


대형 경매회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크리스티는 지난 3월 미국 스포츠 구단주였던 짐 어세이가 평생 모은 록 음악 기념품을 경매에 부쳤다. 이 경매에서 존 레넌의 피아노는 320만 달러, 제리 가르시아의 기타는 1천160만 달러에 팔렸다. 소더비는 미국프로농구(NBA)와 협력해 6월까지 매주 선수들이 실제 경기에서 착용한 유니폼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수집품의 가치는 미술품과는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다. 미술품은 박물관, 갤러리, 큐레이터 등 제도권의 평가가 중요한 반면, 수집품은 커뮤니티의 열정과 수요가 가치를 만든다. 즉, 특정 물건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그 물건에 어떤 추억과 정서가 담겨 있는지가 가격을 좌우한다.


헤리티지옥션의 창업자 스티브 아이비는 동전, 만화책, 스포츠 카드, 엔터테인먼트 기념품을 이른바 “빅 포”로 꼽는다. 이 네 분야는 시장이 넓고, 구매층이 두텁고, 장기적인 수요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포켓몬 카드와 같은 1990년대 대중문화 상품은 최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어린 시절 포켓몬을 수집했던 세대가 이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되면서 구매력을 갖춘 수집가로 시장에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는 한 희귀 포켓몬 카드가 다른 경매회사에서 1천650만 달러에 팔렸다.


수집품 시장의 성장은 인터넷 경매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전문 딜러가 가격 정보를 독점했다. 구매자는 비슷한 물건이 얼마에 거래됐는지 알기 어려웠고, 딜러가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경매가 확산되면서 거래 가격이 공개되고, 구매자들이 더 쉽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헤리티지옥션은 199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판매를 적극 도입했다. 이를 통해 소규모 전문 딜러들을 인수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고객 명단을 흡수했다. 현재 이 회사는 약 9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수집품은 투자자산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다른 대체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투자자들이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다만 이 시장은 순수한 투자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추억, 특정 선수나 영화에 대한 애정, 완성된 세트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가격을 밀어 올린다.


전문가들은 처음 수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금액으로,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분야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반드시 고가 상품만 수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카드, 만화책, 동전, 영화 포스터 등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수집은 쉽게 중독될 수 있는 취미이기도 하다. 아이비는 수집을 “유전적 질환”에 비유하며, 하나의 세트를 완성하려는 욕망이 사람을 계속 시장으로 끌어들인다고 말했다.


결국 수집품 시장의 핵심은 돈보다 기억이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카드 한 장,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하나, 선수의 유니폼 한 벌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특정 시대와 감정을 붙잡아두는 매개가 된다. 그 감정에 시장이 가격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다락방의 오래된 상자가 새로운 자산 창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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