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72 ] 원형극장과 개구리?
보스톤코리아  2019-09-09, 12:14:44 
철인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질이 부족한 아들 콤모두스 대신 그가 친아들처럼 아끼던 장군 막시무스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고자 했다. 이에 질투와 분노를 느낀 콤모두스는 황제를 살해하고 정적 막시무스의 온 가족을 몰살시킨다.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은 막시무스는 노예로 전락하고 검투사가 되어 마침내 황제 콤모두스가 개최하는 경기에 나서게 된다. 복수심에 불타는 막시무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자 황제의 누이인 루실라가 보는 앞에서 마침내 콤모두스를 죽이게 된다. 영화 <Gladiator>의 줄거리이다. 러셀 크로의 연기도 볼만하지만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대한 원형극장, 로마인들의 복식과 무기,  파란만장한 로마사의 한 측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원형극장은 amphitheater라 한다. 참 이상하다. 라틴어 어근 amphi-는 ‘둘, 양쪽’이란 뜻인데 원형극장을 왜 이렇게 부르는 것일까? 이 단어는 예술과 문학의 원조 그리스에서 온 것이다. 그리스의 극장은 무대가 있고 무대 앞쪽으로 객석이 반원형으로 펼쳐지는 구조이다. 로마의 원형극장은 그리스식의 극장과는 달리 반원형의 극장이 무대 뒤쪽에도 있기 때문에 극장이 이중으로 있다는 의미에서 amphi-theater라 불리게 된 것이다. 

그리스어 amphi-와 라틴어 ambi-는 ‘둘, 양쪽’이란 뜻을 가진다. 개구리나 뱀과 같은 양서류는 물과 뭍에서 살기 때문에 amphibian(양서류)라 불린다. ambassador(대사)도 본국과 주재국 양쪽을 오가며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라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ambassador가 근무하는 곳은 embassy(대사관)이다. 영어에서는 후설모음 /a/전설모음 /e/바뀌는 현상이 종종 있다. England는 원래 Angla-land에서 바뀐 것이고, French는 France에서 바뀐 것이다.

힘이 양쪽으로 갈린다는 의미의 ambivalent(양쪽 감정의), 양쪽으로 끌린다는 의미의 ambiguous(모호한) 등이 있다. 또 둘 다 양쪽으로 간다는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ambient는 ‘~을 둘러싼’이란 의미로 분화되었고, ambitious는 ‘야망이 있는’이란 의미로 분화되었다.  

ambi-는 ‘양쪽’이란 의미에서 ‘주변’이란 의미로도 확대되었는데 이런 의미를 포함한 단어가 amble(걷다)에서 파생된 여러 어휘들이다. 이를테면, ambulance(구급차), ambulant(걸을 수 있는), ambulate(걷다), ambulatory(보행의), somnambulate(잠결에 걸어 다니다) 등이 있다.

스웨덴이나 뉴질랜드 등에서 국가 기관이나 공무원에 대한 일반 시민의 고충과 민원을 처리해주는 행정 감찰관을 ombudsman(옴부즈맨)이라 하는데, 이 단어는 ambhi-(둘레에), boð(명령), maðr (사람)이 결합된 단어이다.  

어느 나라 언어에서나 오른쪽은 옳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영어를 보아도 right는 ‘오른쪽’도 되지만 ‘옳은’도 되고, 우리말도 ‘오른쪽’과 ‘옳은’은 발음이 같다. 심지어 라틴어에서 ‘왼쪽’을 의미하는 sinister는 ‘불길한’이란 의미로 전환되기까지 했다. dexter는 ‘오른쪽의’란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양쪽이란 접두사 ambi-가 결합된 ambidextrous는 ‘재주가 많은’이란 뜻이 된다. 재주가 많은 사람은 야망(ambition)이 클 수도 있겠다. 

얼마 전 필자는 고전문학을 하는 한 교수를 만났다. 그분은 단테를 전공한다고 했다. “아 그러시군요. 전 단테보다는 안단테가 더 좋던데요.” 필자가 장난삼아 대꾸를 하고보니 약간 그분에게 결례가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필자가 말한 안단테는 ABBA의 노래 <Andante>를 말한 것이었다. <신곡>을 쓴 이탈리아 시인 단테는 사실 ‘딱딱해지다, 지속하다’란 의미의 라틴어 durare에서 파생된 Durante의 줄임말이다. 아무튼 andante(느리게)는 라틴어 ambire(가다)에서 파생되었으니까 음악용어에서는 걷는 속도 정도의 느리기를 가리키게 된 것이다. 

전에 penta-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iambic pentameter란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를 ‘약강 오음보’라 번역하는데, 어원적으로 연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약강이라는 두 음절이 온다는 의미에서 그리스어 iambikos에서 유래한 imabic은 ambi-(둘)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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