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서울
보스톤코리아  2019-08-26, 10:27:29 
한여름 오후 정적이 감돈다 하던가. 귀에 공명이 생긴다. 위잉 하는 소리마저 들리는가 싶은 거다.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는가 오히려 환청인게다. 지나가는 차소리만 멀다. 

아내를 쫓아 한국마켓에 갈적이다. 이따금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는다. 장소는 인파에 붐비곤 하는데,  익숙치 않아 곤혹스러울 적도 있다. 하지만 왁자지껄한 소음이 그리울 때도 있기는 하다. 서울 재래시장에서 처럼 말이다. 심훈의 시詩중 일부다. 

남산아 잘 있거라, 한강아 너도 잘 있거라 
너희만은 옛 모양을 길이길이 지켜다오! 
그러나 이 길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길이겠느냐 
내 눈물이 마지막 너를 조상하는 눈물이겠느냐 
오오 빈사瀕死의 도시, 나의 서울이여!
(심훈, 잘있거라 나의 서울이여 중에서)

서울은 요즈음 빈사상태이고, 어지러운가? 설마 요즈음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광화문 광장은 여전히 시끄러운 모양이다. 

오래전 서울에 갔을 때다. 몇년만 이었다. 거리와 환경이 익숙하지 않았다. 약속이 있어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내렸다. 약속장소로 가기위해 지하도 길안내 표지를 따르고자 했다. 문제가 생겼다. 안내표지를 이해할 수없었던 거다. 안내판이 내겐 무용지물었던 거다. 어디가 어딘지 대충 알아야 안내판도 유용하기 때문이었다. 수십분을 헤맨끝에 간신히 약속장소를 찾았다. 길가는 사람을 잡고 물었던 바. 간신히 지하도를 빠져 나올수 있었던 거다. 

면암勉庵 최익현선생 글이다. ‘온 나라가 이처럼 깨끗하건만 서울아 너만 어이 어지러우냐?’ 날은 더운데 지금도 서울은 그닥 나아진게 없는 모양이다. 그럴적에, 이젠 서울에 가도 서울이 그리워 질수도 있겠다. 서울이 여전히 어지럽다 해도 말이다. 

직항이 열렸다. 서울과 보스톤사이의 항공노선을 말한다. 아내는 곧 고국에 다니러 갈것이다. 그리고 서울 먼지냄새를 가지고 돌아 올터. 나야 냄새만 맡는데, 매미 울음소리는 가지고 돌아오지는 않을 게다. 서울에서는 더이상 매미를 찾아 볼수없을 테니 말이다. 
보스톤에도 늦여름이다. 올해도 매미가 찾아와 울것인가? 아마 그럴게다. 

선지자가 고향에서는 높임을 받지 못한다 (요한 4:4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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