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38
보스톤코리아  2013-08-12, 11:42:13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 조셉 코수스, 1965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 조셉 코수스, 1965
한 미술대학의 학생이 자신의 작품 옆에 “청소부님, 이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작품입니다. 버리지 마세요.”라고 붙여 놓은 메모를 찍은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전통적인 미술 작품은 의례 함부로 다루면 안될 것 같은 귀한 분위기를 풍기기 마련인데 일반인이 보기에 쓰레기와도 구분이 안 되는 작업을 했던 대학생은 작품에서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었을까. 오늘날 현대 미술관에서 흔히 접하는 난해하고 모호한 작품들에 많은 관객들은 현대미술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위의 일화는 이러한 생각을 가진 것이 오직 소수의 사람들 만은 아님을 재치 있게 시사하고 있다.

전통적인 개념으로써 미술이란 용어는 프랑스어 보자르 (beaux arts)를 번역한 말로 미(美)는 아름다움을 술(術)은 기술을 뜻한다. 그리고 art의 라틴어 기원인 'ars'는 본래 기술을 의미했다. 따라서 미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술이나 재주로 해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미술에서 우리는 쭉 늘어놓은 고철덩어리나, 낡은 천이나 병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조물과 같이 시각적 아름다움도, 오랜 시간 연마하여 습득된 숙련된 기술도 전혀 보이지 않는 작품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이때 관객들이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지? 과연 이게 미술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작품은 대부분 ‘개념미술’이란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개념미술은 미술의 전통적인 요소인 아름다움과 기술이 부각되기 보다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이 작품의 중심이 된다. 개념미술을 만났다면 관객은 잠시나마 당혹스러움을 접어두고, 작품의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한 사색 혹은 생각놀이를 시작해야 한다. 관객들은 때론 적극적인 생각 과정을 통해 작품의 개념에 대한 자신만의 결론에 이를 수도 있고, 혹은 언어로 설명된 작가의 의도를 통해서 비로서 작품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다다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조셉 코수스의1965년작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 도판을 보자. (위의 사진 참조) 무엇이 보이는가? 각 사물들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작품에는 사진 속의 의자, 실재의 의자, 사전 속의 의자가 나란히 나열되어있다. 코수스는 의자를 통하여 인간의 인식능력을 샤르트르의 이론에 입각하여 구분하였는데, 즉 상상의 대상인 이미지 (사진 속 의자), 지각의 대상인 사물 (실재 의자), 사유의 대상인 개념 (사전 속 의자)으로 시각화 하였던 것이다. 이 작품은 동일한 개념의 의자를 각기 다르게 구현하고, 동시에 세가지 대상을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로써 사용함으로써 인식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게 한다. 

우리가 개념미술을 이야기 할 때 개념미술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작가 마르셀 뒤샹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17년 고상한 전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불경스런 사물인 변기를 들여와 설치해 놓고, 그 변기에 샘 (fountain)이란 제목을 명명하고 서명을 하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술계는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는 당시 많은 미술 관계자들의 심기를 건드렸을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예술가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샘’이 제작되던 시기는 제 1차 세계대전 중으로 유럽 전역은 인간이 인간을 끊임없이 학살하는 비정상적이고 암울하며 비현실적인 상황을 겪고 있었다. 뒤샹의 ‘샘’은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풍자이자 오랜 명성을 유지해 왔던 고전적 예술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는 이 시기에 기성품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일련의 작품들을 제작함으로써 전통적 미술(美術)의 관념을 뒤엎고 기계가 찍어낸 기성품도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작가의 손이 전혀 닫지 않은 비예술적 사물도 작가가 어떻게 설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켰다. 일차 세계대전이라는 어두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뒤샹이 탄생시킨 개념미술 작품 속 기성품과 작품의 의미와의 관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술문화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유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다음주에 이어집니다.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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