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사는 '초등 친구'를 만나 행복한 수다를...
신영의 세상 스케치 658회
보스톤코리아  2018-08-20, 10:41:08 
지난 8월 초 시카고에 문학 행사가 있어 '행사'와 '문학기행'을 마치고 한 일주일 다녀왔다. 시카고에 초등학교 친구가 살고 있어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오래 묵은 수다 보따리를 밤새 풀고 보스턴 집에 돌아왔다. 친구가 사는 삶이 어찌나 예쁘던지 덩달아 나도 행복했다. 그녀의 환한 해맑은 웃음이 삶 속에서 절로 흘러넘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착하고 눈물이 많았던 아이였다. 40년이 훌쩍 지나 만났어도 어릴 적 그 말간 모습이 그대로인 친구가 고마웠다. 삶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을 지켜온 친구가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웠다.

친구의 남편은 27년 전 캘리포니아주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주 '하버드 대학교'에서 '포스트닥터'를 받았다. 그리고 시카고 대학(UIC)에서
교수가 되었다. 친구는 초등 선배와 결혼을 해 친구의 남편은 '내 선배'가 되기도 한다. 이번 시카고 방문을 하며 친구와 친구의 남편(선배)과 셋이서 어릴 적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많이 즐겁고 행복했다. 어릴 적 시골 작은 마을의 아이들이 자라 넓고도 너른 땅 미국의 중심 도시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며 자리매김하며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었다.

친구는 살림꾼이었다. 집 밖에 단정하게 정리된 채소밭을 보면서 나는 그만 감동하고 말았다. 오이, 고추, 상추, 호박, 토마토, 미나리 등 여러 채소가 푸릇푸릇 잘 자라고 있었다. 또한, 깔끔한 음식과 단정한 집안 꾸밈 정갈한 집안 풍경이 친구의 검소한 생활이 그대로 느껴졌다. 30년 전 유학생 와이프들이 많이들 그렇듯이 부모의 후원 없이는 남편 공부를 위해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곁에서 얼마나 많이 버거웠을까. 그 시간을 잘 견디고 그 세월을 잘 감당했을 친구가 참으로 대견하고 고맙고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 시간이 있어 오늘의 감사한 날이 있다고 말하는 친구가 참으로 고마웠다. 유학생 와이프로서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통해 아끼고 절약하고 검소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통해서 나눔과 누림을 배울 수 있었다는 친구의 말에 더욱 감동이었다. 그저 넉넉하지 않아 밖에 나가 외식을 삼가했으며 집에서 정성으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 가족과 나누었고 누렸다는 것이다. 먼 곳에 여행 갈 여건이 아닐 때는 가까운 곳에서 여행 간 사람처럼 즐겼으며 자신의 여건에 맞춰 충실히 살아왔다는 것이다.

2년 전 처음 40년 만에 초등 친구들과 만나게 되었다. 미국에 세 아이가 살고 있었다. 보스턴에 사는 나와 시카고에 사는 친구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다른 친구 그렇게 셋이 살고 있었다. 2년 전 가을 한국을 모두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친구는 개인 사정으로 만나지 못했지만, 다른 초등 친구들과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모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오십 중반에 오른 친구들은 각자의 길에서 모두들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시카고에 사는 친구가 친구들을 보며 자신은 남편 뒷바라지와 살림만 하고 산 것 같다고 말을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에게 나와 함께 몇 친구가 말을 해주었다. 그래도 교수 남편을 둔 사람은 '너 하나'라고 말이다. 남편이 교수가 되기까지 어찌 혼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겠느냐고 말을 해주었다. 남편의 교수 자리 반은 '너의 자리'라고 말을 해준 것이다. 누군가의 옆자리에서 여유롭게 서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기쁨이고 행복이지 않던가. 자식을 키워놓고 자식이 자신의 길에서 자리매김하며 사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그런 흐뭇함과 고마움 같은 것 말이다. 친구는 열심히 살아왔고 성실히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 것이다.

친구는 교회의 봉사에도 열심이었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과 정성으로 헌신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남편이 교회의 장로였다. 물론 그 이유도 있겠지만, 타고난 성품이 어떤 일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끝까지 책임을 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친구의 삶이 경험을 통한 지혜의 깊이가 있고 무엇이든 품을 줄 아는 너른 가슴이 있어 더욱 좋은 것이다. 가정을 살리는 4가지 생명의 씨(맵씨, 솜씨, 말씨, 마음씨)가 있다 들었었는데 바로 그 씨앗 네 개를 모두 갖춘 사람이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카고에서 고마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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