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인왕산 제색도
보스톤코리아  2021-06-07, 11:17:17 
요즈음은 비가 잦다. 봄비라지만 싱그럽진 않았고, 오히려 차가웠다. 덕분에 하늘은 회색인가 흐린 날이 많았다. 짙푸른 나무잎과 엷은 회색빛 하늘은 농담濃淡이 극명히 드러났던 거다. 인왕산제색도가 떠올랐다. 

인왕산제색도는 겸재 정선의 작품이다. 작가 나이 76세에 그렸는데, 친구의 죽음에 애통한 마음을 담았다고도 했다. 그런 연유때문인가. 제목에서 제색霽色이란 말은 어렵고 오히려 무겁다. ‘큰 비가 온 뒤에 막 개어질 때의 풍광’이라는 뜻이란다. 역시 제목처럼 작품은 검은색과 회색이 강렬하게 어우러졌다. 

내스스로 대작을 평하겠다는 망발은 없다. 책에서 읽은 걸 몇구절 그대로 옮긴다. 

‘ …겸재 나이 76세에 그린 인왕제색도는 그 준수한 바위 봉우리가 비 안개 걷히며 환희 드러나는 모습을 장쾌하게 잡아냈다. 바위 봉우리의 미끄러운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몇번이고 붓을 가하여 그 붓자국이 더욱 질감을 느끼게 한 것이 이 그림의 핵심이다.’(유홍준, 화인열전 1)

작품은 원래 심환지가 보관하고 있었다 했다. 심환지 대감이 누구인가. 노론의 태두었고, 정조대왕의 측근이었다. 당대 이름을 떨친 정치인이었던 거다. 그런데 그의 소장품이었다니. 그의 정치적 처신과 공과를 떠나, 걸작을 알아보는 눈은 빛이 난다. 하긴 그는 정조대왕이 보냈던 편지도 모두 보관하고 있었다니 크게 놀랄일은 아니다. 

그동안 작품은 돌아간 삼성 이건희 회장이 소장품이었다고 했다. 덕분에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남아있음에 감사한다. 수없이 많은 걸작들이 해외로 반출되었을 적에 이 작품만은 남아 있으니 말이다. 작품은 국보인데, 이젠 국가에 헌납되었다던가. 심환지대감이나 이회장의 안목은 탁월하고 마음씀은 대단하다. 

그런데 이회장이 모았던 귀한 작품은 2만여점이 넘는다 했다. 모두 값을 매길수 없는 값진 작품들이라 고도 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걸작들을 내눈으로 직접 보고싶다. 허황된 꿈일테지만 말이다. 

흐린 날은 구름이 낮다고 한다. 지상에서 가깝다는 말인데, 인왕산제색도 역시 우리 가까이 다가왔다. 구름이 더욱 두드러 지는데, 인왕은 여전하다.  

첨언) 인왕산을 그린 작품 사진들을 모았다. 겸재의 작품을 포함해 현대작가들의 것도 포함되어 있다. 본인의 모방작도 슬쩍 밀어 넣었다. 졸작은 삼성태블렛으로 그렸다.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는 지라 (누가 9:3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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