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을 통해, 나르시시즘의 두 형태인  'Grandiose Narcissism(과장된 나르시시즘)'과  'Vulnerable narcissism(민감한 나르시시즘)'을 소개하였다.  힐러리의 겉으로 드러난 자신감, 카리스마, 감동을 주는 언변 등의 모습은  그녀가  '과장된 나르시시즘'에  가깝다는 결론을 쉽게 내리게 하지만, 안에 갖고 있는 힐러리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필자의 견해가 다소 주관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점에 양해를 구한다. 

힐러리의 나르시시즘의 형성은  그녀의 어머니, 도로시의 '오뚝이' 성품(Character)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성품이란 '긍정적인 삶을 향한 자기암시의 열쇠'이다. 즉, '성품이 인생을 결정한다'라는 결론을 감히 필자는 주장한다. 사람의 성품 형성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언제 고착이 되는가에 대해 다소 다른 견해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품이 환경에 의해 변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성격(Personality)과 성품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성격은 환경에 의해 변화한다. 예로, 학교 다닐 때 조용한 성격의 동창생이 이십년 후 졸업동창회 모임에 나갔을 때 호탕하고 자신만만한 성격으로 변화하였음을 보는 경험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처럼 성품은 변화하기가 힘들다. 성품은 타고난 사람의 기질, 천성(Nature)을 바탕으로, 태어나서 6-8세까지의 인생의 경험을 통해 '사회성, 질서, 권위, 양심, 도덕성, 윤리성, 규범, 사랑, 자애'등의 인격형성을 통해 자신의 성품을 형성하는 것이다. 

힐러리 어머니 도로시는 태어나서부터 부모의 끊임없는 가정폭력을 경험했고, 부모의 가난한 경제력으로 수 없이 학교를 옮겨야 했다.  결국 도로시의 부모는 8세에 이혼을 했고, 서로 양육포기를 하면서, 조부모 손에 키워지게 되었다. 8세부터 14세까지 조부모의 끊임없는 정신적 학대를 견디지 못하여, 14세에 가정부 직업을 구해 조부모 품을 떠나 자립하였다. 이러한 열약한 환경을 딛고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자동차 판매 사무실에 경리로 일하게 되었다. 18세에 8년 연상인 힐러리 아버지인 휴 로댐(Hugh Ellsworth Rodham)을 만났다. 힐러리의 어머니 도로시는 5년동안 연애를 하고 결혼을 결정했고, 결혼하고 5년 뒤 첫 아이인 힐러리를 낳았다. 도로시가 어떻게 오뚝이 성품을 형성하였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지만 도로시가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그녀의 어린시절 이미 형성된 '오뚝이 성품'이 있었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또한 그 시대의 여성화를 생각해볼 때, 도로시는 혼자 사는 일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결혼을 하지 않은 결단력을 보여주었고, 아버지 휴 로댐이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을 때 첫 아이인 힐러리를 낳은 점 등, 도로시는 이미 힐러리의 탄생의 과정부터 자신과 아주 다른 환경을 주려했던 것 같다. 힐러리 자신도  자신의 어머니인 도로시가 열약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수 많은 역경을 극복하여, 온정적이며 분별있는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그 힘에 삶의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힐러리의 오뚝이 캐릭터는 그녀가 결심한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했다.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의 수 없이 많았던 불륜관계에서 조차 그녀는 꿋꿋이 자신을 지켰을 뿐 만이 아니라 빌을 위기에서 구해주곤 했다. 도로시는 힐러리가 빌의 섹스 스캔들로 위기에 빠졌을때, "내 딸은 감정이 섬세하지만 감정에 지배당하지는 않는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 말했던 것처럼 힐러리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의 오뚝이 성품을 통해 감정이 아닌 책임감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나르시시즘이 병리적 형태를 갖느냐, 성숙한 형태를 갖느냐의 중요한 열쇠도 성품 형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프로이드(Freud) 와 코헛(Kohut) 의 나르시시즘의 견해를 통해 설명한다. 생애 초기의 유아는 모든 것이 자기로 향한 사랑의 마술 같은 환상적 전능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프로이드는 이것을 일차적 나르시시즘(primary narcissism)이라 불렀다. 이후 발달을 거치면서 일차적 나르시시즘의 상태에 있던 유아는 외부대상과의 접촉을 통해서 대상사랑(Object-Love)을 할 수 있도록 성숙해진다. 만약 대상사랑이 결핍되면 그 대상 대신 다시 자아로 철수하며 다시 자아에 투여함으로써 다른 외부대상을 사랑하거나 외부대상에게 관심을 두지 못하고 모든 에너지를 다시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시키거나 모든 관심을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시키는 상태가 된다. 이것을 프로이드는 이차적 나르시시즘(secondary narcissism)이라 명했다. 따라서 프로이드에게 있어서 이차적 나르시시즘은 일차적인 나르시시즘을 긍정적으로 충분히 잘 구조화되지 못해서 오는  자기의 결핍(deficit)의 문제이고 자기의 장애라고 본 것이다. 

정신분석가 코헛은 프로이드와 다른 나르시시즘의 견해를 가졌다. 코헛은 인간의 자기사랑(Narcism)과 대상사랑(Object-Love)은 둘 다 각각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일생동안 발달적 측면에서 상호적으로 함께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코헛은 이차적 나르시시즘은 대상사랑으로부터 다시 자기사랑으로 퇴행되는 의미에서의 병리적 나르시시즘 만이 아닌, 일차적 나르시시즘(유아적 자기애)으로부터 보다 성숙한 형태로 변형되는 나르시시즘(건강한 자기존중, 자기사랑)의 고유한 발달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으로 보았다.  코헛에게 있어서 나르시시즘은 프로이트의 주장에서처럼 대상에서 결핍된 사랑을 자기 자신에 대한 몰두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자기의 일부로 경험하는 대상(자기대상)과의 관계를 전제하고 있다. 프로이드의 나르시시즘은 자기관심, 자기집중 혹은 자기몰두와 관련하지만, 코헛의 나르시시즘은 자기와 대상간의 관계들의 속성에 그 초점이 있다.  프로이드의 병리적 나르시시즘은  '자기자랑'이 많은 나르시시즘, 코헛의 성숙한 나르시시즘은 진정한 '자기사랑'을 표현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두 개의 학설을 살펴볼 때, 힐러리의 나르시시즘은 그녀부모의 풍족한 대상사랑을 통해 튼튼한 '자기사랑'을 구축했던 것 같다.

'자기자랑'이 많은 나르시시즘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남들에게 자신의 강점만 보여주려고 지나치게 남들을 의식하고, 타인에게 의지하여 행복을 추구하려 한다. 사실 남들을 의식하면 할수록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살기가 그 만큼 어려워진다.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기에 점점 더 진정한 자기 사랑보다 자기 자랑이 많아진다. 반면, '진정한 자기사랑' 은 자신의 단점을 쿨하게 인정하고,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고, 실수를 거듭해도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행복한 삶은 진장한 자기사랑에서 비롯된다.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삶을 통제해 주기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려 부단히 애를 쓴다. (이정곤-'성품의 힘')

모녀관계는 무의식중에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엄마가 되어 자신이 낳은 딸을 키우며 자신의 엄마로부터 자신이 인격체로 수용되지 않았던 상처,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수용하지 못했던 엄마와의 관계 안에서  결코 독립하지 못했던 자신의 일부를 보게 된다.  그러면 힐러리의 이 삼대의 걸친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남자의 선택'이었다. 힐러리의 삼대에 걸친 '남자의 선택'의 '공생관계의 환각(symbiotic illusion)'을 다음 칼럼을 통해 이야기 해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