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신영의 세상 스케치 761회
보스톤코리아  2020-10-05, 10:53:17 
도종환 님의 '흔들리며 피는 꽃' 시편을 읽고 또 읽으며 며칠을 깊은 생각에 머물러 있다. 그래 시인의 가슴이 아니더라도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삶은 생각처럼 그리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 오늘이다. 서로 부딪히면서 스치는 인연에 웃음과 울음을 내고 생채기도 그어가며 그 상처를 보듬으면서 그렇게 서로 치유하며 사는가 싶다. 이 세상에서 홀로이지 않은 것이, 외롭지 않은 것이 그 무엇 하나라도 있을까. 서로 마주 보고 있어도 외롭고 고독한 것을 애써 변명하지만, 세상과 마주할수록 사람과 마주할수록 더욱 깊이 사무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지병인가 싶다.

사람으로 상처받고 고통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또한 그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 속에 있는 따뜻한 사랑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우리의 세상인 까닭이다. 그래서 살 만한 세상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저 들꽃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져 오지 않는가.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꺾여질 듯 꺾여지지 않고 바람을 타는 저 들꽃을 보면 행복해지지 않던가. 흔드는 바람을 탓하지 않고 바람과 함께 흔들리는 저 들꽃을 보면.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나처럼 하늘을 본다. 그 무엇과도 경계 짓지 않아 좋은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을 보면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내 곁에 있는 것들도 모두가 하늘을 향해 얼굴을 마주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도 들꽃과 들풀도 햇살 가득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다. 자연과 함께 마음을 마주하면 속에 가득 찬 욕심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나도 이 커다란 우주 안에서 하나의 작은 자연임을 깨닫는 순간 행복이 저절로 몰려온다. 굳이 그 어떤 종교를 들추지 않아도 저절로 창조주에 대한 감사와 찬양이 절로 흘러나온다. 

살면서 하루쯤은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면, 세상과 바쁘게 걸어온 헐떡거리는 숨을 결 따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계절과 계절의 샛길에서 바쁘게 옮기던 발걸음의 보폭을 천천히 옮기며 무심히 지나치던 자연과 마주해 보자. 들 가의 들풀과 들꽃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바람 그 바람을 타며 즐기는 나뭇잎들을 가만히 만나보자. 잊고 지내던 그들의 얘기들이 바람을 타고 귓가에 하나 둘 들려오리라. 그동안 듣지 못하고 잊고 살았던 내 마음 깊은 곳에서의 그리움의 언어들이 가슴으로부터 하나 둘 올라오리라. 내 가슴에서 오래도록 웅크리고 있던 내 그리움의 언어들이 하나 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참으로 고운 시어에 눈물이 고인다. 아, 시인은 어찌 저리도 맑디맑은 영혼을 노래했을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흔들리는 들꽃을 얼마를 보았던가. 저 흔들리는 꽃에서 바람을 보고 비구름을 보았을 시인의 맑은 영혼이 가슴 속을 파고든다. 그래 피고 지는 꽃을 보면 우리네 삶과 어찌나 닮았던지 가끔 들꽃과 들풀과 마주하면 인생의 긴 여정을 느끼게 된다. 땅의 기운과 하늘의 소리로 들꽃과 들풀은 욕심부리지 않아도 잘 자라 꽃피우고 열매 맺는데 어찌 이리도 사람만이 안달하고 복닥거리며 사는가 싶다.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어찌 이리도 사유 깊은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그래 사랑이란 이처럼 가슴 아파 견딜 수 없어 죽을 것만 같은 것이리라. 그래도 죽지 못하고 살아 또 마주하는 삶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사랑이란 보내는 가슴이나 남아 있는 가슴이나 떠나는 가슴이나 모두가 아픔인 것이다. 살면서 가슴 한편에 시린 사랑 하나쯤 남겨두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시린 가슴 다독이며 가다 보면 또 다른 사랑이 찾아 오고 그렇게 흔들리면서 가다 보면 문득문득 지난 사랑이 그리워지는 것이 사람일 게다.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모두가 행복을 원하고 달라고 한다. 도대체 행복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모두가 원하는 것일까. 행복의 색깔은, 모양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이제는 인생이란 것이 어떤 빛깔인지를 어렴풋이 알아간다. 그 어떤 삶일지라도 평범한 삶이란 어렵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간에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삶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다. 삶은 그래서 슬픔도 행복도 따로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삶은 그저 사는 것이다. 그 빛깔이, 색깔이, 모양이 어떻든 간에 자기가 누린 만큼의 것이란 생각을 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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