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안면부지(顔面不知)
보스톤코리아  2022-09-05, 11:38:54 
전화기에 저장된 전화번호들이다. 갯수를 세어 본적이 있으신가? 나는 세어 보지 못했다. 상당할 텐데 카톡에도 제법 적지 않다. 그런데 어떤 전화번호나 이름은 무척 생경할 적이 종종있다.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는 말일게다. 그렇다고 내가 마당발이라는 말은 아니다.

안면부지顔面不知. 얼굴을 알지 못한다는 뜻인데  낯이 익지 않은 사람을 일컬을 때 쓰인다. 그러나 초면初面이란 말은 생경하다거나 새롭다는 말과는 분명 차이는 있다. 

돌아간 한국소설가 한분 이야기이다. 이분은 사람을 여럿 만나야만 하는 직장을 갖고 있었다. 적지않은 내방객들과 반가운듯 악수를 나누어야만 했다던가. 그러나 수인사 치레후 곧  화장실에 가는척 돌아섰다고 했다. 이어 뒤따라 오는 후배에게 묻는바. ‘방금 인사한 방문객이 누구더라?”  그의 기억력은 시원치 않았던 거다. 그에게 왠만한 손님들은 모두 새얼굴처럼 보였을터.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글이다. 내눈엔 특이한 문체였는데 새롭게 읽힌다. 분명 어디선가 듣거나 읽었을 법한 글귀였는데도 말이다. 여기 날것으로 옮긴다. 

‘아뿔싸, 문 열자 봄이 가고 버들개지가 진다. 
구름 가고 구름 와도 산은 다투지 않는데,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삶은 이운다. 
짧아서 황홀하다, 말하고 싶다’ 

계절이 바뀌면 모든게 새롭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어김없이 맞던 계절의 변화이다. 그러나 해마다 새록새록 새삼스럽기만 하다.  새봄이면 새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해마다 다르다는 거다. 나만 그런가? 나한테 매번 맞이하는 새계절은 계절마다 새롭고 처음인양 느껴진다.  

2~3년이 훌쩍 흘렀다. 코로나 탓인데 오랫만에 많은 분들을 다시 만날 수있었다. 교회에서 그러했고, 집안일 때문에 몇 친구들과 인사 나눌 적에도 다르지 않았다. 새삼 새로웠다는 말이며 짧은 만남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가. 이 계절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스칠 것인가.  손철주의 말을 슬쩍 바꾼다.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삶은 이운다.  짧아서 황홀했다. 눈으로만 보고 싶다.’ 
이 가을도 그러할 거다. 새 가을이 코앞이다. 

새로 지음심을 받는 것만이 중요하니라 (갈라디아서 6:1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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