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Why me?
보스톤코리아  2020-12-17, 16:18:39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때였다. 박빙의 승부였고, 뒷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그 중 하나인데, 널리 알려 진 이야기일 게다. 당선자는 정치적으로는 평탄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가정적으로는 슬픔과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일찍 아내와 어린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한편 아들은 암으로 젊은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큰 아들은 상당한 미남이었는데, 장차 대권에 도전할 만한 인물이었다고도 했다. 당선자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을 지도 모른다.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 나는가?’ 

당선자의 책상엔 만화가 놓여 있단다. 만화제목은 '공포의 해이가르'다. 만화 주인공 해이가르는 바이킹인데, 그가 탄 배가 폭풍우 속에서 좌초되었다. 그가 신을 원망하며 하늘을 향해 외친다. Why me?. 하늘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Why not?. 단 두칸 만화다만, 촌철살인이라 해야겠다. (중앙일보 2020-11-10)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경험이 있다. 보스톤 한인교회 묵상집에 실렸던 글 중 한 토막이다. 신앙 고백 시간 이었다. 아내가 닥친 어려움을 토로 했고, 듣고 있던 어느 집사님이 말했단다. ‘왜 당신에게만 그런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나요?’ 듣던 아내가 아찔했다고 했다. 벼락 맞은 듯 싶다면 과장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충격은 컸던 모양이다. 아내로 부터 전해 들은 나역시 무릎을 쳤다. 

조지훈 선생의 시 낙화落花다. 이 시를 읽으면 서늘한 바람이 이는듯 싶다. 선생의 명성이야 국어 교과서에서 익히 들었만, 이 시 첫구절에선 초가을 냄새가 나는 거다. 꽃이 지기로 서니, 바람을 탓하랴. 절창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조지훈, 낙화 중에서)

몹씨 어지럽던 한해가 저물어 간다. 털건 털고 잊을 건 잊으시길 빈다. 내게 하는 말이고, 내 스스로 되뇌인다. 세월과 세상을 탓하지 말지니 연말 잘 보내시라.

형제들아 서로 원망하지 말라 (야고보 5: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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