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우덕송牛德頌
보스톤코리아  2019-11-04, 10:21:36 
우덕송牛德頌. 춘원 이광수 수필 제목이다. 소를 칭송했는데, ‘소는 짐승중에 군자’라 했다. 한편,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는 말이 있다. 한국 속담인데, 터무니 없는 일에 실소한다는 말이다. 요샌 지나가는 소도 없기는 하다. 

아주 어릴적 이다. 소가 끄는 달구지를 자주봤다. 그 즈음, 소풍을 갔다 올 적이다. 돌아오는 길에 신작로를 걸어야 했다. 너무 덥고 힘이 들었다. 어린아이에게는 벅찬 일이었기 때문이다. 소가 끄는 빈 달구지를 만났다. 달구지를 끄는 농부는 소와 같이 걷고 있었다. 하지만 은근히 바랐다. 행여 태워줄까 했던 거다. 왠걸? 하긴 그럴만도 했다. 가족만큼 귀한 소가 힘들텐데, 무슨 객적은 청탁? 소 주인도 차마 달구지에 앉아 타고 가지 않는다. 나도 달구지 한모서리를 잡고 같이 걸었다. 그게 1960년이라 했다. 펄벅여사가 했다는 말이다.  ‘농부도 지게도 달구지에 오르면 될텐데, 소에게 짐을 덜어주려는 농부의 마음을 한국에서 보고 싶었다.’ 이중섭 그림에 나오는 그런 달구지였다.

화가 이중섭 작품중에 황소그림이 많다. 아이들과 어울리는 소 그림도 있다. 소와 아이들과 일본에 머물러 그리운 가족은 화가와 무슨 연관이 있을 것인가? 그가 아이들과 달구지와 선한 모습의 소만 그린건 아니다. 성난 황소를 그렸다. 화가의 황소 그림은 힘은 넘치는가 싶다만, 인자한 군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군자가 성나면 더 무섭다.

와우臥牛는 엎드린 소이다. 천천히 그런데 평화롭게 여물을 되샘질하는 모습일게다. 한가로운 봄 한나절이면 그림이 그럴듯 하다. 요즈음엔 한우韓牛에게 건강식으로 챙겨 먹이고, 클라식 음악을 틀어 준다고 했다. 와우일텐데, 소들은 푸른 들판에서 한가롭게 자연을 즐기는면서 살아거다. 하긴 육이오 덕분에 60여만 마리 황소가 30만마리로 줄었단다. 육우용 한우는 얼마나 오래 살수있는가? 이삼년? 아니 오륙년?

호각지세互角之勢란 말이 있다. 호각(互角)은 '소의 양쪽 뿔이 크기나 굵기가 서로 비슷하다'는 뜻이라 했다. 피차 힘이 엇비슷하다는 말일게다. 매맞아 가면서 오래사는 소가 나은지건가. 클라식 음악들으며 한가롭게 사는게 더 나은 건가. 그렇다고 일만하는 소와 한가로운 소가 맞붙을 일은 없을 거다. 광화문에선 자주 호각의 형세가 보인다. 

요사이엔 우덕송은 커녕, 소웃음 소리만 들리는가 싶다. 바라건대, 지나가는 소도 웃는다는 말은 이제는 잊혀졌으면 한다.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기에 하는 말이다.

이는 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 하지 못함이라 (히브리서 10: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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