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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에 기록된 김군관의 가계를 보면 보현공주普賢公主의 후손이라는 것이 몇 번이나 강조되어 있다. 22세 풍월주 김양도가 군관을 부제로 발탁할 때에 여러 상선들이 반대를 했다. 이에 김양도는 “보현궁의 사손嗣孫이 부제가 되지 못한다면 곧 누가 되겠는가?” 라고 일갈하면서, 당시 가장 아름다운 여인 즉 ‘경국지색’으로 기록된 첩 천운을 군관에게 아내로 주면서까지 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왜 김군관을 보현공주의 사손이라고 했는지 보현공주를 중심으로 보면 그의 세계世系를 이해하기가 조금 쉽다. 김군관은 보현공주로 부터 부계나 모계로만 이어진 후손이 아니고 교차되어 ‘이어진 후손, 사손嗣孫’ 이다. 오히려 그의 모계로 보면 정통성이 더 확보되는데, 굳이 보현공주의 사손이라고 강조한데는 분명히 그 연유가 있을 텐데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 김군관의 어머니는 석명이고, 석명의 어머니는 보명이며, 보명의 어머니는 지소태후이다. 지소는 법흥왕의 유일한 적녀로 진골정통의 종주宗主이다.

보현공주는 지증왕과 연제왕후의 딸이다. 어릴적에 궁에서 오빠인 김원종(후에 법흥왕)과의 사이에서 사실공주를 낳았다. 이 사실공주가 삼촌인 입종374) 의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이 오종五宗으로 진흥왕의 이복형제이다. 오종은 비차부375) 의 딸 비란을 아내로 맞아 딸 오란을 낳았다. 오란이 동종(거칠부의 아들)과 결혼하여 동란을 낳았고, 동란이 석명공주를 아내로 맞아 김군관을 낳았다.

374) 입종은 법흥왕의 동생으로, 법흥왕의 딸인 지소를 아내로 맞아 삼맥종(진흥왕)을 낳았다. 또 다른 법흥왕의 딸인 사실공주와는 오종을 낳았다.

375) 비차부比次夫를 8세 풍월주 문노의 아버지인 비조부比助夫와 동일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그 주장에 의문을 제시하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먼저 화랑세기에 기록된 문노의 가계를 보면 아버지 비조부, 할아버지 호조, 증조부 비지까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사다함조를 보면 비지가 사다함의 증조부이기도 하다(비지는 묘량과 함께 비량을 낳았고, 비량이 사다함의 조부이다. 그리고 비지는 아내 조리와 문노의 할아버지 호조를 낳았다).

그리고 사다함과 문노의 선대, 즉 그들의 고조부는 비태比太로 사다함조에 기록되어 있다. 거기까지는 정확한 기록이 있는데, 그 윗대는 탈자가 너무 많아서 문맥상 그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미해(미사흔, 눌지왕의 동생)의 딸, 내물왕(제17대왕), 후궁, 산황山凰 출산, 실성왕(제18대왕), 심황心凰(실상공의 딸이라고 한다) 등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연관성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문노는 나이 마흔이 넘어 거칠부의 딸 윤궁과 결혼하여 진골로 신분 상승을 하면서 아들(대강, 충강, 금강) 셋과 딸(윤강, 현강, 신강) 셋을 낳았다. 그리고 그의 아들 금강金剛이 상대등을 지냈다(655~660년).

비차부比次夫에 대한 기록은 단양적성비(국보 제198호)에 그 이름이 이사부, 탐지, 김무력 등과 함께 올라있다. 그리고 삼국사기(거칠부 열전)에는, 551년 대아찬(5등급)으로 대각간(1등급) 거칠부와 구진仇珍, 각간(2등급) 비태比台, 잡찬(3등급) 탐지耽知와 비서非西, 파진찬(4등급) 노부奴夫와 서력부西力夫, 아찬(6등급) 미진부未珍夫 등과 함께 고구려를 침공하여 한강 상류지역 10군을 획득하는데 공을 세웠다(지휘관으로 대 고구려 전쟁에서 여러차례 전공을 세웠지만 그에 관한 기록은 미미하여, 더 이상 알 수 없다).

그런데 비차부와 비조부가 동일인이라면, 당시 전쟁에 비조부(비차부)의 증조부인 비태도 같이 참전했다. 과연 가능했을까? 이 비태比台가 문노의 고조할아버지 비태와 같은 이름(한자도 같다)이지만 동일인이 아니라고 본다. 문노가 538년에 태어났으니, 그가 551년에는 만13세였다. 13세인 문노의 고조할아버지는 몇 살이었을까? 1대를 20년으로 계산해도, 비태는 당시 90대 중반에 3등급의 잡찬으로 전쟁터에서 말을 달렸다!?

소명환 교수의 논문 “단양 적성비에 새겨진 비차부는 누구인가?” 등 연관된 글 몇 편을 보면, 그 역시 비차부와 비조부를 동일인으로 보면서, 진주 소씨 대동보인 부소보扶蘇譜(1320년, 소정蘇靖 제작)를 소개했다. 그의 글을 보면 비차부의 아버지는 해부解夫, 해부의 아버지는 미고未古, 미고의 아버지는 덕지德智, 덕지의 부모는 강선强宣과 황아이다. 즉 위에서 언급한 비태와 덕지가 동일인이고, 미고와 비지, 해부와 호조도 동일인이라는 것이다. 화랑세기에 보면 황아(부모는 눌지왕과 치술공주)가 사촌인 보신과 결혼하고 있었지만, 보신이 너무 어려서 왕의 총신과 사통하여 벌지와 덕지德知를 낳았다는 기록이 있다. 즉 소명환의 주장은 강선과 ‘왕의 총신’이, 황아와 산황, 치술공주와 심황이 동일인이라는 것이다. 또 있다. 문노와 그의 자녀들, 화랑세기와는 달리, 보소보에는 무은이라는 이름으로 알천, 태호, 귀산, 와사부, 문우 등 5남을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각자 상대등을 지낸 알천(재임 647~654년)과 금강(재임655~660년)이 동일인라는 주장이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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