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
대학 졸업장으로도 안정된 삶 보장안돼…부모에 의존
주거,·보육, 교육비 폭등과 소득 불평등 심화가 원인
??????  2025-11-13, 17:00:52 
(보스톤=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매사추세츠에서 중산층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보스톤글로브가 지적했다. 

보스톤 글로브는12일 매사추세츠 중산층 붕괴 상황을 다양한 통계와 사례를 통해 짚었다. 집값과 보육·교육비 등 기본 생활비가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소득층과 나머지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한때 지역 경제의 중심이었던 중산층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졸업장이 중산층의 보장으로 이어지던 시대는 거의 끝났다. 보스턴대학교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35세 알렉사 아레나는 대학원 학위를 갖고 있음에도 부모 집으로 들어가 살거나 임대료로 월소득의 절반을 지출해야 한다. 도체스터에 사는 음악교사 사샤 화이트 역시 12만 달러가 넘는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두세 개의 일을 병행한다. 이들 모두 경제학 기준으로는 중산층 소득에 해당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전형적인 중산층의 안정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글로브가 보스톤재단 산하 보스톤인디케이터스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2000년대 초 보스턴 지역 가구의 절반가량이 중산층에 속했으나, 2023년에는 41퍼센트로 줄어들었다. 이 중 많은 가구가 고소득층으로 이동했고, 상당수는 오히려 저소득층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가구는 9만 가구에서 42만 가구로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고소득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형적인 K자형 소득 양극화다. 

중산층을 옥죄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주거비 급등이 꼽힌다. 보스턴 인근 지역의 집값은 20여 년 사이 3배 이상 뛰었고, 렌트비도 140퍼센트 상승했다. 공립대학 학위 취득 비용은 1999년 이후 3배 가까이 올랐으며, 4세 아동 보육비는 연 1만 8,000달러, 영아 보육비는 연 2만 6,700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보육비를 적정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소득 대비 7%)으로 보려면 연소득이 38만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매사추세츠 가구 10퍼센트 미만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세대 간 이동성의 하락도 중산층 축소와 맞물린다. 1940년생의 92퍼센트는 부모보다 높은 소득을 기록했지만, 1980년생은 그 비율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젊은 세대의 절반 가까이가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없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조사도 있다.

매사추세츠 경제의 강점이었던 첨단기술·금융·생명과학 분야도 일자리가 점차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격근무 확산과 외부 지역으로의 업무 이전, 그리고 향후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한 우려 등으로 중산층 일자리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텍사스대 미셸 딕커슨 교수는 “소비가 중심인 미국 경제에서 중산층이 사라지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경고했다. 매사추세츠 전역에서 주거·교육·보육비 부담이 커지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중산층의 기반이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라 힐리 주지사는 생명과학·클린테크·AI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와 MBTA 커뮤니티법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등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산업정책이 중산층 일자리 창출에 충분히 초점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기업 본사는 매사추세츠에 두더라도 제조·생산 시설은 외부에 두면서 중산층을 지탱할 만한 ‘중급 기술 일자리’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스톤글로브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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