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퇴고와 황당
보스톤코리아  2020-01-27, 11:54:08 
어느새 라는 말을 실감한다. 엊그제가 정초였는데, 내일모레면 다시 설날이다. 경자庚子년이 시작되고 새해를 맞는 거다. 쥐띠의 해이며, 1960년생들은 환갑이다. 다음 경자년은 한참 멀었고, 다시 60년이 흘러야 한다. 

요새 자주 그런 증세가 보인다. 귀에 익은 말이 종내 떠오르지 않는거다. 입안에선 돌고 도는데, 그 말이 튀어 나오지 않는다. 퇴고推敲란 말도 그중 하나이다. 실은 이 말을 갖고 두어해 전에 졸문을 끌적인 적도 있다. (보스톤코리아 2018년 6월 1일자) 퇴고란 고침을 말하는데,  ‘글을 지을 때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고 다듬는다’ (네이버 사전)는 뜻이다. 중국고사에서 시인은 밀어낸다는 말과 두드린다는 말을 갖고 고민할 적이다. 듣던 한유는 밀어낼 퇴推대신 두드릴 고敲를 권했다. 전문 시詩인데, 풀어 읊을 적에도 과히 나쁘지 않다. 

이웃은 드물어 한적한 집
풀 자란 대문안은 거친 뜰인데
새는 연못가 나무에 깃들고
스님은 달아래 문을 민다 (推)/두드린다(敲)
 (가도賈島)

훈수 두었던 한유의 다른 한탄이다. 읽은 그대로 옮긴다. “신선이 있다 없다,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가? 도원같은 얘기는 참으로 황당하구나” (중앙일보, 2019, 12-14). 황당이란 말에 주목했다. 퇴고와 황당함은 관련이 없다. 하지만  요즈음 황당한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작년에 미처 마치지 못한 일이 남아 있으신가? 아직도 늦지는 않았을터. 곧 마무리하고 퇴고 하시기를 빈다. 올해는 황당한 건 밀어내고 좋은 일만 두드렸으면 바램인게다. 나 역시 지난 한해를 밀어냈고, 경자년 새해를 두드린다.  올해 내가 붙드는 말은 고鼓인데, 밀며 두드릴 것이다. 민다고 밀릴리는 없을 테지만 열심히 두드리려 한다. 작심삼일 일수도 있다. 

환갑을 맞은 분들에게 축하인사 보낸다. 2월 28일이 생일인 분들은 더욱 감사해야 할터. 올해는 환갑날을 찾을 수있을테니 말이다. 한편 앞길이 아직 구만리이니 퇴고하기에는 아직 이르기는 하다. 너무 황당한 조언인가?

다시 한번 근하신년! 두드리면서 복받으시라. 참, 이 졸문엔 퇴고다운 퇴고는 없었다.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마태 7: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 오르고의 횡설수설 7 ] 도토리 가라사대 2020.01.27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보다 더 내 심정을 딱 짚어낸 시가 또 있을까? 안도현 시인 만세. 근데, 넌 누구..
21세기의 궁합(宮合) 2020.01.27
신년을 맞는 이맘때가 되면 한국의 웹 지면에서는 「토정비결(土亭秘訣)」이나 「궁합(宮合)」의 홍수를 만난다. 그 옛날에는 궁합(宮合)은 혼인을 앞둔 양갓집에서 신..
한담객설閑談客說: 퇴고와 황당 2020.01.27
어느새 라는 말을 실감한다. 엊그제가 정초였는데, 내일모레면 다시 설날이다. 경자庚子년이 시작되고 새해를 맞는 거다. 쥐띠의 해이며, 1960년생들은 환갑이다...
선생님의 은퇴플랜 2020.01.27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학생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기를 원하고 어떤 학생은 월스트리트에 진출하여 많은 돈을 운영하며 부자가 되는 꿈..
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020.01.27
이차돈의 순교로 535년에 불교를 공인한 신라는 법흥왕 부터 왕의 시호를 비롯하여 왕족들의 이름을 불교식 요소와 의미로 많이 지었다. 특히 진흥왕은 신라에도 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