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견리망의見利忘義
보스톤코리아  2024-03-25, 11:25:19 
견리사의見利思義. 논어에 나오는 글귀이다. 이利로움을 보면 의義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안중근의사는 글자를 친필 유묵으로도 남겼다. 

견리망의見利忘義. 작년말 한국신문에 났던 글귀이다. 이로움을 보면 의를 생각키는 커녕 까맣게 잊는다는 뜻이다. 한국대학 교수들이 한해를 돌아보며 인용引用한 사자성어라 했다. 

이런 사자성어는 해마다 나온다. 그런데 몇해전 것을 얼핏 훑터 볼적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온통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한 것들 뿐이기 때문이다. 그게 공부라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내눈엔 이상異常하게 보인다. 

내게 묻는다면 내 대답이다. 이상난동異常暖冬. 정상이 아닌 이상하리 만치 따뜻한 겨울날씨였던 거다. 아닌게 아닌바 지난 겨울엔 비도 잦았다. 눈이 아닌 비라니. 지구과학자들의 진단인데, 엘레뇨 현상이라 하던가. 하긴 작년 12월 중순엔 나방을 본적이 있다. 겨울잠에 들어있어야 마땅한데, 따뜻한 날씨때문에 헷갈렸던 모양이다. 

곽재구 시인이다. 그 해는 아마 사십 수년전 일텐데, 그 해에도 엘리뇨가 있었던 모양이다. 몇구절만 옮긴다. 

‘그해 겨울은 포근하였다./미국 이민을 간 삼촌에게서 편지가 왔고/요리사로 중동에 간 한수아범에게서는/매달 700불이 꼬박꼬박 송금되었다.//벨셈을 않아도 애인들의 손끝에 송이눈은 내리고//임진강물은  휴전선을 넘어서도 졸졸 흘렀으며/나 어린 초병이 너희는 내 적이 아니다고//눈 위에 뜨겁게 썼다.’ (곽재구, 그해 겨울 중에서)

한국 일기예보엔 왕왕 ‘전국적으로’라는 말로 시작된다. 비가 오든지 흐리든지 눈이 오든지. 춥든지 따뜻하든지 국토가 좁아 그럴 게다. 그런 한국도 예년에 비해 전국적으로 따뜻했던가. 이 역시 기후변화 덕인가? 지구 온난화 때문인가 말이다.

지난 몇해 보스톤 겨울 평균기온은 몇도쯔음인가. 섭씨 영零도 근방일텐데, 얼음도 얼듯말듯 했을게다. 이젠 차갑고 눈많던 몇해전이 까마득한 옛날 인냥  싶은 거다. 견온망냉見溫忘冷인게라. 동장군은 왔다가 휑하니 가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달력으론 3월 중순이니 봄이다. 오늘도 날이 흐린데, 비가 뿌릴 듯하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 기억 할 수 있겠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누어 주기를 잊지 말라 (히브리서 13: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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