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80
화랑세기花郞世紀, 11세 풍월주風月主 하종夏宗(21)
보스톤코리아  2019-06-26, 10:44:00 
11세 풍월주 하종을 읽다가 보면 두어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먼저 황종荒宗, 황종은 신라말로 거칠부居柒夫였다. 물론 한자로 표기하였다. 같은 사람의 다른 표기임은 삼국사기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화랑세기(필사본) 전편에 황종이라는 순수 한문 이름으로 등장하던 인물이 11세 풍월주 하종조에는 거칠부라는 순수 신라식 이름으로 딱 한군데 등장한다. 이것은 아마도 김대문이 아버지 오기공의 원고를 순한문으로 고쳐 쓰다가 빠뜨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혹은 필사자 박창화가 황종으로 쓰여진 원본을 거칠부로 필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것 같지만 왜 단 한군데만 ‘거칠부’로 등장할까? 
김대문이 화랑세기를 완성하고 나서 쓴 후기에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일찍이 향음鄕音으로 화랑세보花郞世譜를 저술했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불초자식이 공무의 여가에 낭정郎政의 큰일大者을 모으고, 파맥의 정사正邪를 밝혀 아버지의 계고稽古의 뜻을 이었다. 혹 선사에 하나라도 보탬이 있을까?] 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김대문의 아버지 김오기는 순수 신라말로 ‘화랑세보’를 저술하였다. 그런데 완성을 하지 못하고 죽었다. 그래서 김대문이 다시 한문으로 옮겨서 ‘화랑세기’ 라 제명하고 완성하였다.  
그러다보니 김대문이 가필한 흔적도 보인다. 
하종전에 나오는 다음 대목에서 볼 수 있다.
<보리공이 (하종공을 이어) 풍월주 자리에 올랐다. 보리공은 곧 내 증조부시다. (증조부는) 일찍이 내 아버지께 하종공을 칭찬하며 이르시기를 “지금 세상에 이런 효자 충신은 없다” 고 하셨다.>

그런데 위의 대목은 애초에 김대문의 아버지 오기공은 다음과 같이 기록했을 것이다.
<보리공이 풍월주의 자리에 올랐다. 보리공은 곧 내 조부이시다. 일찍이 나에게 하종공을 칭찬하며 이르시기를 “지금 세상에 이런 효자 충신은 없다” 고 하셨다.>   

보리공이 풍월주에 취임한 연도는 591년이다. 그가 태어난 해는 573년(계사년)인데 사망한 연도의 기록은 없다. 그런데 그가 “늦게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아들은 예원이라 하고 딸은 보룡이라 했으니 곧 우리 문무황후의 어머니다” 라는 기록이 보리공전에 나온다. 예원은 607년에 태어나서 673년에 사망하였다. 그러니 보리가 34세에 예원이 태어났다. 그리고 예원의 아들 오기는 633년에 태어나서 681년까지는 생존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김대문의 생몰기록은 없다. 그래서 약 660년경에 태어났다고 가정한다면 그의 증조부 보리는 이미 구순을 바라보기에 김대문이 태어나기 전에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화랑세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각 풍월주의 재임기간은 늘어나는데 반해 기록된 분량은 적어진다. 특히 25세 풍월주 춘장공부터 화랑이 ‘국선國仙’으로 바뀌기 전의 마지막 풍월주인 32세 신공까지의 내용은 비교적 소량이며, 29세 풍월주 원선공, 30세 풍월주 천관공, 31세 풍월주 흠언공의 기록은 지극히 미미하다(김대문의 아버지 오기공은 28세 풍월주를 역임했다). 당시까지, 즉 신공이 마지막 풍월주를 마칠때까지 오기공은 살아있었다. 681년, 신문왕 즉위년에 시위삼도의 대감들이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도둑賊들이 많았기에 오기공은 순지, 개원, 당원, 원수, 용원공 등의 화랑들을 데리고 대감들을 파면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김흠돌은 흥원, 진공 등과 함께 모반을 꾀하다가 처형되었다(김흠돌은 김유신의 조카이면서 사위이고, 신문왕의 장인이었다. 흠돌은 27세 풍월주, 진공은 26세 풍월주였다. 그외에도 많은 화랑의 풍월주와 낭도들이 ‘김흠돌의 난’에 가담하였다). 

24세 풍월주 천광공까지는 오기공이 집필했고, 그 이후는 김대문이 가필했을 가능성도 추측해본다. 아니면 필사자 박창화가 어떠한 연유로 완전하게 필사를 하지 못했을 개연성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김흠돌의 난’ 주동자 삼간三奸인 흠돌, 흥원, 진공이 화랑의 수장인 풍월주였거나 많은 낭도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많은 가담자들이 흠돌과 인척관계로 얽혀있었다. 30세 풍월주 천관은 김흠돌의 사위, 31세 풍월주 흠언은 김흠돌의 아들이고, 32세 신공은 흠돌의 조카였다. 그러니 흠돌의 난을 진압하는데 크게 공헌한 오기공이 간신적자들의 ‘행적’을 기록할 가치와 의미를 갖지 못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어쨌든 후반부 7,8명 풍월주들의 기록이 부실한데,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사건, 그리고 풍월주들의 면면과 그들의 행적을 인지하고 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김흠돌의 난이 평정된 후 자의태후(제30대 문무왕의 왕비, 여동생 운명雲明이 김대문의 어머니이다)는 화랑의 수장인 풍월주 제도를 폐지하고 국선으로 바꾸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www.gch.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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