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얼떠리우스의 어리바리 (실패한) 꿀벌 이야기(10) - 뉴햄프셔에서
보스톤코리아  2020-05-04, 10:44:49 
3마리의 꿀벌 중에 맨 아래 옆면에 붙어 있는 벌의 오른 쪽 다리에 묻은 노란 색이 꽃의 화분입니다. 몸에 좋다는 성분들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처음 봤을 때에는 벌의 똥인 줄 알았습니다. 옷에도 묻히고 널어놓은 이불에도 묻혀서 똥인 줄 알고 벌들한테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 이 추운 날씨에 어디에서 꿀과 화분을 묻혀 오는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벌통에서 한 10m 정도 떨어진 돌 위에 양 다리에 화분을 왕참 묻혀서 온 벌이 숨을 할딱이는 모
3마리의 꿀벌 중에 맨 아래 옆면에 붙어 있는 벌의 오른 쪽 다리에 묻은 노란 색이 꽃의 화분입니다. 몸에 좋다는 성분들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처음 봤을 때에는 벌의 똥인 줄 알았습니다. 옷에도 묻히고 널어놓은 이불에도 묻혀서 똥인 줄 알고 벌들한테 뭐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 이 추운 날씨에 어디에서 꿀과 화분을 묻혀 오는지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벌통에서 한 10m 정도 떨어진 돌 위에 양 다리에 화분을 왕참 묻혀서 온 벌이 숨을 할딱이는 모
3. 벌들과 잠시 이별을 하다.
1) 그 혹독한 추운 겨울을 이겨낸 벌들을 뒤로하고 잠시 생이별
  아버지요 , 혹은 할아버지요, 오빠 혹은 남동생인 수벌들을 다 내 쫓아내서 죽이고 그 혹독한 추위와 싸워 이겨서 겨우 얻은 생존. 그 생존한 벌 2 무리를 그윽이 바라보며 흡족했습니다.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물론 죽은 2 무리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성공한 2 무리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며 작은 성공으로 아픔을 달래고 스스로 흡족해하며 기뻐하는 것도 잠시 한 달 넘게 벌들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어렵사리 이룬 성공을 다 날려 버려야 하는 그 아픔. 그 아픔을 극복할 어떤 내용이나 기사, 글을 책이나 동영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상황 앞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딸의 결혼식을 한국에서 하기로 하였고, 또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총회에 참석해야 했다. 그것도 그냥 회의를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서 일을 해야만 했다. 그것 때문에 결혼식도 좀 앞당겨졌고, 사위의 계획도 조금 어그러졌다. 결혼식 참석 후에 보스턴에 도착해서 그날 저녁에 총회 참석을 위해 LA로 가야했다. 보스턴에 머물 시간은 7시간. 뉴햄프셔까지 버스로 2시간씩 왕복 4시간. 그래서 집에 머물 시간이 잘 맞아야 3시간. 그럴 바에는 공항에서 머물다가 갈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어디에도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우라고 쓰여 있지 않았고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하라고 나와 있지 않았다. 동영상, 기사, 책 모든 것을 뒤져봐도 알 수 없었고, 그 일로 인하여 걱정과 근심에 싸여 있었다. 딸의 결혼식에 기쁨으로 마음이 들떠 부풀어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벌의 생사에 대한 염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작지만 내가 얻은 모든 성공을 날려 버릴 생각을 하니 잠도 오지 않았다.

  꿀벌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물었다. 어찌해야 하냐고. 모두가 꿀 드신 분(장애인 비하가 될 소지가 있어서)이 되어서 아무 소리가 없다. 침묵과 함께 간간이 농담들이 오고갔다. 때로는 그들의 농담을 이해하고 같이 웃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아는 척하며 그저 미소와 웃음으로 어색함을 모면하며 화답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젊은 사람인데 꽤 많은 양의 벌 무리를 두 세 곳에서 키우는 경험도 꽤 많은 사람이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항상 간결하게 말한다. 빈 벌통 올리세요. (어찌구리 영어가 잘 들리네.) 몇 통이나요? 언제 간다고 했죠? 4월 하순에서 5월 하순이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한 통만 올려놓고 가세요. 벌들 밥(설탕물)은요? 아니요. 주지 말고 그냥 가세요. 벌들이 둘, 셋으로 갈라지거나, 배고파 죽거나, 도망가거나 하지 않을까요? 그럴까봐 한 통을 올리라는 거예요.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빈 벌통을 하나씩 올려놓고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즐거웠고, 결혼 준비에 바빴다. 실은 아내가 무척 더 바빴지만. 마음 한쪽 구석에는 벌에 대한 생각이 났다. 하지만 애써 잊었다. 궁금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 ~ 죽었니? 살았니?
  한국에서 총회를 위한 서류를 미국으로 보내야 했다. 보낼 서류를 다 정리하고 보내려고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이메일(email) 암호(password)를 모르겠다. 그래서 친구 이메일로 보내는데, 계속 실패에 실패. 결국 포기하고 담당자에게 이야기하니 이제는 시간이 없어서 서류를 종이로 뽑아서 가져오란다. 보스턴에서 뽑을 생각을 하니 USB 속에 담긴 아래아 한글을 출력할 수가 없다. 아는 분에게 찾아가자니 너무 번거롭다. 결국 집에 가서 하기로 하고, 아내와 버스를 탔다. 그런데 왜 이리 답답한지. 운전기사의 친절함과 안전 관리가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운전기사는 버스에 달려 있는 모든 거울을 일일이 보며 안전을 점검했다. 한 번 보는 것이 아니라 두세 번 확인 또 확인했다. 버스 정거장에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온다. 그랬더니 떠나지 않고 기다린다. 아마 승객이 늦어서 허겁지겁 달려 올 것을 염두에 둔 행동 같았다. 그랬다. 승용차가 주차장에 주차되고 사람이 내린 후에 천천히 오는 것을 보고 버스 운전사는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 그래도 그 사람이 뛰지 않자 버스는 정상적인 속도로 움직였다. 참 훌륭한 운전 기사 아저씨다. 하지만 마음 급한 나는 속이 탔다.  집에 도착하여 버스 정거장에 세워 놓은 차를 타고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고, 프린트를 키고, 서류를 뽑고, 필요한 분량만큼 에다가 여분으로 몇 장 더 복사를 했다. 그리곤 벌들에게 다가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 시간이 없어서 그냥 입은 옷 그대로 갔다. 첫 번째 벌통을 열어봤다. 벌들이 가득했다. 잠시 망설였다. 한 통을 더 올려놔야 하나? 올리자니 너무 높다. 시간도 없다. 다음 벌통을 열었다. 열자마자 벌 한 마리가 전 속력으로 나에게 달려들어서 내 면상에 침을 꽂았다. 따끔했다. 아픈 것보다도 그 벌이 죽을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거기에도 많은 벌들이 있음을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뚜껑을 덮었다. 한 통씩 각각 올려야 하나 망설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얼굴이 일그러지며 붓기 시작했다. 얼굴 전체가 울퉁불퉁 부어올랐다. 응급실에 가면 비행기는 못 탄다. 비행기를 못 타면 모든 것이 엉킨다. 내가 맡은 부분은 누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얼굴에 얼음찜질을 하며, 알레르기(allergy) 약을 먹으니 그나마 조금 나았다. 10여일이 조금 넘는 일정에 참석했고 맡은 부분을 잘 마무리했다. 도착했을 때, 아무도 얼굴에 대해서 아무소리 안 해서 제 얼굴이 다 나았는지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다. 몸이 괜찮으냐고. 처음에 만났을 때에는 묻지도 못할 정도로 심했다고, 너무 심해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노라고.

  이 일은 일 년 전인 작년(2019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살아있는 장난감(손자)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큰 도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딸네가 걱정되어 지금 집에 와 있습니다. 5월 10일 주일이면 손자 백일입니다. 손자를 보면서 이제 역순으로 살아갈 저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벌들을 보면서, 벌들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일벌들과 그 마지막이 처참한 여왕벌을 생각합니다.  나의 마지막 모습은 일벌일까? 여왕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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