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그리고 한국인
보스톤코리아  2011-02-14, 12:16:24 
어학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레고리 버넷 씨
어학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레고리 버넷 씨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홍수진 인턴기자 = 한국학생들은 보스톤을 어학연수를 위한 최적의 도시로 손꼽는다. 하버드, MIT 등 명문대학을 품고 있고 미국 내 최고 공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명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스톤은 한국학생들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1월 24일 오후, 캠브리지 소재 한 어학원에서 만난 그레고리 버넷(Gregory Burnett, 30)에게서 그 대답의 일부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경력을 포함, 올해로 3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한국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레고리. 그런 성격이 그를 교사의 길로 안내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을 때의 수줍음도 잠시, 학생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그의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다.

Q 어떤 계기로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나?
원래는 로스쿨에 진학해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웃음) 그러다 대학교 4학년 때, 단순히 돈을 버는 것 대신 내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성숙하게 다져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 갔는데, 아버지께서 어떤 종이 한 장을 내게 내미셨다. 한국에서 교회를 위해 일하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종이를 본 순간 '바로 이거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영어를 가르치게 된 첫 번째 계기이다. 그 때의 경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들 중 하나다. 내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Q 처음으로 한국에 갔을 때가 궁금하다. 어떤 것들을 느꼈나?
처음 한국에 갔을 때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에 앉은 할머니에게 "감사합니다."라고 겨우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는 전혀 할 줄 몰랐다. 언어 장벽뿐 아니라 그 동안 익숙했던 모든 것에서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나의 고향과 가족, 친한 친구들 말이다.

또 한국 음식은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 시도하기조차 두려웠었다. 그러다 매일 맥도날드에만 가는 나를 발견하곤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라면을 먹기 시작했는데 내가 가르치던 한 학생이 "선생님, 그건 정말 건강에 안 좋아요."하고 걱정해주더라. (웃음)

결국엔 학생들에게 한글도 배우고 문화, 음식 등 모든 것들을 극복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학생들과도 금세 친해지고 가족처럼 잘 지냈다.

Q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현재 보스톤에서까지 많은 한국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다른 나라 학생과 구별되는 한국학생만의 특징이 있는가?
한국학생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 누군가가 그러더라. 미국에서는 "The squeaky wheel gets the oil(우는 아이 젖 준다)."라고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The nail that sticks out gets hammered down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고.

그래서인지 한국학생들은 말할 때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학생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뭔가를 말할 때에만 교사가 잘못된 것을 고쳐줄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내 교육 철학이다.

Q 한국학생들에게 영어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에서 영어는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한국의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선 영어 성적이 좋아야 하고, 일단 그곳을 졸업하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것 같다. 학생들이 아무리 재능이 있고 똑똑하다 할지라도 영어를 구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미래에 회사에 취직하고 사업을 하는 데 장벽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인이다.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 문화를 공유하는 한국인 말이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영어가 그토록 높은 가치를 지니고,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안 좋다. 특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없이 사회적 분위기를 따르 기 위해 영어공부를 하는 경우를 보면 더 그렇다.

Q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한국학생들에게 영어공부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이런 말이 있다. "Don't be afraid to go out on a limb, that's where the fruit is (가지 끝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곳이 열매가 있는 곳이다)." 때때로 배우고자 하는 열정보다 편하게 지내고 싶은 욕구가 더 커서, 스스로를 영어 공부의 한계에 가둘 수가 있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의 장벽 밖으로 나올 때이다.

예를 들어, 같이 영어를 배우는 친구들과 시간을 정해서 외식을 한다든가 박물관에 갈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시간에는 오직 영어만 사용하고, 우연히 만나게 되는 외국인에게 대화를 걸어볼 수도 있다.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있게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기꺼이 대화를 나누려고 할 것이다.

보스톤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한국에 있는 학생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을 최대화하고 내가 왜 이 곳에 있는지, 무엇을 위해 왔는지 자신만의 목적을 확실히 해서 영어 공부를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bokosu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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