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 4
보스톤코리아  2023-09-25, 11:24:42 
6번홀 : 인생 그리고 선택과 결정
자! 이제 인생 이야기를 해 보자. 인생도 골프와 마찬가지로 매 순간 순간이 선택과 결정의 연속인 것 같다. “점심은 뭘 먹지? 복권을 살까 말까? 오늘은 누구와 한잔 할까?” 등 간단한 선택에서 부터 “전공은 뭘로 할까?, 직장은 어디로?, 결혼은 누구와?”와 같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까지 인생은 항상 끊이지 않는 선택과 결정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자기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도 골프와 마찬가지다. 마치 벌타를 먹는것 처럼..
지금부터 나에게 주어졌던 몇가지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나는 컨설팅 회사에 입사 후 신입이라는 딱지를 떼고 어느 정도 역할을 해 나갈 쯤 IMF라는 상황이 내 앞에 다가왔다. 컨설팅 회사라는게 제조업처럼 무슨 설비나 고정자산이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취하는 조치가 인원 감축이나 임금의 동결 내지는 삭감일 수 밖에는 없었다. 해서 회사가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인원 감축 없는 임금의 삭감이었다. 내가 받던 월급의 30%가 삭감된 것이다. 물론 말로는 정상화 되면 보상한다는 '보상삭감'이었지만 당장 손에 쥐는 액수에 큰 차이가 나니 견디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젊은놈이 벌어논 재산도 없으니 당장 생활에 큰 지장을 겪게 된 것이다.

자! 이제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믿고 회사에 발 붙이고 꾹 참고 견딜 것인가? 아니면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보다는 나은 조건을 찾아 새 길을 개척할 것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있던 부서의 부장이 자기와 함께 새 회사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사실 회사는 아니고 인터넷관련 벤처기업들이 모여 만든 정부산하의 사단법인 형태의 조그만 법인이고 그 법인의 대표로 내 부장이 스카웃 되어 나와 같이 가고자 제안한 것이다. 물론 규모는 지금보다 작지만 발전 가능성도 있고 무엇보다 정부 산하기관으로 안정적인 면이 나의 결정에 큰 작용을 하는 요소로 부각 되었다..

또 다른 다행인지 불행인지 옆에 있던 부서장이 나에게 자기 부서로 오라는 제안을 한다. 회사가 어렵긴 하지만 어차피 부서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니 이 위기는 곧 끝날 것이고 바로 정상화 되면 보다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꼬신다. (참고로 이 부서장이 나중에 IMF가 끝나고 그 컨설팅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이 부서는 당시 회사에서 가장 잘 나갔던 부서이고 부서장 역시 자신감이 넘치는 카리스마를 겸비하고 있어 이 역시 나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선택의 요소에 많은 것이 작용했지만 결국 일과 인간관계의 두 요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일에 있어 익숙한 업무를 뒤로 하고 업무의 불확실성을 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큰 회사를 등지고 부장과의 의리 하나 때문에 10분의 1도 안되는 규모의 회사, 그것도 이제 막 설립한 회사로 자리를 옮긴다는 것이 일종의 모험 이었다. 마치 3번홀 200야드 언저리에 있는 해저드를 넘기는 모험을 해야 하나 아니면 성에 차지는 않지만 헤저드 못 미쳐 안전하게 놓일 수 있는 안정적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것 처럼…

골프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는 헤저드를 넘기는 즉 새로운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모험을 선택했다. 부장과의 의리도 의리고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큰 규모의 회사에서 하나의 부속품 처럼 주어진 일만 안정적으로 하는 것 보다는 보다 많은 역할과 권한을 가지고 회사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 내 결정의 주요 원인이었다.

선택에 대한 결과는 어떠했나? 잠깐 이야기를 돌려 골프와 인생의 몇가지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골프는 선택의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만 인생은 선택의 결과가 아주 오래 후에 나타난다. 또한 골프는 헤져드나 위기 상황이 눈에 보이지만 인생의 해저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해서 인생이 골프보다는 훨씬 어려운 것인가 보다…

어쨋던 당시 나의 선택에 대한 결과는 십수년이 지난 후에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우연히 예전 컨설팅 회사의 동료를 만난 것이다. 그 친구는 나와 똑같은 상황에서 회사에의 잔류를 선택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회사와 함께 IMF를 견딘 후 그 회사의 중역이 되어 있었다. 기사 딸린 차를 제공 받으며 떵떵 거리는 모습이 왠지 나도 그냥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이 감정은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아니다. 다른 선택에 대한 결과를 유추해 볼 뿐 다른 의미는 없다. 나는 나 나름대로 새로운 경험과 능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았고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인연들을 소중히 이어 나가기 때문이다. 선택과 결정에 대한 책임이나 대가 또는 그 반면의 보상 역시 온전히 그 길을 선택한 자신에게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아주 가끔 나는 이런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결정과 선택을 남에게 미루고 그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고 애 쓰는 사람들… 하지만 결정을 남에게 미루는 결정 또한 자신이 한 것이다. 따라서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지 결코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에서도 골프에서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선택은 없다. 단지 그 선택이 무모한 선택인가 안정된 선택인가는 확률과 분석에 따라 자기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과 보상 또한 자기 스스로 져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다.


박진영 (보스톤라이프스토리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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