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金씨의 관촌수필
보스톤코리아  2022-05-09, 11:34:47 
관촌수필. 돌아간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이다. 십수년전 한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읽었다. 소설 중 한토막이다. 관촌은 작가의 고향마을 이름이다. 

세월은 지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날로 새로워진 것을 볼 때마다 내가 그만큼 낡아졌음을 터득하고 때로는 서글퍼하기도 했으나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는가는 크게 여기지 않는다. 무엇이 왜 안 변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겠기 때문이다. 「관산추정」

서울이 내고향은 아니다. 그런데, 종로2가는 내게 유별나다. 그렇다고 이장희 노래마냥 비오는 종로거리를 걸었던 건 아니다. 단지 2가 모퉁이에서 자주 고속버스를 탔다. 그럴적에 기억하는 건, 종로서적이고, 고려당 양과점이며, 삼화고속버스 터미날이다. 그땐 버스터미날도 도심 한복판에 있었다.
한창 여름 저녁에 종로통은 무척 붐볐다. 청소년들과 행인과 가두상점과 자동차 소음과 매연이 모두 섞이고 합쳐졌다.  시끄럽고 탁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거다. 더위는 지하철통풍구에서 쏟아 올라오는 달갑지 않은 바람과 뒤범벅이 되었다. 

삼일빌딩. 종로2가에서 삼화고속을 끼고 돌아야 한다. 관철동쪽 남향으로 걸어야 했다. 블럭 끝편에 있던 큼직했고 높았던 건물이름이다. 그곳에 가본일은 별로 없다. 게다가 제일 높다는 31층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지도 못했다. 지하층에 커피숍이던가. 양식집엔 한 두어번 갔던 적은 있다. 

나태주 시인이다. 
눈 녹은 마당에서
듣는
솔바람 소리.

부엌에서 뒤란에서
저녁 늦게 들려오는
어머니 목소리.
(나태주, 내 고향은 중에서)

고향은 고향인데, 더이상 그 고향이 아니다. 내고향은 내게 간신히 매달려 있는 기억과 추억속의 고향일 뿐이니 말이다. 이런걸 향수라 하던가? 현재와 과거가 서로 무관하지 않은건 확실하다. 그런데 내게 현재와 과거는 오직 꿈속에서만 서로 불러내고 부름받는다. 몸은 이미 오래전 떠나왔고, 더이상이 오라고 손짓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어머니 목소리도 까무륵 하다. 

봄이라 그런가. 아니면 이젠 한국여행이 한결 수월해진다 해서 그런가. 여전히 목을 빼고 고향을 그리고 기린다.  세월이 무상한데 오늘 잡문은 김씨 관촌수필이다. 내가 내 선친의 연세가 되었다.

우리 고향으로 돌아가자 하도다 (예레미아 46: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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