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일도 하사불성 (精神一到 何事不成)
신영의 세상 스케치 777회
보스톤코리아  2021-02-01, 11:48:39 
요즘 보스턴 인근 이른 아침 온도는 화씨 23°F(섭씨 -5도)를 웃도는 날씨다. 바깥의 체감온도는 코끝이 시리고 손끝이 짜릿할 만큼의 몸에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이니 춥긴 매우 춥다. 사계절 중 겨울을 유독 좋아하는 나는 오색 단풍이 모두 땅으로 내려앉고 나뭇가지들이 뿌리로 향해 물을 내려보낼 11월 초쯤 코끝이 찡한 날씨를 좋아한다. 뭔지 모를 그 무엇이 나를 나로 느끼게 해주어 기분이 좋아지는 시기이며,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운이 솟는 시기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精神一到何事不成) 정신을 한곳으로 모으면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정신을 집중하여 노력하면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성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상에서 편안함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게으름으로 흐르기 쉽다. 겨울이 시작되며 자주 나가던 골프도 쉬게 되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가끔 한 번씩 걸었던 동네의 반경을 넓게 잡고 걷기 시작했다. 집 현관문을 나서며 음악이든, 설교든, 강연이든 길게 들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걷다가 집에 오면 2시간 15분이 걸린다.

눈만 내리지 않는다면 걸어보리라는 마음으로 '작심삼일'이라는 마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그렇게 추운 날씨에도 여전히 걷고 있다. 그러나 눈에 띄게 살이 빠지거나 체중계 저울의 눈금이 기분 좋게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만큼 먹는 것을 즐기는 나의 습관을 반증해주는 것이리라. 살을 빼려고 걷는 것은 아니니 그 부분에 스트레스는 없어 좋다.
다만, 나의 일상에서 '몸과 마음의 정신통일'을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기에 살이 빠지면 더욱더 좋을 일이고 아니더라도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 않던가.

안과 밖의 온도 차가 심하니 우스운 생각이 스쳐 지난다. 아이들 생일축하 풍선에 Helium gas를 넣고 밖으로 나오면 풍선이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이 된다. 그러다 차 안에 풍선을 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면 풍선이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아오를 듯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추운 날씨에 걸으면 몸이 조금은 움츠러들어 가벼운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집 안에 들어오면 따뜻한 온기에 잠깐 느꼈던 그 가벼움은 곧 사라지곤 하는 것이다. 두 마리 토기를 다 잡기보다는 한 마리 토기를 잡다가 두 마리를 잡을 기회가 생기면 고마울 일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 교회의 기도팀이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교회도 비대면 영상예배가 계속되고 성도들이 함께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으니 기도팀장님과 성도들이 의견을 모아 교인들을 위한 '중보기도'를 시작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기도를 하는 방법을 의논하다가 한 분의 의견으로 '교회주소록'을 놓고 서로 페이지를 담당해 그 가족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시작했었다. 몇 달 후 Zoom 의논 모임을 갖게 되었는데 '중보기도'를 통해 모두가 넉넉하고 풍성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세상과 마주하고 삶을 살아가려면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본다. 현대인들의 편안함과 편리함을 경험하는 만큼 스트레스 지수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과 함께 나란히 걸어가려면 정신적인 건강함과 육체적인 건강함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내 몫'을 철저히 담당하는 책임이라는 생각을 한다. 큰 것을 바라는 마음보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습관이 더 큰 나를 만들고 만나게 될 거란 생각이다.

사실, 이른 아침 현관문을 열어보면 밖의 찬 공기에 그만 몸이 움츠러 든다. 햇살이 오를 정오를 기다려 볼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이 많아지면 이미 그날은 걷기를 공치는 날이다. 추운 날씨에 걷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달래기 전 무조건 현관문 밖으로 발을 내디뎌야 한다. 눈만 내리지 않는다면 걷겠다던 마음에 이제는 눈이 적당히 내린 날에는 등산화를 신고 무조건 걸으러 나간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精神一到何事不成) 정신을 한곳으로 모으면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그 마음으로 말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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