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부정행위에 대한 고찰 (2)
보스톤코리아  2013-03-25, 15:30:01 
모든 행동에는 동기가 있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경쟁 사회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기 중 하나는 ‘남들보다 앞서고 싶다’일 것이다. 물론 경쟁이 나쁜 것도 아니고, 더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또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남들보다 앞서고 싶은 마음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도 그렇고 유독 한국에서 계속 SAT 문제 유출 스캔들이 되풀이되는 것을 볼 때마다 필자는 부끄러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한 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그런 부정 행위—알고 했건 모르고 했건 상관없이 SAT 문제 유출은 부정행위다—가 반복 되는 것이다. 즉, 자녀를 미국 명문대에 쉽게 보내려는 학부모들과 돈을 쉽게 벌려는 강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입시 시장에서 수요가 있으니 여러 학원, 강사들이 문제 유출의 유혹에 빠진다. 아무리 학원 강사 혹은 대입 컨설턴트가 전문적인 소견으로 SAT 점수는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조언을 해주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미국 대학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면서도 한국적인 사고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SAT는 수능과 같은 ‘미국 대학 입학 시험’이기 때문이다.

유혹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미국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독해, 작문, 문법 공부를 하면서 내신 관리, 대입 원서 등 입시 준비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 ‘만점을 보장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마음이 동할 만도 하다. 부정행위이긴 하지만,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남들 다하는 편한’ 방법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속삭임에 넘어가는 것이다. 제대로 배우고 공부해서 원하는 점수를 얻기는 너무 힘들어만 보인다. 그렇지만 당장의 불안감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면 안 된다. 그렇게 ‘편한’ 방법을 찾아 조금이나마 점수를 올리고, 꿈에 그리던 명문대에 진학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침대 한 가득 읽어야 하는 책들, 자신의 생각을 같은 반 학생들 앞에서 해야 하는 발표, 매일 같이 감당해야 하는 과제, 리포트, 시험들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편한’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입학연도로 학번을 따지고, 입학허가만 받으면 명문대학생으로 인정해주는 한국에 비해 미국 대학교에서의 입학 허가는 큰 의미가 없다. 커뮤니티컬리지(Community College)에 다니다 편입을 해서 들어오건, 졸업을 하는데 6-7년이 걸리건 일단 학교가 요구하는 필수 교양 과목과 전공 과목들을 모두 이수하고 졸업장을 받아야 그 학교의 동창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명문대일수록 학교의 교육 과정을 잘 마치고 무사히 졸업해서 사회에서 성공할 인재를 입학 사정 때부터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대학 입학처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 점수만으로 증명하려는 학생이 아니라, 학생의 미래를 예상하고 학교의 학풍에 어울릴만한 학생들을 합격시킨다.

‘그런 일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설사 부정행위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입학 사정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SAT 부정행위 스캔들에 대한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주요 대학 입시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연하다. 어떻게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의 이름을 빛내줄 인재를 찾는데 단순히 표준화된 점수 10점, 20점 차이로 사람의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미국 대학의 입학 전형은 학생의 다양한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결국 SAT 성적은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이들은 문제 유출 사고보다 한국의 SAT ‘올인 (All-in)’ 분위기를 꼬집었다. ‘SAT 점수에 집착하지 말고 다른 부분들에서 강점을 찾아보라’는 입학 사정관들의 현실적인 얘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 필자가 대입 컨설팅을 할 때도 SAT 점수 몇 십 점을 올리기 위해 몇 개월을 투자할 바에는 그 시간에 본인의 장점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다른 활동에 집중하라고 조언하는데, 그게 학생을 위한 길이라는 믿음이 더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

혹자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쪽에선 불법행위를 도운 학원이나 강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필자는 학생, 학부모, 관계자 모두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상주의라고 말해도 좋다. 하지만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 혹은 그런 부정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까지 편하게’ 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당당히’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승준 (Albert Oh)
SD Academy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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