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최악 참사…지진 사흘째 사망자 1만2천명 육박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 피해…21세기 들어 사망자 8번째로 많아
골든타임 촉박 위기감 고조…정부 '늑장 대응'에 시민 분노 폭발
시리아 상황은 더욱 참혹…미국·유럽 제재 때문에 구호 활동 차질
보스톤코리아  2023-02-08, 15:47:24 
지진으로 폐허가 된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도심
지진으로 폐허가 된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도심
(로마·테헤란=연합뉴스) 신창용 이승민 특파원 =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뒤흔든 강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8일(현지시간) 지진 사망자가 9천57명, 부상자가 5만2천979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지진 피해가 큰 지역 중 하나인 카흐라만마라슈를 찾아 피해 상황을 직접 발표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는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이 밝힌 것을 합친 사망자 수치가 2천6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AP,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이를 토대로 양국을 합친 사망자가 1만1천6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AFP는 튀르키예 강진이 21세기 들어 8번째로 희생자가 많은 지진으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7번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사망자 1만8천500명)으로, 튀르키예 강진의 경우 시시각각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어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전체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가능성도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자연재해가 발생한 이후 72시간까지를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본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의 자연재해 전문가인 스티븐 고드비 박사는 "생존율은 24시간 이내에는 74%에 이르지만 72시간이 지난 뒤에는 22%로 뚝 떨어진다"며 "닷새째 생존율은 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새벽 발생한 첫 지진을 기준으로 한다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튀르키예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특히 당국이 징수하는 지진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은 "1999년 이후 걷힌 우리의 세금이 도대체 어디로 갔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FP는 튀르키예가 그간 지진세로만 총 880억리라(약 5조9천억원)를 걷은 것으로 추정했다.

20년째 장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찾은 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로와 공항에 문제가 있었지만, 오늘 개선됐다"며 "아직 연료 공급 문제가 남아 있지만,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미흡한 지진 대응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튀르키예 당국은 트위터 접속을 차단하는 등 여론 통제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한 주민이 잔해 속의 숨진 15세 딸 손을 붙잡고 있다. 전날 시리아와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양국에서 지금까지 7천8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81개 주 가운데 지진 피해가 큰 10개 주에 3개월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단시간에 사망자가 쏟아지면서 가장 큰 피해 지역 중 하나인 튀르키예 하타이주의 한 병원 건물 바깥에선 수십 구의 시신이 땅에 줄지어 누워 있는 참혹한 광경도 목격됐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시신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발견 후 5일 이내에 매장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래의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검체, 지문은 채취한다고 AFAD는 설명했다.

시민들은 다시 올지 모르는 지진이 두려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거리로 내몰린 시민들은 자가용 차량에서 밤을 보내고, 노숙하며 추운 겨울밤을 지새우고 있다.

튀르키예의 보르사 이스탄불 증권거래소가 지수 급락을 막기 위해 24년 만에 주식시장 거래를 중단하는 등 강진이 튀르키예 경제에 미친 충격파도 만만치 않다.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튀르키예와 비교해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시리아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이날 유럽연합(EU)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네스 레나르치치 유럽연합(EU) 인도적 지원·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회원국들에 의약품과 식량 지원을 권고했다면서 지원 물품이 알아사드 정권에 전용되지 못하도록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앞다퉈 지원 의사를 밝히며 전 세계 65개국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리나라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이날 오전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구호대는 하타이 지역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18개국의 구호대가 하타이주에 와 있다"고 소개했다.

시리아를 적극적으로 돕는 국가는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이다.

카타르, 오만, 레바논, 이라크 등 인접 국가에서도 구호 물품이 속속 도착했으며 중국도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바삼 삽바그 주유엔 시리아 대사는 "미국과 EU의 제재 때문에 많은 비행기와 화물 수송기가 시리아 공항에 착륙하기를 거부한다. 이 때문에 인도적 지원에 나서려는 국가들도 수송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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