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오래 되었다는 것 |
보스톤코리아 2023-10-16, 11:25:04 |
작년 가을인가 보다. 이 지면을 통해 졸문을 내놓은 적이 있다. 제목은 느티나무와 팽나무라 했다. 졸문 끝부분에 우리집 마당 병든 나무 이야기도 슬쩍 밀어 넣었다. 나무는 고사枯死지경에 이르렀고 곧 쓰러질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나무는 다리도 피곤할 테고, 비와 눈바람에 지쳤을 수도 있다. 거의 고목枯木이 되었다는 말인데, 너무 오래 그 자리에 서있었다. 과연 몇해던가. 나무는 살아 서있던 동안 비를 맞았을 것이고, 눈을 뒤짚어 썼을 것이며, 바람을 흘려 보내기도 했을 터. 햇빛을 반가워했고, 가뭄에 목마름을 견뎌 내기도 했을 게다. 그러나 나무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남은 가지는 반백半白에 반半대머리 이다만, 몇줄기 푸른 잎은 여전히 붉게 변해갔던 거다. 그렇다고 풍성하진 않았는데,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들은 아름다운 걸까? 무엇이든 오래된 것 앞에선 경외감과 엄숙함이 느껴지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박노해 시인이다. 그의 시 중 한줄이다. … 시간을 견뎌낸 것들은 빛나는 얼굴이 살아난다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지는 것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박노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중에서) 나무를 자르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를 불렀고, 인부들과 특수장비가 동원되었다. 작업은 속전속결에 순조로웠다. 그러나 나야 못내 아쉽고 섭섭하며 짠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앓던 이 빼는 것처럼 시원한건 아니었던 거다. 그루터기는 남기기로 했다. 들어 난 나이테와 무늬를 보고 싶었던 거다. 상당한 나이테 줄이 나타날 것인데, 과연 몇줄이나 될까 궁금했던 거다. 또한 나무 무늬는 검소할 텐데, 두고 두고 들여다 볼 요량이었던 거다. 밑동 그루터기엔 화분이라도 올려 놓을 것이다. 조화弔花는 아니다만, 나무에 대한 애석함과 감사의 표현이라 우긴다. 아내가 허락할 지 그건 모르겠다. 그동안 감사했네. 덕분에 보기에도 좋았고, 선물하던 그늘은 시원했다네. 오래된 나무는 아름답다. 그들이 나무처럼 오래 살며 (이사야 65:22, 현대인의 성경)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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