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정 나눌 짝
보스톤코리아  2022-07-18, 11:39:48 
한국 미술평론가의 말이다. 옛그림을 보면 옛 생각이 난다. 말은 이어진다. ‘마음씨 곱고 정 깊은 그림이라서 그렇다. 멀쭉한 그림은 부럽고, 어수룩한 그림은 순해서 볼수록 그리움이 사무친다.’ … 정 깊은 우리 옛그림은 정주고 봐야 한다. 아름다운 것은 예다운 것이고 예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옛것의 아름다움이 새것의 아름다움이 되려면 묵은 정을 돌이켜야 한다. … 

어디 그림 뿐이랴. 옛날 사진을 보면 옛 생각이 난다. 정情 깊은 옛사진일텐데 정이 뚝뚝 묻어난다. 사진 한장 눈에 뜨였다. 한창 여름철 더울 오후 쯔음 일게다. 아낙들이 줄지어 좌판을 벌였다. 소소한 물건들인데 대바구니에 담겨져 있다. 소쿠리나 광주리일 수도 있고 마른 생선 아니면 사과도 아닌 능금일터. 매매와 흥정이 오고가는 듯 싶은데, 열두어살 됨직한 소녀도 한자리했다. 한편 구경하는 소년과 소녀는 그저 군침만 흘리는가. 

사진에서 아낙네의 한복모습은 정갈해 보인다. 곱게 물들인 치마일것이고, 모시쯔음 될 흰저고리와 무척 어울리는 거다. 올린 머리야 더욱 깔끔해 보인다. 그림을 쳐다 보고 있노라면 정 나룰 짝이 하마 그리운데, 그런 시절은 갔다. 행여 그립다 말해야 할까. 엄마가 흥정할 적에 내려다 보는 소녀도 늙어 가겠구나. 

사전에서 찾았다. 소쿠리는 대나무나 싸리로 엮어 만든 채그릇이다. 곡물이나 채소 과일을 씻고 말리는데 사용한다. 과일이나 음식물 따위를 보관하곤 했는데, 우리집에도 몇개 있었던걸 기억한다. 그게 광주리였던가 대바구니였던가. 하긴 삼태기도 있다. 

생각나는 속담이 있다. 입이 함지박만 해진다. 즐거움이 넘칠적에 하는 말일게다. 그런데  입이 광주리만 해도 말 못한다는 속담도 있다. 잘못이 명백히 드러나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이르는 속담이다. 할말이야 왜 없겠느냐만, 참을 수밖에 없는 바. 요샌 억울한 사람도 있을게다. 함지박과 광주리는 속담에도 등장하는데, 우리한텐 친숙하기만 했다. 

한여름, 날이 째앵 밝아 눈이 부시다. 보스톤엔 여름이 한창이다. 이런 날이면 제격인 점심이 있다. 찬밥에 물말아 찬물에 담가 낸 오이지와 먹는 것이다. 풋고추도 있을 것이고,  찬밥은 상보 덮힌 광주리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정 나눌 짝이 하마 그립다.

남은 조각을 몇 광주리나 거뒀느냐? (마가 8: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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