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법
보스톤코리아  2014-02-24, 12:04:28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 공약 중 하나였던 "공교육 정상화 촉진•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안", 이른바 '선행학습 금지법'이 통과되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번 법안에는 학교의 정해진 교육과정 및 방과 후 과외활동 등에서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를 금지하고 학원이나 개인 과외 강사도 선행교육을 광고 또는 선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이 법안에 의하면, 학교의 입시 및 입학 전형이 정규 교육과정 이상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며, 선행학습 유발 행위에 대한 감독 및 처벌을 위해 교육부 장관 소속의 '교육과정 정상화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하였다. 이 심의위원회를 통해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선행교육을 하거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한 공립 및 국립 학교의 설립자나 경영자, 학교장 등에게 시정명령, 학생정원의 감축, 학급/학과의 감축 또는 폐지 등을 명하는 등 행정처분 형식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사교육의 경우, 학원 설립자나 운영자, 개인 과외 강사 등에게는 영업 중지를 명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과 사교육 업계, 특히 학원이 성행하는 대도시의 학원 관계자들은 '선행학습 금지법'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방향이고, 학교 현장에 미칠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선행학습이 사교육 시장에서 이뤄지는 상황에 구체적인 처벌 조항도 없는 광고 금지 조치만으로는 실제 선행학습을 줄이는 데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많은 전문가들 또한 학원 또는 개인 과외뿐만 아니라 자사고 및 특목고에서도 일반 공립학교에 비해 교육 과정 자율권을 훨씬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선행학습을 줄이기 위해선 법안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사실 이번 선행학습 금지법의 최대 단점은 근본적인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 환경 그리고 그 경쟁 속에서 목적이 수단이 되어버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사고방식은 그대로 둔 채 현상만 제거하려고 하는 방식에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의 소위 명문고의 존재와 서열화된 대학, 그리고 이런 학교들의 입시전형이 요구하는 불가피한 경쟁 사회가 존재하는 한 법으로 선행교육과정 및 선행학습의 광고를 금지한다고 해서 공교육이 정상화 되거나 선행학습이 없어질 리는 없다.

물론 선행학습이 무조건적으로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 또한 여러 학생들에게 선행 학습 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고, 학교 수업 진도보다 미리 개념이나 이론을 익히게 되면 학교에서 '다시 한 번' 배울 때 훨씬 편하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AP 나 Honors 수업 같이 높은 학업 수준이 요구되는 경우, 충분한 예습이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정규 교과과정 (Standard curriculum) 보다 몇 년치 이상을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수준에 맞는 수업에 대한 예습을 진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방정식조차 배우지 못한 중학생이 미국 교과과정 10학년 정도에 해당하는 Algebra II 를 미리 배우는 것은 무리다. 특히 심화 과정, 혹은 높은 수준의 수업에 다가갈 수록 기본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기초적인 이론을 모두 완벽히 응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된 후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평균적인 미국 고등학교라면 Pre-Calculus 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만이 AP Calculus 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많은 유학생들이 내신 점수를 올리기 위해, 동기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업을 이수하기 위해, 혹은 학교 수업에서 힘들어하지 않기 위해 선행학습을 한다. 단순히 경쟁에서 무조건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스스로 무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여유가 필요하다. 


오승준 (Albert Oh)  
SD Academy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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