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삼풍 참사 27년…한국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냐는 의문 야기"
삼풍은 고도성장에 경종, 이태원은 문화 도약중 발생
미 대학교수, 세계인 끌어당겼으나 걸맞은 책임감 없는듯
보스톤코리아  2022-11-05, 15:42:14 
삼풍백화점붕괴현장
삼풍백화점붕괴현장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 한국이 2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겪고도 비슷한 참사 발생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WP는 4일(현지시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 1995년 삼풍 붕괴의 유령을 소환하다' 제하 기사에서 "한국이 삼풍 이후 30년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WP는 1995년 502명이 숨진 상품 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해 "현대화의 열망 속에 건설업자와 공무원들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서 "한국이 초고속 경제성장 중에 무엇을 용인해왔는지 드러내 준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WP는 또한 당시 삼풍백화점에는 사고 직전까지 붕괴 조짐이 차고 넘쳤는데도 백화점 경영진이나 관련 당국 공무원들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또 사고 이후에는 사회 지도층이 연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서 당시 건축물 안전에 대한 정부 감독이 강화되고, 과실치사에 대한 처벌 강도가 세지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다고 WP는 덧붙였다.

이런 배경에서 150여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도 다르지 않다고 WP는 지적했다.

삼풍 참사가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에 경종을 울렸다면, 이태원 참사는 한국이 문화 중심지로서 전 세계에 존재감을 떨치던 중에 발생했다고 WP는 분석했다. 참사 장소였던 이태원이 바로 한류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것이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학 교수는 이번 참사에서 20여 개국 출신 외국인들이 희생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에는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 '쿨'한 것이 있다"며 "하지만 거기에 어울리는 책임감은 갖추지 못한 것 같다. 그저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사 발생 전부터 위험이 예고됐다는 점도 붕괴 조짐이 많았던 삼풍 당시와 비슷하다고 WP는 진단했다.

현장 관할서인 용산경찰서는 핼러윈 주말에 일일 10만 명이 이태원관광특구를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놓고 현장을 관리할 경찰관을 137명만 투입했다.

현장 위험을 경고하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는데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WP는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대응도 과거와 달라진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더든 교수는 "두 참사에서는 책임자들이 '어쩔 수 없었다'는 등의 '무책임성'을 드러내는 패턴이 나타난다. 그러면서 사람의 목숨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WP는 "이태원 참사로 한국이 또다시 낯설지 않은 유령과 마주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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