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창래, 새 책 오바마에게 선물하고 싶다
보스톤코리아  2010-03-14, 23:06:41 
하버드 북스토어에서 보스톤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창래 씨
하버드 북스토어에서 보스톤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창래 씨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최현정, 장명술 기자 = 1인칭 자전적인 소설만으로도 헤밍웨이 재단 상을 받을 정도로 탄탄한 글쓰기를 자랑하는 한인 소설가 이창래씨가 최근 그의 신간 “항복자들(The Surrendered)”를 출판했다.

무려 6년여만에 탈고한 이 소설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3명의 주인공의 얽힌 삶을 조명하는 장편으로 뉴욕 타임즈, 워싱톤 포스트, 보스톤 글로브 등 주요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지난 10일 저녁, 출판 기념회 및 독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기 위해 캠브리지 소재 하버드북스토어(Harvard Book store)를 방문한 소설가 이창래 프린스턴 대 교수와 출판 기념회 직전 인터뷰를 가졌다. 뜻하지 않게 오래 걸린 무거운 내용의 대작 소설을 끝낸 산고를 겪은 탓인지 그는 가볍고 유쾌하게 인터뷰를 이끌었다.

약 175페이지의 짧고 보석 같은 책을 쓰고자 늘 시작하지만 번번히 그 목표를 지키지 못한다는 그는 즉흥적인 글쓰기를 사랑한다. 처음에는 시를 쓰다 결국 소설가에 입문하게 된 탓인지 뚜렷한 시놉시스를 갖고 계획하에서 글을 쓰기보다는 등장인물을 ‘느끼며’ 글을 쓴다고. 좋은 글이란 진심이 담긴 글이란다.

그는 자신의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전작 3편은 모두 개인의 정체성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번 작품 항복자(The surrendered )를 전작들과 비교하자면?
전작들은 주로 1명의 나레이터가 있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3명의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를 각각 따라가야 한다. 때문에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해지고, 길어진 경향이 있지만 결국은 그 인물들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 설킨다. 좀

더 큰 관점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트라우마처럼 큰 역사적 사건을 겪으면서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치유해나가는지, 받아들이는지를 중점적으로 그렸다.

1950년대 와 1980년대를 주로 배경으로 하고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의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큰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나이대가 적절해진 시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 주인공들이 70대가 되버리니까 너무 나이가 많은 것 같아서1980년대다. 사실, 이 책의 첫 부분이 아버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피난민들이 기차를 타고 피난을 가는 부분.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차 지붕에라도 매달려서 피난을 가야 했던 사람들… 대학시절 그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들었었는데, 그래서 한국 전쟁에 관한 내용부터 시작한다.

책을 선물로 줄수있다면, 누구에게 주고싶은가?
버락 오바마에게 주고싶다. 버락과 미셸 오바마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얘길 들었다. 이유는 그 트라우마와 같은 사건(전쟁)이 개개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볼 수 있기때문이다.

한국이란 실제 생활에서 그리고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내 한국가족에게도 또 혼합된 내 가족에도 중요한 의미다. 특히 이 번 책(항복자들)은 한국전쟁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 언제나 나의 작품 속에 있다. 그게 뒷배경이라도 말이다. 마치 공기 같은 느낌으로 있다. 비록 나의 삶이 대부분 한국인으로 살지 않았지만, 사실 한국에 가면 내가 이방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느낀다.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뭔가를…

이번 항복자들은 오래전부터 출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꽤나 오래 걸렸다. (책을 쓰는데)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이 보통인가?
아니다. 보통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책은 정말 장편 소설이고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들을 써야 했기 때문에 아주 오래 걸렸다. 아직도 내가 늘 하는 일을 배우고 있다. 다음 책은 결코 (항복자들 처럼) 6년이나 걸려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새로운 책은 2년 또는 3년 정도에 쓰고 싶다. 그게 목표다. 하지만 그 목표가 자주 빗나간다. 언제나 시작할 때는 좋고 짧은 책을 생각하며 시작한다. 약 175페이지 정도의 작은 보석 같은 책 말이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좋은 글이란 사실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감정적인 사실, 즉 진심을 담아내는 것이다. 독자가 글을 읽으면서 나와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글. 이것이 서술이든, 어떤 장면이든, 상황이든, 거짓 없는 사실이 담기면 독자들은 나를 알고 느끼게 된다. 독자들이 감정이 이입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실을 쓴 것이다.

독자와의 대화

­10일 7시부터 시작된 독자와의 대화는 소설가 이창래 교수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버드 북스토어 측이 준비한 의자가 턱없이 모자라 많은 사람이 서서 그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 100여명은 훨씬 넘었다. 보스톤 총영사관 김주석 총영사도 방문해 독자와의 대화시간을 같이 했다.
다음은 독자들과의 질문 대답 내용중 간추린 것이다.

 인물들이 매우 흥미로운데, 주로 어떻게 인물을 창조해내는가? 주변의 인물에게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창조해내는지?
내 소설의 모든 캐릭터는 허구의 인물이다. 사실 소설속의 인물을 설명해내는데 실존하는 인물을 토대로 구성하는 것이 훨씬 힘든 것 같다. 실존 인물의 인생과 경험들이 그 사람을 만들어내는데 소설속에 끼워 맞추기가 더 힘들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캐릭터들이 내(작가자신) 모습을 조금씩 갖고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나, 내가 생각하는 나다운 나,, 등 나의 조그마한 부분들을 갖고있다고나할까.

글쓰기를 할 때 어떻게 계획하는가 ?
나는 아주 느슨하게 계획을 한다. 나는 등대와 망망대해와 같은 상황설정을 하고 등대는 캐릭터가 되고 한 설정에서 무언가가 되고, 결국은 어떤 곳에 다다른다....아마도 나는 ­계획을 많이 할수록 즐겁게 글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따라서 글을 쓰면서 방향을 찾아간다. 나는 언제나 즉흥적으로 쓰는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목적을 가진 즉흥적인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이 두가지의 조합이다.

책을 쓸 때 어떤 자료 준비를 하는가, 어떻게 등장인물을 묘사하는가?
특히 이번 책을 쓸 때는 정말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프린스턴 도서관에 자료가 많아서 리서치 할 수는 있지만 정말 그 상황을 느끼기에는 힘들다. 당시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한 방법이며, 또한 중요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진이다. 지금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지만 사진을 보면 당시를 볼 수 있다. 좋은 사진은 그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좋은 사진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감정과 복장들까지 알아낼 수 있다.

­책의 제목은 어떻게 붙여지게 된 것인지?
주인공 3 사람이 역사적인 사건에 어떻게 굴복하게 되는지, 불가항력인 역사의 희생자가 되는지... 세 인물이 서로간에 굴복하고 그들 자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에 굴복하는, 이책에는 많은 받아들임이 있다. 비록 행동은 잔인하지만 많은 받아들임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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