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마구 가렵다
보스톤코리아  2020-04-27, 10:41:00 
몇달 전이다. 등이 가려웠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직후 더했다. 가려우면 긁어야 하는법. 상처가 생길때 까지 마구 긁어댔다. 쳐다 보던 아내가 한마디 안 할리 없다. 뭐 부스러기라도 떨어지겠다. 내 걱정보다 불결함이 먼저였던 거다. 하긴 보기엔 흉측할게다. 물파스를 발라라. 아내의 처방인데, 난 안티프라민이 생각났다. 

안티프라민. 유한양행에서 나오던 바르는 약이었다. 한국 군대시절이다. 군의병이 말했다. 안티프라민을 발라라. 배아프다는 병사를 향해 처방을 내린거다. 역사깊은 안티푸라민이었는데, 병사들은 모두 한통씩 가지고 있었다. 손트는데 발랐고, 약은 가벼운 상처에도 바르곤 했다. 냄새가 독한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하긴 그 냄새가 그리울 적도 있다. 

가려움증을 견디다 못해 병원에 갔다. 피부과인데, 의사가 물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가? 무슨 비누를 쓰는가?’ 사실대로 고백했다. 듣던 의사가 처방을 내렸다. 적당히 더운물로 샤워하라. 비누는 순한 것으로 써라. 그리고 로션을 발라라. 처방대로 실천에 옮겼고 효험을 보고 있다. 피부병이 아닌게 다행이었다. 깊은 상처가 없었기에 퍽 감사했던 거다. 
정호승시인이다. 꿏잎에도 상처가 있다고 했다. 상처 많은 풀잎과 꽃잎이 더 향기롭단다. 안티프라민 향내는 아닐 것이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보스톤한인교회 이영길 목사의 설교중 한대목이다. ‘삶은 살아야 할 신비이며 선물’.  듣던 내가 혼자말로 되뇌었다. 요즈음 내 삶은 무척 가려운걸.  삶이 가렵다니? 말이 안되는 말이다. 가려운건 등이나 손이나 발이나, 신체의 한부분이어야 한다. 하지만 요즈음 나는 몸이 아닌 생각과 삶과 인생이 가려울 적도 있다.  봄이어서 그런것만도 아닐 것이다. 바이러스를 탓해야 하는가?

올해도 어김은 없었다. 우리집 뒷마당에도 개나리와 철쭉이 다시 피었다. 세상과 동떨어진듯 시키지 않아도 만개하는 중이다. 개나리와 철쭉에도 상처는 있는가. 바이러스 상처를 이겨냈는가?
모두 이겨내시라. 

조각을 가져다가 몸을 긁고 있더니 (욥기 2: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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