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토론 서로 입장만 확인
보스톤코리아  2010-03-08, 13:42:58 
백악관에서 의회 지도자들과 의료보험 개혁 토론을 벌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백악관에서 의회 지도자들과 의료보험 개혁 토론을 벌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정성일 기자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안 통과를 위해 지난달 25일 준비한 백악관 토론회가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이 토론회 자리에는 민주당 상하원 원내대표, 공화당 상하원 원내대표 등 양당 의원 38명과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 등 모두 41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은 오전부터 시작해 오후 늦게까지 무려 7시간 반 가까이 계속됐다. 토론 장면은 CNN, MSNBC, C-SPAN 등을 생중계 되었다. 백악관과 의회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법안을 협의하는 과정이 TV로 생중계 되는 것은 상당히 보기 드문 일이다.

기조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토론회 전날 초당적으로 처리된 150억 달러 규모의 일자리 창출 법안을 거론하며 “이 자리가 카메라 앞에서 보여지는 연기나 정치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장에 나오면서도 “계획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곧이어 정치 공세가 이어졌다. 공화당 측 기조 연설에 나선 라마 알렉산더 의원은 민주당의 의료보험 개혁안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민주당이 계속해서 밀어붙인다면 이 토론회는 있으나마나 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사안이 급한데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간이 없다”고 일축했고,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 원내 대표도 “공화당은 1981년 이후 21차례나 비슷한 방식으로 법안을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전에는 양측의 정치 공방전이 이어졌다.

점심 식사 후 재개된 토론회에서는 의료보험 개혁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토론을 이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양측의 입장만을 확인하는 평행선이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회자와 토론자 역할을 겸하며 양당의 합의안 도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공화당이 기존 의료보험 개혁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주장에 번번히 가로막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토론 말미에 “1년 동안 끌어온 토론을 다시 할 수 없다”며 “몇 주 정도 절충을 시도한 뒤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3월까지 타협이 여의치 않을 경우 상원에서 60석이 아닌 단순 과반(51석)으로 가결되는 조정(reconciliation) 방식으로 강행처리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은 토론회가 끝난 후 지난 2일, 의회 지도부와 양당 원내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백악관 토론회에서 공화당이 제안한 네 가지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용하기로 한 공화당의 제안은 메디케이드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허위 보험금 청구를 적발하기 위해 환자를 가장한 조사관들의 활동 허용, 의료 사고 관련 이슈에 대한 연구 프로그램 지원 확대, 의료보험료 비축 자금 활용 확대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서한은 의료보험 개혁에 끝끝내 반대하는 공화당에 대해 마지막까지 초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11월 중간선거에서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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