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32세 풍월주風月主 신공信功(22)
보스톤코리아  2023-05-29, 11:38:13 
진성여왕 2년(888년)에, 각간 김위홍이 대구화상大矩和尙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가집인 삼대목三代目을 편찬하였다.443) 아쉽게도 삼대목은 현존하지 않는다. 만약 이 최초의 가집歌集이 오늘날 발견된다면 그 문학적, 역사적 가치는 대단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대목에 어떤 향가가 실렸었는지 제목 조차도 알 수 없다. 다만 옛적부터 구전되었거나 그 당시 불렀던 향가들로 엮었을 것은 분명할 것이다. 다행히 대구화상과 향가에 대한 기록이 삼국유사에도 등장하기에 좀 더 폭넓게 추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삼국유사에 보면 화랑의 우두머리, 즉 국선들인 예흔랑과 요원랑, 계원, 숙종랑 등이 심신을 수련하기 위하여 국토를 유람하면서 지어 부른 노래를 사지舍知(13등급) 심필心弼을 시켜 향가 작가로 이름난 대구화상에게 보내어 경문왕을 칭송하는 향가인 현금포곡玄琴抱曲, 대도곡大道曲, 문군곡問群曲 등 3수를 짓게 하였다. 노래를 다 지은 대구화상은 이를 경문왕(진성여왕의 아버지)에게 보고하자,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화랑 국선들을 칭찬하고 상을 내렸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진성여왕은 화랑의 국선 출신인 아버지 경문왕을 위하여 화랑들이 호연지기를 키우며 부른 노래들을 많이 삼대목에 실었을 개연성이 크다(앞서 언급한 세 곡은 분명히 삼대목에 실렸을 것이다). 또한 삼국유사에 기록된 14수의 향가 중에서 두 수인 ‘모죽지랑가’와 ‘찬기파랑가’는 화랑들을 칭송하는 향가로, 이들이 그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는 화랑 득오得烏가 죽지랑을 떠올리며 지은 노래로 자세한 내용은 32세 풍월주 신공조(3, 4편)에 다루었다.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는 제망매가와 함께 향가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이다. 765년 이전 신라의 대표적인 향가 중의 하나인데, 승려 충담사忠談師가 모범적인 화랑 기파랑이 죽은 후 냇가에서 제를 올리면서 읊은 향찬으로 기파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이다.
김완진의 해석을 인용하면 노래는 다음과 같다.
<흐느끼며 바라보매/ 이슬 밝힌 달이/ 흰 구름 좇아 떠 간 언저리에/ 모래 가른 물가에/ 기랑耆郞의 모습인 수풀이여/ 일오逸烏 내川의 조약돌에/ 낭郎이여 지니시던/ 마음의 가를 좇으련다/ 아아 잣나무 가지 높아/ 눈이 못 덮을 고깔이여>
기파는 탁월했던 화랑으로 전해지지만 그에 관한 기록은 위에 향가 외에는 없다. 화랑세기에도 그의 이름이 전하지 않는다. 화랑세기에는 풍월주 32명을 비롯하여 413명의 이름이 전하지만 기파랑의 이름은 없다. 다만 승려 충담사가 경덕왕의 부탁으로 ‘안민가安民歌’를 지을 때, 왕으로 부터 칭찬을 받은 것으로 보아 향가의 내용 뿐만 아니라 기파의 업적 또한 컸으리라 사료된다. 화랑세기에는 그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지만, 기파는 화랑의 풍월주나 부제에 버금가는 전방대화랑 또는 좌우대화랑을 지냈을 개연성이 크다. 
다음은 삼대목을 대구화상과 함께 엮은 각간 김위홍의 생애를 따라가 본다. 김위홍은 경문왕의 동생으로 헌강왕, 정강왕, 진성여왕의 숙부이다. 진성여왕에게는 숙부일 뿐만 아니라 남편(정부)이기도 하다. 위홍의 부인 부호부인鳧好夫人이 헌강왕과 진성여왕의 유모였다. 위홍은 875년에 헌강왕이 즉위하면서 위진魏珍을 이어(쫓아내고?) 상대등에 올랐다. 위진의 전임 김정金正은 12년간(862 ~ 874년) 그 위位에 있었는데, 위진은 불과 1년 남짓 상대등을 지냈다. 김위홍이 언제까지 상대등에 재임하였는지의 기록은 없지만, 그가 888년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기에 아마도 그때까지 무려 13년간 재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상대등은 누구였는지의 기록이 없지만 준흥俊興이 898년에 상대등이 되었으니 준흥 전에 또 다른 상대등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어째든 위홍은 장기간 상대등을 지내면서 왕들의 숙부로서 많은 권력을 전횡하였다. 위홍의 형 경문왕이 875년에 사망하고, 그의 장남 즉 위홍의 장조카 김정이 헌강왕으로 즉위하였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즉위한 김정은 숙부의 도움이 필요해서 위홍을 상대등에 임명했거나 위홍이 자신의 세력을 업고 그 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헌강왕은 11년간 왕위에 있다가 적자가 없이 어린 서자 김요만 남기고 사망하였다. 그러자 헌강왕의 동생 김황이 왕위를 이으니 그가 정강왕이다. 정강왕은 1년 남짓 왕위에 있다가 사망하였고, 그를 이어 여동생 김만이 즉위하니 그녀가 진성여왕이다. 진성여왕은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숙부 김위홍과 이미 사통을 하고 있는 관계였다. 그러니 위홍의 권력은 범이 날개를 단 격이 되었다. 하지만 위홍은 왕의 ‘남편’으로써 누리던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고 진성여왕 즉위 이듬해인 888년에 사망하였다. 사후 그는 혜성왕으로 추봉되었다. 그의 형 경문왕이 841년에 태어났기에 위홍은 아마도 40대 초중반에 사망하였다. 대구화상과 함께 삼대목을 편찬한 것 외에 그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특히 상대등이 되면서 권력을 전횡하며 정치를 어지럽혔고, 질녀인 진성여왕과 ‘불륜’ 관계로 대궐의 기강을 문란하게 하였다는 것이 후세 유학자들의 평이다. 하지만 당시의 사회상으로 보면 숙부와 질녀가 부부가 되는 것은 불륜이 아니다(진흥왕의 부모도 숙부와 질녀의 관계이다. 그들을 불륜이라고 평하는 기록은 본 적이 없다). 

443) 삼국사기 권 제11 신라본기 진성왕2년의 기록에 보면 ‘이내 대구화상과 더불어 향가를 모아 수집하라고 명하고 이를 삼대목이라 하였다’ 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www.korea.aks.ac.kr),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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