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7
보스톤코리아  2012-10-31, 11:57:21 
The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Boston (ICA)
100 Northern Avenue Boston, MA 02210
(617) 478-3100



이번 컬럼에서는 훗날 동시대를 대표할 예술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설립된The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Boston (ICA) 를 소개한다.

ICA는1936년 보스톤 뮤지엄오브모던아트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이래 무려 13번의 이사를 거쳐 사우스보스톤에 위치한 현재 박물관에 자리하게 되었다. ICA가 사용한 과거의 건물 중에는 뉴베리스트릿에 있는 현재의 H&M 건물(1963-1968)과 오늘날까지 보스톤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보일스톤스트릿의 과거 경찰서 건물 (현재 Boston Architectural College 건물) 등이있다 (1973-2006). 그리고 2006년 마침내 보스톤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보이는 시포트 지구에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된다.

ICA가 제시하는 현대 미술은 어떤 모습일까? ICA는 시각 예술과 함께 인간 본래의 표현 수단인 퍼포먼스, 댄스, 음악, 스토리텔링을 비롯 필름, 디지털미디어 등을 모두 현대미술의 범주로 끌어들인다. 따라서 전통적 작품관람 공간인 겔러리는 ICA의 주요공간 중 오직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ICA에서 관객에게 개방되어 있는1층 로비부터 4층까지 층 별 구성을 살펴보면 1층은 티켓 카운터, 아트스토어, 카페 그리고 Art lab 이라고 부르는 미술실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미디어 관련 세미나와 강좌가 이루어지는 미디어실, 3층은 퍼포먼스, 음악, 연극 공연이 이루어지는 극장이다. 끝으로 미술전시장은 4층 영구 소장품전시장과 특별전시장 두 곳 뿐이다. 이러한 건물 구성에서 볼 수 있듯이 ICA가 바라보는 현대미술의 모습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혼합된 형태라는 해석을 해볼 수 있다. 따라서ICA에 가면 흔히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관의 이미지보다는 음악, 연극, 공연예술을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총체적 문화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박물관, 공간 그 자체로써의 예술
ICA의 새 보금자리는 세계적인 건축디자인회사Diller Scofidio + Renfro에 의해 설계되었다. 뉴욕에 버려진 철도를 이용하여 디자인한 하이라인파크 (High Line park)와 링컨센터 엘리스툴리홀(Lincoln Center's Alice Tully Hall)등이 이 팀에 의해 디자인된 주요 건축물이다. 이 팀의 건축물은 마치 거대 조형물을 보고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독창적이며 회화적이고 때로는 초현실적 그림을 현실세계로 옮겨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ICA의 건축물은 단순히 건축물만을 감상하기위해 박물관에 들러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만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외관상으로는 단순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으나 통유리벽 건물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탁트인 야외환경을 그대로 실내로 들여온 것에 감탄하게된다. 또한 창문의 역할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는데 박물관 내 모든 창들은 주변 경관을 흥미롭게 담을 수 있도록 세심히 창의 크기와 위치를 디자인하여 마치 켄버스 위에 신중히 계산하여 완성된 그림을 연상시킨다. 4층Mediatheque Gallery 와North gallery, 그리고 3층 극장 Theater: Beyond Visual Arts에 가면 박물관 주변 항구와 도시의 경관이 만든 아름다운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의 발굴
ICA의 주요 미션 중 하나는 100년 후의 관객들이 현재 ICA에 전시되는 작품들을 통해서 21세기의 미술사를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실제로 ICA 개관 이래로 고갱, 피카소, 마티스, 워홀 등 오늘날 예술사의 중요한 챕터를 장식한 예술가의 전시를 그들 작가가 작업을 하던 동시대에 소개하였다.

ICA가 기획했던 흥미로운 전시의 예로는 1939년 열린 “퇴폐 예술전”이다. 이 전시는 원래 1937년 히틀러에 의해 기획되었던 전시를 2년 후 보스톤으로 초청한 것이다. 히틀러와 나치정권은 표현주의적 강렬한 색채와 실험정신을 보이는 아방가르드 작가들 112명을 독일의 전통을 오염시킨다는 명목 하에 퇴폐예술가로 지목하였고, 이들 작가들은 작품 제작을 금지당하고, 심한 예술적 탄압을 받았다. 이들의 작품을 조롱하고 미술에서 모든 '퇴폐'를 청산한다는 정치적 의도로 기획된 이 전시에는 피카소, 뭉크,샤갈, 에밀놀데, 폴 고갱, 에른스트 키르히너 등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시는 뭔헨전시에서 하루평균 20,000명의 경이로운 관객기록을 세우며 사상초유의 성공적 전시로 기록되었는데 이 전시의 예술사적 의미와 영향력를 읽었던 ICA가 1939년 “퇴폐 예술전”을 보스톤으로 초청하였던 것이다. 그 외에도1930년대 피카소의 개인전, 1950년대 뭉크와 칸딘스키의 초대전, 1966년 앤디워홀의 개인전, 1976년 클래스 올덴버그의 회고전, 1977년 영국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미국에서의 첫 전시가 ICA에서 열렸다.

좀 더 최근에 열린 인상적인 전시는2009년 쉐퍼드 페리(Shepard Faire)의 개인전이다. 페리는 보스톤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OBEY 스티커와 오바마의Hope포스터작업으로 유명한 퍼블릭아티스트이다. 그래피티, 벽화등 거리에 무허가로 제작되는 예술은 일종의 저급한 예술로 오랜 평가를 받아왔던 반면 ICA는 그를 동시대에 가장 영향력있는 벽화예술가로 인정하였고 대형 뮤지엄으로써는 이례적으로 그의 개인전 “Supply & Demand”를 기획하였다. 하지만 허가를 받지 않고 인적이 드문 밤 공공장소에 포스터를 붙이는 식의 작업방식으로 꾸준히 문제를 일으켜왔던 그는 본인의 개인전 행사를 위해 ICA에 오는 길에 반달리즘(공공기물파손)으로 체포되기도 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박물관에서 보는 많은 작품들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는 미술계의 관습과 전통을 깨며 독자적인 길을 개척함으로써 훗날 인정을 받은 작품들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시각미술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정의되어질까? 100년 후 예술사책을 장식할 작가와 그들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ICA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ph) 857 756 2557
jandonghee@bostonartstudio.com/ www.bostonart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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