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이 보석이 되는 이유
신영의 세상 스케치 690회
보스톤코리아  2019-04-15, 10:38:25 
겨우내 움추림으로 있던 나무들이 생명의 기지개를 편다. 땅속 깊은 곳의 뿌리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줄기를 이어 가지 끝으로 흘러 새순을 내고 있다. 나무를 가만히 생각하면 언제나 사람과 어찌 저리 꼭 같을까 싶어 눈시울이 시큰거린다. 꽃을 내는 것은 나무 혼자서도 아니요 줄기만도 아니요 땅과 하늘 그리고 태양의 모든 우주의 기운들이 모여 꽃을 피우는 것이리라. 뭉뚝한 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은 더더욱 아님에 놀라고 만다. 꽃은 언제나 뿌리 반대편의 먼 가지 끝에서 새순이 돋고 꽃이 피는 일은 신비이고 경이이다.

아버지도 살았고, 그의 아버지도 살았고, 그의 할아버지도 살았을 오늘의 삶과 그리고 인생은 그리 녹녹치 않음을 삶 속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다. 부모의 그늘에서 자랄 때야 뭐 그리 어려운 일이 있었을까. 그 따뜻하고 온화한 둥지를 떠나 낯선 곳에서의 홀로 서기는 설레임이라기보다는 두려움이고 절망마저 느끼는 고통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홀로 서기에서 통과하지 않으면 안될 그 어떤 과제일지도 모른다. 진정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까. 단 한 번쯤은 자신에게 자문해 볼 법한 일이다. 또한 그 유통기한의 물건에는 이상은 전혀 없는 것일까. 너무도 뜨거운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곳에 물건이 있어서 상하지는 않았을까. 온도의 심한 차로 물건이 또한 상한 일은 없을까.

이제는 불현듯 삶에 대해 진실해 지고 싶어졌다. 무작정 살아야겠기에 살아가는 삶이 아닌 살아가는 이유가 목적이 분명해져야겠다는 생각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불혹의 언덕을 올라 사십의 중반에 오르니 이제서 바람이 불면 등을 돌려 피하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는 느낌으로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삶에 대해 많은 질문과 답을 찾고자 애쓰던 때도 있었다. 세상을 사는 일이 평탄한 삶만이 복 받은 일인가. 가까이 지내는 친구 중에는 목사 사모가 있다. 남편을 잃고 혼자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 神이란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주변에도 그 비슷한 일들로 아픔과 고통을 겪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기독교의 성경구절을 잠시 빌리자면 "도가니는 은을, 화덕은 금을 단련하지만, 주님께서는 사람을 단련하신다.(잠 17:3)" 이 구절을 보면서 깊은 묵상을 하게 되었다. "나무가 불타서 숯이 되고/ 그 숯이 오랜 세월 열 받으면 보석도 된다지---중략.(신영의 詩 '나 오늘 여기에서'중---)" 몇 년 전 나무와 사람을 생각하면서 사색하던 때의 이야기이다. 나무가 자라서 땔감으로 쓰여지고 불에 타 숯이 되는 이치야 그 누군들 모를까. 진정 그 숯이 숯검정을 묻히는 숯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보석이 되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될 것인가. 누구나 반짝이고 화려한 보석인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싶어할 것이다.

숯으로 남은 원소나 다이아몬드의 원소는 똑같은 탄소이다. 똑같은 원소가 하나는 숯으로 남고 또 하나는 다이아몬드도 될 수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지만 깊이 생각을 만나면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숯이 보석이 되기까지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을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눌려지고 또 눌려진 후라는 것이다. 그 고온과 고압을 통과한 후에야 맑고 투명한 보석(다이아몬드)이 된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신비한 일이다. 사람의 삶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삶의 자리의 모양과 색깔이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힘겹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의 그 고난은 더 밝은 희망을 준비하는 고통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예수가 광야의 유혹 없이, 고난의 십자가 없이, 죽음의 고통이 없었다면 부활도 없었을 것이다. 그 부활의 영광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들의 삶의 여정 중에 만나는 아픔이 슬픔이 고통이 참 '십자가의 길'임을 깨달을 수 있다면 '숯이 보석이 되는 이유'가 충분하리라. 꼭 기독교인이 아닐지라도 그 어떤 종교를 통해서라도 자신을 찾아가는 길에는 외로움이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마음 안에 있는 예수, 부처, 그 외의 神에게 찾아가는 길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神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마음 안에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모든 것이 들어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참 복을 받은 사람일 게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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