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아그리파
보스톤코리아  2020-03-02, 10:08:02 
한국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작품상이라 했는데 감독과 주연배우에 주목했다. 그들은 비슷한 연배에 서로의 관계가 돈독한 모양이다. 로마시대 옥타비아누스와 아그리파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일학년때다. 미술시간에, 석고상을 뎃상해야 했다. 교탁위엔 석고상이 놓여져 있었다. 나중에 알았다. 석고상은 아그리파였고, 외모는 사내답게 준수했다. 

옥타비아누스는 귀에 익은 이름이다. 그런데, 아그리파는 누구였더라. 시저가 암살되기전 이다. 시이저는 후계자로 양자養子인 옥타비아누스를 지목했고, 동갑나기 아그리파를 도우미로 붙여줬다. 물론 시이저는 암살을 예상하지 못했다. 

옥타비아누스는 체력은 시원치 못했고, 전략적 사고능력도 부족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럴적에 건장한 아그리파와는 절묘한 조합이었다. 한편, 아그리파는 출신도 학력도 변변치는 않았다. 하지만, 실용적인 재능은 탁월했고 체력적으로 왕성했던 모양이다. 옥타비아누스가 감독일적에 아그리파는 주연배우였던 거다.

아그리파가 한 일은 손으로 꼽을 수없이 많다. 전쟁에선 탁월한 장수였고 번번히 이겼다. 어디 전투뿐이랴. 그가 내치內治에선 도로와 수로水路와 공공시설을 건설했으니 그 유명한 로마도로인게다. 

옥타비아누스와 아그리파만 있는건 아니다. 초한지에 유방과 장자방 그리고 한신이고,  조선 개국초 이성계와 정도전도 있다.  "하수는 자신의 능력만을 이용하고, 보통은 남의 힘만을 이용하며, 상수는 남의 능력까지 이용한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이다. 지도자에게도 급수가 있다는 말일게다. 유능한 지도자는 급높은 참모를 찾아내어 기르고 이용한다는 말과 같다. 

알면 좋아 하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게 된다.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지지자 불여호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호지자 불여락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한다. 대단한 경사이다. 부디 감독과 배우 모두 영화일은 꾸준히 즐기기를 빈다. 하지만 어디 영화뿐이랴. 지도자와 조력자의 조합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나를 따라오라  (마가 1:1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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