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흑인대신 이민자 왕따 노린다
보스톤코리아  2017-02-02, 21:27:23 
29일 카플리 광장에서 열린 반 트럼프 이민정책 집회에 참가한 중동 출신 시위자들이 지역과 종교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시훈 기자)
29일 카플리 광장에서 열린 반 트럼프 이민정책 집회에 참가한 중동 출신 시위자들이 지역과 종교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시훈 기자)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정선경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대 이민자의 구도로 나눠 미국내 가난한 백인들의 분노를 이민자에게 떠 넘기는 정책을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미국 백인들이 서민들의 불만을 흑인에게 떠넘겨 왔던 정책과 유사하다. 

미국내 VOX와 워싱톤 포스트가 1월 30일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H-1B 취업비자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푸드스탬프, 메디케이드 등 웰페어를 받은 이민자들의 비자 승인을 거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그러나 아직 메모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취임 10일여만에 이슬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통해 반이민정책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번째 행정명령으로 본격적인 이민자 혐오 정치의 서막을 열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메모에는 트럼프행정부가 이민자를 인식하는 태도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행정명령 초안은 “미국의 이민 정책은 미국의 국익에 우선적으로 봉사하도록 설계되고 이행되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은 미국 노동자와 합법적인 거주자의 시민권을 보호하고 그들(잊혀진 노동자들)이 보유한 일자리 보호를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떤 방식으로 시행하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숀 스파이서(Shan Spicer)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법 개혁의 일환으로 H-1B 비자 제도 개혁에 관해 지속적으로 논의 할 것이며 행정명령 또는 의회와의 조율을 통해 실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앞으로 90일 이내로 구체적인 보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 초안에는 H-1B는 물론이고 OPT, 문화 교류비자인 J-1, 기업 주재원 비자인 L-1, 투자 이민비자인 E-2, 등 또한 개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한인사회 전반에 파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H-1B 비자 신청 조건 강화 관련 법안 추진
트럼프의 비자 프로그램 개편 관련 행정명령과 별도로 의회에서도 H-1B 취업 비자 신청 조건 강화 관련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척 그래슬리(Chuck Grassley)와 딕 더빈(Dick Durbin) 상원의원은 지난달 20일 H-1B 비자 프로그램 개편을 제안하는 초당적 법안을 발표했다. 25일자 CNN보도에 따르면 이 개편안은 노동청이  H-1B 비자 및 L-1 비자를 후원하는 고용주를 검토, 조사 및 감사 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의 로터리 시스템을 없애고 미국에서 유학한 학생들에게 비자 우선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하원 의원인 조 로프그랜(Zoe Lofgren) 또한 지난 주 H-1B 취업 비자 프로그램의 요건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발표했다. 31일자 PTI 뉴스에 따르면 이 법안은 현재 H-1B의 최저 임금인 6만불의 두 배 이상인 13만불을 최저 임금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 외에도 캘리포니아 공화당의 대럴 이사(Darrell Issa)는 1월 초 H-1B 취업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회사들이 더 비싸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같이 전반적으로 의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도 취업비자의 제한 단축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웰페어 받은 이민자 비자 발급 거부, 추방도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 초안에는 이민자들이 어떠한 웰페어 혜택이라도 받은 경우 국토안보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바꾸도록 하고 있다. 급진적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웰페어를 이용한 미국내 이민자들도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심지어 이 명령은 추방당한 이민자가 사용했던 혜택 비용을 스폰서한 가족 또는 친구들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서류미비자는 비록 자녀들이 시민권자라도 세금 크레딧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게다가 정부는 얼마나 많은 웰페어 혜택이 이민자들에게 쓰였는지 보고 출판도록 했다. 다시 말해 미국출생의 가난한 미국인들의 분노를 이를 실제적으로 착취하는 부자가 아닌 이민자들에게 떠 넘기는 이른바 ‘왕따’ 포퓰리즘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뉴욕 매거진은 이번 행정명령의 숨은 의도는 결코 불법이민자들이나 복지혜택을 받은 이민자들만이 목표가 아니다. 바로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자들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 백인층의 분노를 이민자에게 돌리고 부유층 감세 등 트럼프가 원하는 각종 정책을 쉽게 추진한다는 이 방식은 너무도 잘 알려진 왕따 이론이다. 이 메모가 시행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인사회에 미칠 파장은?
한인 2세들 일부와 한인 시민권자 일부는 트럼프의 이민정책이 결코 자신들과 무관한 것이라고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포퓰리즘 정책은 이제 미국의 왕따로 이민자를 노리고 있다. 

실제 H-1B비자의 변경만으로도 한인사회가 직간접적으로 받을 영향은 크다. H-1B의 발급 조건이 강화되고 OPT와 J-1비자가 폐지된다면 미국에서 취업의 기회를 찾으려던 유학생들 및 연구원들은 설 자리가 없다. 

보스톤 올스톤 소재의 한 한인업체는 “H-1B를 통해 고용하는 절차가 복잡해지고 높은 비용이 들 경우 H-1B발행을 꺼리게 될 것 같다”고 밝히며 “정 필요할 경우에만 어쩔수 없이 고용하게 되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전했다. 

올해 J-1에서 H-1B 비자를 신청하게 된 보스톤 소재 회사 재직 중인 한 연구원은 “법이 어떻게 바뀔지 추이를 살피고 있다. 이번 H-1B 비자 신청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O비자를 신청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만약 그도 잘 안될 경우 한국이나 유럽으로 가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학생들의 상당수는 미국에서의 취직까지 바라며 유학길에 오른다. 하지만 졸업 이후 미국 거주가 어려워 진다면 현재 미국에 거주중인 유학생이나 연구원 뿐만 아니라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사람들의 미국행이 위축될 수도 있다.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1월 30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미국행을 심각하게 재고”하라며 유학생들에게 미국행 대신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면 한인사회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취업 비자 뿐만 아니라 이미 비자를 받은 한인들도 추방대상으로 몰리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런 우려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성기주 변호사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며 트럼프의 반이민정책 행보에 대한 여론이 안좋기 때문에 고려될 수도 있다”고 말하며 “미국은 이민 없이는 쉽지 않은 나라다. 아직까진 한국사람들에게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라고 일단 관망할 것을 조언했다. 

sun@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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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chano
2017.02.05, 12:50:48
재밌는건 저소득층 백인들만 반이민 정책들을 지지하는게 아니고 시민권을 얻은 1세대 이민자들과 여기서 태어난 2세들 중에서도 반이민 정책을 반기고 지지하는분들이 꽤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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