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흑백'이 아니라 '컬러'이다
신영의 세상 스케치 731회
보스톤코리아  2020-02-24, 12:54:48 
"너(당신)는 어떤 컬러를 좋아해?" 또는 "너(당신)는 어떤 계절을 좋아하니?"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를 떠올려 보자. 언제였던가? 어릴 적 엄마나 아버지 그리고 형제·자매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물어 준 기억이 많으리란 생각이다. 그리고 자라서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게 궁금해서 물었던 질문일 것이다. 지금 가만히 생각하니 요즘 나에게 어떤 컬러를 좋아하느냐? 물어주는 이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색깔이 늘 똑같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삶의 주기를 통해 좋아하는 컬러가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가 똑같은 컬러의 옷을 입고 있다면 너무도 무서운 일이지 않겠는가. 때로는 아이들뿐만이 아닌 어른들의 세상에서도 객관적인 눈으로 가만히 관찰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유행'이라는 것이 멋지고 자유스러워 보이지만, 때로는 그 유행으로 나 자신을 가둬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정말 비싼 명품이 아닌 40~50대 여성들이 하나쯤 갖추고 있을 법한 핸드백이 있다고 하자. 어느 모임 약속 장소에서 디자인은 다르나 거의 같은 브랜드의 핸드백을 들었던 경험이 있지 않던가. '유행의 컬러'는 때로 '개성의 색깔'을 무색하게 한다.

사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언젠가 있었다. 어쩌면 내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로는 명품 핸드백에 대한 개인적인 소유의 욕심에서 벗어날 힘이 생겼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든 명품 핸드백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멋쟁이의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의 명품 핸드백은 참으로 멋지지 않던가. 다만, 유행이라는 그 이름으로 내 형편이 아닌데 욕심을 부리거나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이라면 참으로 어리석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각자에게 맞는 색깔과 모양의 핸드백이 분명 따로 있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 제일 편안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날씨가 추우면 모자를 자주 쓰게 되는데 그것이 자연스러워지면 다른 사람이 보더라도 자연스러워 특별히 멋을 위한 멋을 내지 않더라도 '그저 멋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모두의 컬러가 다르기에 하모니를 이뤄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모두의 키가 다르기에 높낮이의 조화로 보기에 좋은 것이다. 모두가 똑같다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얼마나 지루한 세상을 살아야 할까. 모두가 달라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고 위안이 되는 세상이 아니던가. 때로는 나의 부러움이 상대의 부러움이 되기도 하지 않던가.

가끔은 나는 힘든데 다른 사람만 행복해 보이는 날이 있지 않던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왜 내 가정에만 이렇게 어려운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것인지. 그렇지만 어찌 그런 일들이 그 어느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겠는가. 길고 짧은 인생의 각자 삶의 공간과 시간에서 버거움과 힘듦과 고통이 다른 모양과 색깔로 찾아와 머물다 떠나고 때로는 기쁨과 행복의 화려한 컬러가 되어 또다시 찾아와서 머물다 떠나기도 한다. 다만 같은 모양과 색깔과 소리로 똑같은 시간에 머물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의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 자식이 우선이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솔직한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다 자라고 난 후에 내 자녀들과  또래의 친구들을 보면 모두가 다른 색깔과 모양과 소리의 '자기 일'을 하고 산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모두가 작은 공간에서 서로 경쟁하듯 내 자식이 우선이길 바랐던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족한 모습이었던가를 자녀들이 다 큰 후에야 깨달았다. 서로 인생의 다른 길에서 최선을 다하며 산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서로 달라서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세상 말이다.

세상은 '흑백'이 아니라 '컬러'이다. 그러니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만 분명하다면 세상은 참으로 편안해진다. 그 받아들임 이후에는 혼자서 고민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다른 사람을 지적할 까닭은 더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나와 다른 이를 만나면 무엇인가 편치 않다. 더욱이 나와 다른 행동을 일삼는 이를 보면 '왜 저러지?'하고 내색은 안치만 마음에서 이미 끄집어내곤 하지 않았던가. 그 상대방은 어찌 나를 보고 그런 마음이 없었을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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