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66 ] 이름을 남긴 사람들
보스톤코리아  2019-06-26, 10:42:47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재미있게도 영어만큼 이 속담이 잘 들어맞는 언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은 고유명사가 보통명사로 전화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래 전에 그런 시도가 있기는 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전 국민적 미움을 받던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ooo스럽다’, 또는 ‘ooo하다’란 말이 잠시 유행하기도 했지만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다.

영어는 다르다. 고유명사를 사용한 단어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전에 다룬 적이 있지만, 우리가 잘 아는 hamburger도 Hamburg라는 도시 이름에서 생겨난 것이다. Sandwich는 제4대 샌드위치 공작인 존 몬태규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카드 게임을 하는 동안 그는 하인에게 두 개의 빵조각 사이에 고기를 넣어서 가져오도록 명했고 다른 사람들도 샌드위치 경과 같은 식으로 달라고 했다. 그가 이런 식의 빵을 즐긴 이유는 먹는 시간을 아껴 게임을 할 수 있었고 포크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게임을 중단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에 미치면 이런 식으로 사전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보이콧, 즉 거부하다란 단어 boycott은 부재지주 대신 농민들을 감독하던 Charles Boycott 감독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흉작이 심했던 어느 해 지주가 평년 소작료에서 10퍼센트를 삭감하도록 했지만 농민들은 25퍼센트의 삭감을 요구했다. 지주가 이를 거부했고 저항하는 일부 농민들을 보이콧 감독이 해고하려고 하자 전체 농민들이 소작료 지불을 거부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거부행위를 이르는 이름으로 엉뚱하게 boycott이란 이름이 쓰이게 되었다. 

불법적으로 사람을 구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lynch라 하는데, 이 단어는 미국 독립혁명 시기에 만들어졌다. 1780년대에 버지니아에 살았던 Charles Lynch와 William Lynch는 재판 없이 구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냈는데 이것이 Lynch Law이다. 여기서 lynch란 단어가 재판을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구타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으니 그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낸 사람의 이름이 반대로 사용된 셈이다. 

선거철이 돌아올 때마다 태평양 양쪽의 나라들에서 자주 듣는 단어가 gerrymandering이다. 이 단어는 19세기 초 매사추세츠 주의 주지사였던 Elbridge Gerry와 salamander(도마뱀)을 합성한 것이다. 그가 자신이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이리저리 붙이고 잘라서 만든 결과 선거구 지도의 모습이 마치 도마뱀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게리맨더링을 했느니 안했느니 하면서 시끄러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robot이란 단어는 체코 작가인 카렐 차페크가 자신의 극작품 <RUR>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카렐 자신은 동생인 조셉 차페크가 이 단어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는 약자로 된 제목 아래에 부제로 <Rossum’s Universal Robots>을 붙였다. 제목에 이미 robot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슬라브어권에서 robot이란 단어 자체는 이미 그 이전부터 사용되고 있었다. 가령 robota란 단어는 장원에 소속된 농노들처럼 ‘강요된 노동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영어단어에 이름을 남긴 고유명사로는 무엇보다도 그리스의 섬 레스보스를 빼놓을 수 없다. 기원전 6세기 경 여류 시인 사포가 살았던 것으로도 유명한 Lesbos 섬은 사포가 그곳에 사는 여인들의 아름다움과 여성 사이의 사랑에 대해 노래한 것으로 인해 사포가 여성 제자들과 동성애를 한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여성들 사이의 동성애를 가리키는 lesbian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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