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얼떠리우스의 어리바리 (실패한) 꿀벌 이야기(9) - 뉴햄프셔에서
보스톤코리아  2020-04-27, 10:43:45 
(7) 접착제를 만든다. 집수리와 집 청소
  아파트만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 난 구멍을 메웁니다. 벌통과 벌통 사이에 접착제를 바릅니다. 여간 끈끈한 것이 아닙니다. 벌집에 꿀이 가득차면 엄청나게 무겁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꿀이 든 벌통은 벌통 하나당 20(파운드인지 Kg인지) 그렇습니다. 그런 벌통들이 몇 개 씩 붙어 있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접착력이 강합니다.

(8) 집을 청결하게 합니다.
  벌레들이 들어와 살 수 없을만큼 청결하게 가꿉니다. 개미가 주변에 있어도 개미들이 벌들에게 달려들지 않습니다.

(9) 종족 번식
  주로 봄철에 여왕벌을 만듭니다. 어린 여왕 딸이 태어나면 어미 여왕벌이 분가를 하고 번식을 합니다. 이 번식은 벌을 키우는데 있어서 엄청난 손실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분가를 억제합니다.

  분가를 억제하는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첫째는, 벌통을 더 올려서 벌들이 거할 처소를 넓힙니다. 그러면 할 일이 많아져서 감히 분가할 생각을 안 합니다. 둘째는, 여왕벌이 태어날 집을 파괴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있는 여왕벌을 제거합니다. 그러면 여왕벌이 없어서 새로 태어나는 어린 여왕벌이, 여왕벌이 됩니다. 이때에는 하나의 여왕벌 집만 남겨놓고 다른 모든 여왕벌집은 파괴 혹은 제거를 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봄철에 기존에 있던 여왕벌을 새 여왕벌로 바꿉니다. 여왕벌은 보통 5년을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첫해가 지나면서 한 해 한 해 번식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것이 전문가들이 여왕벌을 바꾸는 이유입니다.

  만약에 사람이 엄마 여왕벌을 딸 여왕벌로 바꾸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여왕벌을 제거하는 방법이나 파괴하는 방법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그래서 첫째 방법을 택하고 계속 벌통을 높여서 벌집을 늘려 나간다면, 궁극적으로 어떻게 되는가?
  그래도 결국은 여왕벌을 바꾼다.
  누가?
  일벌들이.

  여왕벌이 자신의 딸인 어린 여왕벌이 태어나지 않게 하려고 애벌레 여왕벌집을 파괴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침으로 그 집을 찌르고 그 속에 있은 딸들을 죽입니다. 참 잔인하지요? 근친상간에, 직계살인까지. 집이 넓으면 여왕벌 자체가 생기지 않는데, 일벌들이 생각하기에 새로운 여왕벌이 탄생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로열 젤리를 먹여서 여왕벌을 만드는데, 기존 여왕벌이 여왕벌집을 매년마다 계속해서 파괴 혹은 침으로 찌르고, 애벌레도 죽이면, 일벌들이 나중에는 기존의 여왕벌을 죽이거나, 날개를 망가트려서 더 이상 여왕벌의 역할을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새로 막 태어난 어린 딸 여왕벌과의 전쟁에서 엄마 여왕벌은 사망하게 된다.

실수 5. 개미
개미가 많아서 개미 약을 샀습니다. 그리고 벌통 주위에 뿌리고, 벌통 위에 놓곤 했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대로 개미를 죽였습니다. 그러다가 얼마나 개미에게 물렸는지 모릅니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물려서 상처는 상처대로, 따끔함은 따끔함대로, 아니 아픔은 아픔대로, 그것보다도 더 큰 고통은 고통대로.

집 주변에 개미집을 보면 그 집을 신발로 뭉갠 경험들이 있으실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나와 있는 개미들은 신발로 그냥 쓱싹하셨을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개미 떼의 공격을 받아 보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벌통 주위로 개미들이 다니기에 손으로 보이는 대로 죽였습니다. 그래봐야 10마리도 안 지나다녔습니다. 그래도 닥치는 대로 2, 3마리 정도 죽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개미가 도망가다가 멈춰 서서 저에게 대항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뒷다리는 웅크리고 중간 다리는 서 있고, 앞 다리는 들고 꼿꼿이 서서 더듬이와 함께 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순간 멈칫했습니다. 그리고 곧 정신을 차리고, 어쭈구리 요것 봐라. 겁 꼬리를 상실했네 하며 지그시 눌러 주었습니다.(아직도 죽은 생선도 칼로 내리치지 못하는 어벙벙한 사람이 벌들을 살리고자 개미를 죽이다니, 집에 있는 개미, 거미도 잘 안 죽이는 사람이. 파리, 모기, 나방만 죽이는 사람이 벌을 위해 개미를 죽이다니. 개과천선했네.) 아마 무슨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습니다. 작지만 강한 소리였습니다. 저항하는 개미에다가 소리까지 지르는 개미라니, 순간 소름이 돋더군요. 죽으면서 지르는 비명이 아니라, 저에게 대항할 때, 온 몸으로 지르는 소리였습니다. 입을 최대한 벌리고 온 몸에 힘을 잔뜩 주고 바람을 잔뜩 들이마셨다가 내 뱉으면서 내는 소리, 그리곤 다시 숨을 몰아쉬고 또 작지만 강하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무서워서 겁에 질린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지나다닐 때에는 개미들이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두 마리만 죽이면 이제는 떼를 지어서 저에게 달려와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잊어버렸겠지 하고 기다렸다가 나가도 그들은 저를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씻고 나가면 물지 않았습니다. 서너 번은 발과 다리 쪽에 물렸고, 한두 번은 옷 속으로 기어 들어와서 기겁을 하고 집에 들어가서 옷을 다 벗고 샤워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물어서 그런지 퍼렇게 멍이 들면서 부어올랐습니다. 온 몸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옷 속에 있는 녀석을 옷으로 눌러서 죽이려고 하는데, 오히려 이놈들이 독이 올랐는지 어찌나 더 세게 마구 물어대던지. 옷으로 누른 곳에는 계속 물어서 최소 서너 방, 심한 곳은 대여섯 방을 물렸고, 너무 많이 물어서 그냥 놔 주면 그놈들이 자리를 옮겨서 또 물고…. 허벅지가 따끔해서 내려다보니 다리 위로 새까맣게 떼거리로 몰려 올라오는 개미는 TV에서만 봤습니다. 아니 작은 벌레들, 파리나 지렁이를 개미 여러 마리가 물고 가는 것은 봤습니다. 손으로 쓸어내며, 털어내며, 떨어뜨리기 위해서 제 자리에서 높이뛰기도 하며, 냅다 날래게 달리며…. 여튼 생쑈를 했습니다.

벌을 오랫동안 키우신 지역에 계신 미국 할아버님들에게 물었습니다.
개미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냐고.
그냥 냅두라네요.
이런 우라질. 괜히 실컷 고생만 했네.
(한국에서는 양봉하시는 분이나 책이나 다 하나같이 개미를 없애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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