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 봉사를 다녀와서
보스톤코리아  2018-03-15, 20:03:54 
보스톤의 변화무쌍한 겨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작년 4월 초에 양로원에서 합창하는 날에는 함박 눈이 펑펑 내렸다고 했다. 다행히 올해 방문일이었던 10일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전 그 후 폭설이 내렸으니 양로원 방문과 눈은 깊은 인연이 있는 것만 같다. 

양로원 방문이 계획된 후 거의 석 달 동안 매주 모여서 한국가요와 국악풍의 노래와 가곡 그리고 성가모음을 연습하였다. 매주 새로운 곡을 알아가는 것이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연습을 하는 순간들이 설레고 마음 한구석이 훈훈하게 느껴졌다.

눈쌓인 언덕 위 Bethany Health Care Center는 주로 은퇴한 수녀님들과 할머니들이 기거하는 아담한 곳이었다. 예정된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휠체어를 타신 할머니들이 하나 둘씩 커다란 방에 모이기 시작하였다. 그마저도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침대에 누운 채 참가했다. 어림잡아 서른 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였다. 올해는 양로원의 다른 일정과 겹치게 되어 앉을 자리가 없이 꽉 찼었던 작년과 달리 조촐한 인원이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여성 합창단이 신나는 리듬의 가요를 부르자 표정이 없던 분들의 얼굴에 조금씩 희미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귀여운 아이들이 노래를 부를 땐, 마치 손자 손녀들을 바라보는 듯 따스한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남녀 혼성으로 부른 잔잔하고 아름다운 가곡에 이어 국악 리듬에 맞춰 흥겨운 노래가 울려 퍼지자 들썩이는 작은 움직임과 힘없는 손으로 치는 박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순서로 그분들의 귀에 익은 성가를 영어로 부르자 몇몇 분들이 같이 따라 하시기도 했다. 참여했던 모든 아이들과 남녀 혼성팀이 모두 함께 “You raise me up”을 부르며 오늘의 순서를 모두 마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록 우뢰와 같은 환호의 박수는 아니었지만 그분들에게는 한껏 마음을 담은 가장 큰 몸짓과 표현인 것 같았다

출입문 가까이에 계시던 할머니 한 분에게 작별 인사를 하자 고맙다고 하시며 가녀린 손을 내밀었다. 따스한 온기로 마음이 전해졌다. 나눔과 봉사는 너싱홈의 할머니들이 아닌 결국 나의 가슴에 주는 따뜻한 위로였던 것이다.  

글: 현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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