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686회
보스톤코리아  2019-03-18, 10:46:02 
삶에서 무엇보다 '만남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편이다. 쉬이 사람을 사귀지는 않지만, 찾아오는 이를 밀어내는 성격도 아닌 까닭에 편안하게 만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몇 번 그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와 그 사람이 얼마만큼의 거리일지 대략 짐작은 하게 된다. 오십의 중반에 올라보니 무엇이든 쉬이 가지려 하지 않으니 또한 쉬이 버리려 하지 않는다. 요즘은 새로운 인연보다는 지금까지 곁에 있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어찌 인연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만나게 되고 헤어지게 되겠는가.

인생에서 사람은 많이들 가까운 이들에 대한 기대한 만큼에 따라 실망도 비례한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인가 특별히 바라지 않는 마음이라면 그냥 곁에 있어 줘서 좋고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고마운 일이지 않겠는가. 생각은 그렇다고 하지만, 마음에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대가 생기는 모양이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다 보면 속 얘기도 하게 되고 서로에게 상담자가 되기도 하고 위로자가 되기도 하지 않던가. 하지만 그 관계가 지속적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어 아픔과 미움이 되기도 된다.

우리는 만날 때에 미리 알지 못했던 것처럼 헤어질 때도 미리 알지 못하기에 이별의 준비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어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미리 헤어짐을 알았더라면 서로에게 조금은 덜 아픈 상처로 남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가 지나고 나면 떠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조금 더 잘해줄 것을 조금 더 이해해줄 것을 조금 더 보듬어줄 것을 모두가 떠난 후의 이별 앞에서의 멈칫 마주침이다. 늘 '때' 그때를 알지 못하는 이유이고 까닭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곁에 있는 이에게 더욱 최선을 다하길 소망한다.

가족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친구 관계에서도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화들짝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대하고, 서로에게 호감이지 않더라도 찡그리지 않은 표정으로 대하는 관계이면 좋겠다. 만남이란 서로 마주하고 얘기하고 마음을 나눠서 좋고 그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서 오는 길이 평안하면 참 좋은 만남이라는 생각을 한다. 서로에게 평안함을 줄 수 있는 서로의 삶에 박수로 응원하고 마음으로 기도해줄 수 있는 그런 관계라면 더없이 좋을 일이다. 설령, 그 어떤 이유로 헤어짐이 이별이 있을지라도 뒤에서 묵묵히 기도해줄 수 있는 그런 만남이길 말이다.

우리의 인생 가운데에 헤어짐이 이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서로에게 오해가 있어 헤어졌더라도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오해로 인해 서로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다. 상대방에게 이해를 시키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해명이 되고 변명이 되어 오히려 오해는 더 커지고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냥 시간을 기다려 볼 일이다. 그저 시간을 따라 함께 흘러가 볼 일이다. 어느 날엔가. 그 인연이 꼭 내게 있어야 할 인연이라면 돌아 돌아서 다시 내 곁으로 올 것인 까닭이다.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는 것을 어찌 내가 막을 수 있으며 잡을 수 있겠는가.

혹여, 서로의 오해로 빚어진 헤어짐이나 이별이라면 그 인연도 참으로 고마운 인연일지 모른다. 그것은 혹한의 겨울나무가 세찬 비바람과 맞서 싸우고 견디며 마디가 생기듯 인생의 삶 가운데 아픔과 고통과 상처가 삶의 든든한 마디가 되어준다면 더 없을 고마운 일이지 않겠는가. 그 어떤 일이든 관계이든 간에 그저 흘려보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키우길 기도한다. 그저 보내도 속이 상하지 않을 아픔과 상처가 되지 않을 그 만큼의 여유로운 마음이길 말이다.

무엇인가 차고 넘치면 흐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지 않던가.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도 그렇거니와 서로의 인연도 그렇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로운 만남이라고 화들짝 거릴 것도 헤어짐이라 해서 그리 서운해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말이다.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며 만나고 다시 또 헤어지는 그 이치를 조금씩 알아가는 까닭에 모두가 감사라고 고백하는 오늘이다. 작은 숲속의 바람을 느껴보라. 그 속에서 잠든 오감의 감성들이 털끝을 세운다. 아, 이 살아있음의 감사가 절로 넘쳐흐른다.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더 바랄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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