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비빔밥
보스톤코리아  2021-05-10, 11:29:37 
밥과 국은 따로 먹어야 한다. 초밥과 된장국이 그러하다. 하지만 밥을 국에 말아 훌훌 먹을 수도 있다. 설렁탕이 좋은 예일게다.  

어디 탕국 뿐이랴. 섞고 비벼야 더 맛있는 음식이 있다. 음식 이름처럼 비빔밥이다. 점잖은(?) 체면에 비비는게 사뭇 멋적기는 하다. 

이건 내 추측이다. 비빔밥의 역사는 그닥 밝고 명랑한건 아닐지 싶다. 시간에 쫓기고, 그릇도 부족하니, 모조리 커다라 양푼에 넣어 섞어서 비벼 먹었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화반花飯이라 했다. 비빔밥을 말하는데 이름은 꽃처럼 예쁘다. 과연 비빔밥을 앞에 두고 볼적엔 이름처럼 꽃스럽다. 꽃으로 장식한 것 마냥 형형색색 오히려 화려한 거다. 군침이 돈다만 차마 비기기에 망서려 진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따로 먹을 수도 없으니 비벼야 마땅하다. 비빔밥의 숙명인 걸 어쩌랴. 

비빔밥 예찬론이 한창이다. 섞었는데, 섞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섞어 놓았다만 단지 물리적 섞임일뿐 화학적 섞임은 없다는 거다. 비빔밥의 조화로움을 강조했는데, 고추장 덕에 음식은 더욱 붉어질 뿐인게다. 한편 맛이야 맵지만 두터울테니, 다른 음식과 절대비교는 없다. 와사비 맛처럼 날카롭지는 않다.

시인도 비빔밥 예찬론을 펼쳤다. 맛없는 음식으로 시를 쓰진 않을텐데 박남수 시인이다.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박남수, 4월의 비빔밥 중에서)

비빔밥을 기내식으로 처음 시작한게 대한항공이라 했던가. 하긴 내가 맛본 비빔밥도 나쁘지 않았다. 보기에도 맛깔 스러웠는데, 날으는 비행기안에서 소화시키는 건 부담스러웠다. 국과 붉은 배추김치도 같이 나왔다. 

김치공정이라 던가. 중국에선 김치를 자기들 것이라 우긴다고 했다. 하다하다 이젠 별걸 다 갖겠다고 한다. 곧 비빔밥 공정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비빔밥은 이미 세계화했고 Bibimbap이라 영문표기 한다. 

음식 먹기를 권하노니 구원(건강)을 위하는 것이요 (사도행전 27:3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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