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그리고 한국인
보스톤코리아  2011-04-04, 13:08:30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홍수진 인턴기자 = 한국 드라마를 보다 결국엔 직접 한국으로 날아간 보스토니안이 있다. 홍콩계 미국인, 제나 라우(Jenna Lau, 23)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월 26일 오후, 하얀 눈으로 덮인 보스톤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안녕하세요. 저는 제나입니다.”하고 수줍게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BU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특히 재정과 회계에 관심을 가졌던 제나는 현재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그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시크릿 가든> 이야기에 환한 웃음꽃을 피웠다. 그런 그녀의 목표는 영어자막 없이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한국 학생을 만나 한국어도 배우고 있다. 서툴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그녀에게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진다. 드라마로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 이곳 보스톤에서 그 인연을 소중히 지켜나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한국에 가기로 결심하게 된 구체적 계기는 무엇인가?
많은 한국 드라마들을 보며 한국의 문화는 어떤지,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졌다. 특히 드라마 <가을동화>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너무 슬퍼 펑펑 울면서도, 한국어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어 공부를 위해서는 직접 한국에 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친구들은 내가 농담하는 줄로만 알았다. 심지어 한국 가기 2주 전까지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짐 싸고 준비하는 나를 보면서, “정말로 가는 거야?”하고 물으며 점차 실감하는 듯 했다. 물론 친구들은 내가 예전부터 한국 드라마와 문화,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줄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내가 한국에 가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걱정을 많이 하셨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땅에서 혼자 지내야 하는 딸이 걱정 되셨을 법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아버지께서는 가서 재미있게 잘 지내다 오라며 격려해주셨다. 그렇게 2008년 여름 처음으로 한국에 가게 되었다.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는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문화와 그 속에서의 삶, 한국 그 자체를 모두 경험하고 싶었다. 잠을 자기 위해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 빼곤 항상 밖에서 돌아다니던 편이라, 한국어 선생님께서 “어딜 그렇게 매일 다니니?”하고 물어보실 정도였다. 주로 쇼핑을 많이 다니긴 했지만(웃음).

한국에서 어떻게 한국어 공부를 했나?
보스톤에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있는 어학당 몇 군데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어학당 소개나 전반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어떤 곳을 선택 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외국인들은 주로 서울 소재 명문 대학의 어학당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어학당은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라 가고 싶지 않았다. 한국어만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공부해야만 한국어를 빨리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국사람이 영어공부를 위해 이곳 보스톤으로 어학연수를 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서울 회기동에 있는 경희 대학교 어학당이었다.

한국어를 공부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경어법이었다. 모든 동사 형태를 다 외울 수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동사를 변용시켜야 하는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반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웃음). 나이에 따라서 혹은 사회적 위치에 따라서 호칭을 다르게 불러야 하는 것들도 나에겐 너무 생소했다.

어학당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같은 반에 나보다 5살 정도 많은 남학생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나에게 그 학생을 “오빠”라고 불러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나에겐 너무 어색해서 절대 오빠라고 부르진 않았지만, 사람 마다 다른 호칭과 경어법을 사용해야 하는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그러한 경어법이 한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경어법 사용의 좋은 점은 공손함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어법을 사용하면 자신보다 윗사람에게 존경심과 겸손함, 예의를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어법 덕분인지 한국인들은 대체로 공손하다.

하지만 경어법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 수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호칭을 높여 부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직장 상사와도 언제나 친근하게 얘기할 수 있고 서로 가까워 질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경어법 사용 때문에 직장 상사와 어색하고 딱딱한 관계를 갖게 되는 것 같다.

한국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나?
내가 지금까지 만나봤던 한국인들은 모두 그들의 언어를 자랑스러워 했다. 한국에서 한 가게에서 일하는 언니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 언니는 영어를 조금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늘 한국어로 얘기하고 가르쳐주려고 노력했다.

기숙사 친구들 역시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내가 한국어 관련 질문을 할 때마다 단순히 대답하는 것을 넘어서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예를 들어주며 자세하게 알려주곤 했다. 영어가 국제언어로 통용되는 시대를 살면서 한국인들 역시 영어공부에 여념이 없지만, 그들이 가진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 특히 청소년들의 한국어 파괴 현상이 심각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현상은 어느 나라, 어느 문화이든지 간에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소위 속어(Slang)가 빈번히 사용되니 말이다. 때로는 영어를 변형시키는 것을 넘어서 전에 없던 새로운 용어를 창조해내기도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록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한국어를 파괴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들은 한국어를 파괴하기 전에, 한국어의 역사와 뿌리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러한 속어(Slang)들을 학문적인 글쓰기에서 사용하진 않을 것이다. 또래끼리 대화할 때 사용하는 수준인 만큼, 어느 곳에나 발생하는 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한국에서 보스톤으로 돌아온 뒤로 한국어 공부에 많이 소홀했었다. 지금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고 있는 한국인 친구와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어 실력을 많이 쌓고 싶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한국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한국에 간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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