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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년, 풍월주 김천광은 그 지위를 부제 춘장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그는 왕명을 받아 변방에 나가 국방력 강화와 국토확장에 전념하였다. 그는 혁혁한 전공으로 신라의 ‘중흥 28장將’ 이 되었고, 그 명성은 후세에 길이 남아 전하고 있다. 김천광이 풍월주를 위임한 해인 647년 1월에는 상대등 비담이 염종의 군사와 함께 ‘여주불능선리女主不能善理(여자 임금은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다)’ 라는 명분을 기치로 반란을 도모하였다. 이에 김유신은 풍월주 김천광이 이끄는 화랑도들의 지원으로 비담의 난을 진압하였다(화랑세기에는 김천광의 활약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선덕여왕은 비담의 난이 진압되기 며칠 전에 지병으로 사망하였고, 차기 왕위는 그녀의 사촌 동생 진덕여왕에게로 이어졌다. 그리고 비담의 난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낸 천광은 으뜸가는 장수의 한 명으로, 그 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데 수 많은 전공을 세웠다. 그리고 후일 673년에는 문무왕에 의해 시중에 임명되었다.

아쉽게도 화랑세기에 기록된 중흥 28장군들이 정확하게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오로지 김천광만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당시 신라에서 삼국통일을 전후하여 활약한 장군들의 명단은 뽑아 볼 수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표적으로 거명하는 다음의 장수들 중에서 ‘중흥28장’이 발탁되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김유신을 비롯하여 그의 동생 흠순과 김춘추의 차남 인문과 흠운, 천존, 죽지, 염장, 천광, 지경, 개원, 품일, 문훈, 시득, 천품, 문영, 문충, 양도, 예원, 진복, 진순, 진왕, 진주, 흠돌, 흥원, 군관, 천관, 춘장, 진공, 오기, 문왕, 용장, 당간, 의복, 의광, 진춘, 진흠, 고순, 김순, 도유, 무염, 문품, 복세, 선광, 수세, 순장, 술실, 숭신 등 많은 걸출한 인물들이 삼국통일과 나당전쟁에 참전한 장수들이다(아마도 모두 성은 김씨일 것이다. 이 외에도 역신으로 처형된 ‘유능하고 출중한’ 장수들도 많이 있었다). 김유신과 흠순, 천광, 양도, 예원, 흠돌, 흥원, 군관, 천관, 춘장, 진공, 오기 등은 화랑의 수장인 풍월주를 역임하였다. 오기는 화랑세기의 집필을 완성한 김대문의 아버지이다.

다음은 화랑세기의 내용이다.

[곧 풍월주의 지위를 부제인 춘장에게 전하여 주고, 오로지 왕사王事에 힘써 변방에 나가 장군이 되고 조정에 들어와 재상이 되며 많은 공적이 있었기에 중흥28장將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가히 공경할 만하지 않은가!]

이어지는 화랑세기의 기록에는 그의 성품과 성정을 잘 묘사해 놓았다.

[공의 성품은 외유내강하고 사리를 분명히 살폈으며 사민士民을 사랑하고 구휼하여 옷을 벗어 주기도 했다. 술은 즐겼으나 많이 마시지 않았고, 색을 좋아했으나 방사房事에 어지럽지 않았다.

윤화낭주尹華娘主가 자녀 7명을 낳았다. 공의 첩은 5명이 있었다. 진수는 진복공眞福公의 누이이다. 효월孝月은 효종공孝宗公의 딸이다. 경화京華는 윤화尹華의 누이이다. 찰언察言은 찰의의 누이이다. 만수萬水는 만덕萬德의 딸이다. 각기 자녀가 있어 일문이 크게 번창했다.]

천광공의 부인 윤화의 부모는 김염장과 하희이다. 하희의 부모는 하종과 은륜공주이며 은륜의 부모는 진흥왕과 사도왕후이다. 천광의 첩 경화의 부모도 김염장과 하희이다. 또 첩 진수의 오빠 진복은 681년 상대등에 오른 인물이다.389) 효월의 아버지 효종은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 김부의 아버지 김효종과 동명인데, 효종의 부모는 11세 풍월주 하종과 은륜공주(진흥왕과 사도왕후의 막내딸)이다. 경순왕의 아버지 효종도 화랑으로서 풍월주와 국선을 지냈다. 그는 삼국사기(권48) ‘효녀지은孝女知恩’ 설화에도 등장한다. 또한 삼국유사(권5)에도 거의 같은 내용이 ‘빈녀양모貧女養母’ 라는 제목으로 기록되어 있다.

찰언은 가야파 우두머리 찰인의 딸이다. 천광공은 처첩과 자녀를 백이나 둔 찰인의 위세를 미워하였다. 그래서 천광은 찰인을 낭두의 가장 우두머리인 대노두의 직에서 파면하였다. 하지만 그의 딸 찰언은 좋아하여 첩으로 삼았다. 아마도 찰언은 당시 절색이었다고 기록된 어머니 옥두리玉斗里 만큼이나 미인이었다고 미루어 짐작해 본다.

60세가 넘도록 대노두 직에 있던 찰인을 파면하고 나서, 풍월주 천광은 당보를 대노두로 삼고, 만덕을 대도두로 삼았다. 첩 만수는 대도두 만덕의 딸이다.

389) 진복은 661년(문무왕 원년)에 고구려을 정벌할 때 서당총관誓幢摠管에 임명되었다. 665년에는 중시에 임명되었다(3년 1개월 재임). 668년 고구려 정벌을 위한 행군군단에는 김인문, 김흠순, 김천존, 김문충, 김지경, 김양도, 김개원, 김흠돌과 함께 대당총관大幢摠管에 임명되었다. 681년(신문왕 원년)에는 23세 풍월주를 지낸 김군관의 뒤를 이어 상대등에 올랐다. 김군관은 이때 김흠돌이 흥원과 진공 등과 함께 꾀한 모반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되었다(자결당했다). 진복은 문영이 694년 상대등에 오를때까지 약 13년 간 재임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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