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보다는 이해 (2)
보스톤코리아  2014-11-03, 15:31:36 
2014-06-27

'제대로 읽는 방법'에 대한 설명서는 사실 넘쳐날 정도로 많다. 가장 유명한 예로는 모티머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How to Read a Book)"이 있다. 1954년도에 미국에서 처음 발간되어, 1986년 민병덕 번역으로 한국에서도 출간된 이 책은 독해 수준과 분석력(애들러는 이를 'Dimensions of reading: 독서의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등 단계를 나눠서 '책을 읽는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독서 기술에 관한 고전 같은 존재다. 읽기, 쓰기를 배우기 위해 어린이가 페이지를 빠르게 넘겨가며 책을 읽는 초급 단계부터 일정한 시간 내에 주어진 분량을 모두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중간 단계, 그리고 철저하게 책을 파고 들어, 배경과 작가의 의도까지 모두 읽어내는, 책을 분석하는 단계까지 가이드 라인을 잡아준다. 이를 통해 단순히 책을 읽는 속도를 향상시켜 줄 뿐만 아니라, 의지만 가지고 읽을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책을 위해 필요한 독서 기술을 훈련시켜주기도 한다. 

1972년도에는 초판본에 추가로 시, 역사, 과학, 소설 등 장르별로 비슷한 책을 읽고 비교, 분석까지 하는 'Syntopical reading'과 애들러가 추천하는 책들의 목록을 추가했다. 이 권장도서 목록에는 고전으로 꼽히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톨스토이의 "죄와 벌"은 물론이고, 막스의 "공산당 선언"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독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폭넓은 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독서를 조금 더 근본적인 시각에서 보고 싶다면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Die Well der Bücher: The Well of Books)"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이 제목 그대로 독서 방법에 대한 설명서라면 헤세의 저서는 책을 즐기는, 명작들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독자의 자격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한국어 번역 출판본에서는 "독서의 기술"로 제목이 바뀌었지만 원제 "The Well of Books" 즉, "책의 세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술서보다는 오히려 평론가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책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전문적인 시선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이 책 역시 중간 정도에 헤세가 추천하는 '세계 문학 선정 목록'이 있다. 논어, 불경, 성경, 소크라테스 등의 종교와 철학부터 시작해서 고대와 중세 시대의 셰펴의 "그리스 설화집", 성 아우구스트스의 "참회록", 단테의 "신곡" 등을 거쳐 현대 시대의 대작가들인 바이런, 키츠, 에드거 앨런 포, 괴테, 도스토예프스키, 심지어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배릿이 주고 받은 편지글이나 러스킨의 자서전, 비스마르크가 가족들에게 쓴 서신들까지 정말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추천하고 있다. 독해의 기술적인 면보다 저자가 생각하는, 독서를 즐기는 현대의 독자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에 더 중점을 두는 만큼 더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다.

학부모가 학생과 함께 올바른 독서 습관을 공부하고 싶다면 다니엘 페낙의 "소설처럼(Comme un Roman)"도 좋다. 위 두 저자와는 확연히 다른, 자유로운 책 읽기에 대한 에세이다. 작가나 비평가가 아닌 아이들을 가르치며 학생들을 위한 글을 쓰는 페낙이 스스로 생각하는 책읽기 교육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페낙이 에세이에서 주장하는 독자의 권리 열 가지 중 첫 번째가 '책을 읽지 않을 권리'인 것만 봐도 저자가 억지로 책을 읽어야 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지루해 하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난다. 강박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고, 숙제를 끝내듯 책 한 권을 끝내자마자 "어때? 재미있었어? 이해가 되니? 뭘 느꼈는지 얘기해봐!" ('소설처럼' 중에서) 라고 심문 받는 아이들이 점점 더 책을 싫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해준다. 필자도 시험을 보기 위한 독해 기술을 가르치고 있지만 독서는 결국 즐거워야 한다는 페낙의 관점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실전 독해'를 가르치기 위해 쓰는 참고서 중 한 권의 서문에는 이런 말이 나와있다: '추론, 글의 목적, 글의 주제, 문장법, 어법 등 각종 독해 시험에 나오는 문제 유형에 대비할 수 있다.' 물론, 독해에는 기술이 필요하고, 주제에 따른 글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법론이 요구된다. 다만, 글을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단순히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세 작가 애들러, 헤세, 페낙은 모두 독서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했지만, 책을 읽고 싶다는 의지 없이는 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공통적으로 얘기한다. 새로 바뀐 SAT도 그 점을 이해했기 때문에 단순한 독해 위주의 문제 유형을 탈피해 글을 파악하고 작가의 논리를 이해하는 문제들로 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이나 책을 읽는 올바른 '법'은 결국 없다.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독자가 될 수 있을 뿐. 


오승준 (Albert Oh)  
SD Academy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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