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냉면 배달
보스톤코리아  2020-07-06, 10:47:14 
해장국은 청진동. 낚지는 무교동. 한편 냉면은 오장동인데, 비빔냉면이었을 터. 난 그렇게 들었고, 두어 번 맛을 보긴 봤다. 오래전 한국에서 그랬다. 

한동안 물냉면인 평양냉면이 성가聲價를 높였다. 평양 옥류관냉면을 말하는데, 제법 행세 할 수있는 사람들만 맛을 봤을 게다. 그 옥류관 냉면이 다시 한국신문에 등장했다. 이번엔 냉면맛이 아닌 요리사가 심상치 않은 말을 던진 거다. 

백석이다. 국수가 제목인데, 냉면은 국수이다. 이 국수國粹는 아니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 국수 중에서)

두어해 전 한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 대기업 총수들도 따라갔다 던가. 촌부村夫인 내가 고개를 갸웃둥했다. 남북간 경제문제가 회담에서 나올건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냉면 한그릇 먹고, 사진찍자고 같이 간건 아닐테니 말이다. 그런데, 북한 인사가 했다는 말은 괴이쩍다. ‘냉면이 목에 넘어갑네까?’ 먹으며 듣던 총수들은 면발이 목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넘기던 국물은 입안에 오히려 썼을터. 말투는 고상하지 않아 냉면발보다 더 질겼다. 옥류관 냉면이었다. 

이번엔 아예 한 젓가락 더 건져냈다.  주방장이라 하던데 욕설을 섞어 배달했던 모양이다. 듣기에도 민망해 차마 옮기기에 망서려 진다. ‘국수 먹을땐 큰일 할것 처럼 요사떨더니,…’.  한국측에선 듣고도 무대답에 무반응이었다. 냉면 육수는 고담하고 소박해야 하는데, 이번 국물은 떫고 쓰다. 이번엔 한 젓가락 더 떴다. 냉면 그릇을 마져 내동댕이 쳤던 거다. 아예 깨뜨릴듯 하다. 그릇 깨지는 소리는 폭탄 터지는 소리보다 더 큰게다. 냉면배달은 더 이상 없을 모양이다.

평양냉면이 담담할적에, 함흥냉면은 비빔이고 맵다. 애꿎은 냉면에 사연도 많아 하는 소리다. 

그들의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요 (로마서 3:1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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