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미국 출간
보스톤코리아  2017-01-30, 15:01:42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정선경 기자 =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영어명 ‘Human Acts’)』가 17일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문학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은바 있는 한강은 그의 또 다른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의 출간과 더불어 미국 내 언론들의 잇따른 조명을 받고 있다.

13일 자 보스톤 글로브는 ‘광주민주화항쟁의 영혼에 사로잡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설 내용과 그 배경을 상세히 전했다. 

『소년이 온다』의 이야기가 1980년 광주에서 벌어졌던 학생 운동에 대한 정부의 잔인한 억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소개한 보스톤 글로브는 이 사건이 1970년, 미국 켄트 주립대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과 유사점이 있다고 하면서도 “학살의 규모와 억압은 그러한 비교를 불쾌하게 만들 정도”라며 참상의 정도가 훨씬 심각함을 강조했다. (켄트 주립대학교 총기 난사 사건은 1970년 5월 미국 오하이오 켄트주립대에서 베트남전 반대 시위를 하던 학생들에게 무장한 주 방위군이 총격을 퍼부어 4명이 죽고 9명이 다친 사건을 말한다).

무고한 젊은이들의 희생 이후의 삶을 ‘유령’에 비유하고 있는 이 리뷰는 ‘유령’을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학살당한 학생들의 영혼. 두 번째는 살아남은 ‘유령’들로, 군인의 총알에서 살아남았지만, 외상과 죄책감을 떨쳐낼 수 없어 기억에 족쇄 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중학교 3학년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은 바로 이 두 번째 유령에 속한다. 친구를 버리고 도망쳐 혼자 살아남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동호는 결국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청에 남아 시쳇더미를 지키는 선택을 한다. 살아남으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살아남아 영혼이 부서진 은숙, 고문을 받고 풀려났지만 부서진 영혼을 되살릴 수 없었던 진수의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전해진다.

보스톤 글로브는 “한강은 이전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광주 학생 대학살에 대해 스치듯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광주에서의 이 잔학한 사건은 분명히 이 작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며 이 사건이 한강의 작품세계 전반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 주목했다. 

그에 앞서 10일 자 뉴욕타임스 역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비중 있게 다루며 상세한 리뷰를 실었다. 
뉴욕타임즈는 소설의 줄거리와 더불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하며 박정희로부터 전두환까지 이어진 군사정권을 소개했다.

또한, 한국의 인사말 ‘안녕하세요’가 ‘당신은 평안합니까’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강대국에 둘러싸여 숱한 침략과 전쟁, 식민통치, 군사정권 등을 겪어야 했던 한국의 고된 역사가 인사말에 반영되어 있다고도 설명했다.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강의 소설이 던지고 있다고 해석한 이 리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당신은 평안합니까” 대신 “당신은 평화를 실천하고 있습니까”라고 해야 한다며, 평화는 수동성이 아닌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의견도 함께 전했다. 이는 『소년이 온다』의 영문 제목 ‘Human Acts’에 대한 해석이기도 하다. 

한강은 1970년 광주 출생으로, 광주항쟁 발생 4개월 전 가족을 따라 서울로 이사했다. 광주에 있는 친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날의 사건을 접했고, 13살 때 아버지 한승원이 가지고 있던 당시 학살의 흔적이 담긴 사진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이후 간접 경험한 폭력을 문학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천착해 왔다. 

광주 5.18에 대한 기억을 예술로 승화시킨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의 영문판은 지난해 초 영국에서 출간된 바 있으며, 미국에서는 호가스(Hogarth) 출판으로 이달 17일 미 전역 서점에서 일제히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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