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쁨속에서
보스톤코리아  2022-09-26, 11:47:12 
우리집 거실 탁자위에는 조그만 화분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 주변에는 비교적 꽃 나무가 많아 일년내내 여러가지 꽃이 피어나기에 평소에 집안에까지 화분을 놓지 않고 살고 있는데 지금처럼 탁자에 예쁜 꽃 화분이 놓여 있음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남편이 사다 놓았다고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짠돌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구입하지 않음은 물론, 모든 계산에 정확한 남편이 꽃 화분을 사오는 일은 정말로 드믄 일이었습니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고 기쁘게 하기 마련이지요. 왠일이냐고 묻는 저에게 남편이 들려준 이야기는 나를 더욱 기쁘게 하였습니다.
집집마다 시장보기는 여성인 아내의 몫이었지만, 세상이 변한 요즈음에는 남편들도 육아나 요리, 시장보기 등 가사노동을 남녀 구별없이 하는 세태가 되었지요.
어느날, 남편이 혼자 그로서리에 나가 몇가지 물품을 사고 계산하기 위하여 줄을 서고 있는데 뒤에서 어린아이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둘러보니 피부색이 조금 다른 여인이 물건이 가득 담긴 cart를 잡고 섰는데 어린 자녀들이 곁에서 칭얼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생판 모르는 그 여인의 처한 상황이 안되보여 남편은 그들을 앞으로 세우고 자신은 뒤에 가서 섰다고 합니다.
다시 남편의 차례가 되어 계산을 하는데 돈이 남기에 물으니 앞서 간 여인이 거스름 돈을 받지 않고 뒤에 오는 "동양 어른"에게 보태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여인이 말한 "동양 어른"은 물론 저의 남편을 지칭하는 것이었지요.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애초에 무슨 보상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었기에 민망스러웠지만, 얼마 안되는 그 공짜 돈(?)으로 예정에 없으나 내가 좋아하는 꽃을 사 온 것이라는 사연을 듣고 저는 참으로 기뻤습니다.
오래전에 작고하신 시아버님의 용모와 성품을 빼어 닮은 남편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미국에 와서도 우리 세대에 한국에서 배운 영어보다 훨씬 능숙하게 미국인들과 소통하는 것을 보고 남편이 혹시 "방언의 은사"를 받은 것이 아닌가,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과분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미국의 전 대통령 카터가 퇴임후에 고향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였듯이, 남편도 한때 작은 교회에서 기초 복음반 교사로 봉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때때로 반원들에게 당신의 신앙 간증을 들려준다고 하였는데, 남편의 간증을 들은 사람들이 "당신 남편의 간증에 감동을 받았다."고 인사를 해 온 적도 여러번 있었답니다.
심지어는 쇼핑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까지 나에게 "너의 남편은 nice man"이라고 하는 등 남편은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보병부대의 사령관인 별자리 장군과도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지만, 길거리에서 빈병이나 깡통을 모아 생활하는 "깡통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노인과도 호숫가를 정답게 거니는 등, 직업에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친구가 되는 성품의 소유자로서, 어느 단체 모임에서 식사를 대접받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 주최측을 찾아가 인사하기를 잊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검은색 바탕에는 아무리 고운 색을 섞어도 검은색이 되듯이 성품이 부정적인 사람에게는 어떠한 친절한 인사말도 그 진의를 왜곡하게 마련인가? 때때로 그런 부정적인 사람들의 반응이 저희 부부를 곤혹스럽게 한 것이 있었기에, 비록 친절한 인사라 하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되겠다고 조심하는 터에, 그날 남편과 그 낯선 아이들 엄마사이에 있었던 친절은 "코로나 19"이후에 "인종차별적 묻지마 폭행"이 더운 빈번해진 요즈음 세상에서 얼마나 바람직한 인간애인가?
아직도 밖에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험한 세상이지만, 수년전부터 한국의 여러 가수들이 즐겨 부른 "그대와 나"라는 노래말을 패러디하여 "이 나이 되어서 예쁜 꽃 사다준 그대 그리고 나"를 흥얼거리며 탁자위에 놓인 꽃을 바라보는 나는 소소한(소박하나 소중한) 기쁨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요즈음입니다.



민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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