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커먼 노숙자 사역을 다녀와서
보스톤코리아  2010-02-15, 14:10:55 
두 딸을 깨워서 교회로 향했다. 올 겨울 중에서도 가장 추운 영하 15도의 날씨였지만, “가장 추운 날 가장 추운 곳으로 갑니다. 아버지, 함께해주세요” 기도하며 교회 밴을 타고 Boston Rescue Mission 건물에 도착했다. Boston Rescue Mission 직원들과 인사하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영문판/스페니쉬판 성경에 오늘의 말씀 구절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작은 간지를 끼운 성격책들을 준비하여 함께 기도하고 행동지침을 들은 다음 Boston Common 으로 향했다.

Boston Rescue Mission 건물을 나서는 순간 갑자기 허벅지와 종아리에 얼음을 갖다댄 듯 냉기가 느껴지면서 “오늘 여기 왔다가 크게 아플 수도 있겠구나”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기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성령님, 몸을 덥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며 10분쯤 걷고 뛰어서 Boston Common이 보이는 지점에 도착했다. 신호등 건너편으로 홈리스(Homeless)라고 불리우는 분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분들이 말로만 듣던 그 분들이구나 생각하며 길을 건넜다. 상을 펴고 음식을 나누어주실 분들은 음식을 나누어주고, 그들과 대화하고 성경을 주며 기도해주는 일을 할 분들은 둘씩 짝을 지어 흩어졌다. 나는 두 딸과 짝이 되어 주머니에 영문판 성경 2권, 스페니쉬판 성경 2권을 넣고 누구와 먼저 얘기를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약간 뚱뚱한 백인 남자분이 내 앞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가까이 걸어가서 보니 한 손에는 큰 가방 두 개와 손잡이 달린 컵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거의 다 먹은 뜨거운 리비올리 수프를 들고 있었다. 얼굴을 쳐다보는데 눈 주위와 얼굴 전체가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고 콧물도 흐르고 있어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있던 냅킨을 꺼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 분은 약간 당황한 듯 자기가 닦겠다며 리비올리 수프 그릇을 버리고 냅킨을 가져갔다. 내가 컵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고맙다고 하며 컵을 나에게 주었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처음 한 말은 “음식을 먹으니 마음이 펴지는 것 같다”라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너무 추워서 햇볕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으로 장소를 옮기며 꽤 오랜 시간 대화한 결과 그 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분은 현재 고양이 한 마리와 써머빌에서 살고 있고, 2008년 11월에 집에 불이 나서 네 명이 죽었다고 했다. 가족 중에 죽은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원래 고양이하고만 살고 있어서 가족 중에 죽은 사람은 없으나 굉장히 두려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정부 보조를 받는 집에 살고 있었기에 보험으로 인한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었고, 긴급 보호소(emergency shelter)에 있다가 지금의 거처로 옮겼다고 했다. 일본에 가까운 친척이 살고 있는데 자기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고. 버림받은 느낌이라고 말하면서 얼굴을 보니 많은 눈물이 또 흘러 있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흘리는 눈물인지 마음이 힘들고 추워서 흘리는 눈물인지, 둘 다 인지 알 수 없었으나 정말 이 분이 환란 당한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안다고 하길래 세례를 받았냐고 물어보니 받았다 한다. 대화 중에 카톨릭인 것 같아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고, 교회에는 특별한 날에만 간다고 했다. 기도해주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허락하길래 하나님께서 그 분에게 새 생명을 주시기를 기도했다. 그 외에도 서너 명의 사람들에게 성경책을 주고 기도도 함께 하였다.

일정을 마치고 Boston Rescue Mission 건물에 돌아와 동그랗게 둘러서서 오늘 느낀 점들을 나누고 기도하고 헤어졌다. 마무리하며 함께 한 선교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지금도 내 가슴에 메아리 친다. 그 분들이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은 아무도 그 분들을 위해 기도해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오늘 만난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하시며 여러분들이 그 분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단 한 사람일 수 있다고 하신 그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QT를 하려고 앉았다. 찬양으로 시작하려고 어떤 찬양을 할까? 고르다가 ‘지극히 높으신 주님 안에 거하는 자’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님 계신 곳에 나 거하리라 주는 나의 하나님 주는 나의 하나님 내가 의뢰하는 하나님이라~” 하고 부르는데 자꾸 “주님 계신 곳”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두드려서 찬양하면서 주님 계신 곳에 대한 묵상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이 찬양을 하면서 막연하게 주님 계신 곳은 높은 보좌, 혹은 높은 하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주님 계신 곳”은 어제 내가 다녀왔던 Boston Common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에 깊은 감동과 눈물이 있었다. “주님 계신 곳에 나 거하리라” 매번 감동하며 불렀던 이 찬양에 대한 응답으로 나를 어제 그곳으로 인도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어느 곳에나 계시지만 그 분의 눈과 마음이 더 집중된 곳이 있다고 믿는다. 그 분은 인격이시기에, 마음이 있으신 분이기에…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이방인)들의 하나님이신 그 분이 홈리스들이 줄 서서 음식을 기다리던 그곳에 우리와 함께 계셨었구나! 그곳이 주님 계신 곳이었구나! 그곳에 내가 주님과 함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해서 “앞으로도 항상 주님 계신 곳에 거하게 해주세요” 기도하였다.

임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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